▲ 김덕재 KBS PD 협회장.  
 
이명박 정권이 첫 번째 방송장악 대상으로 삼고 있는 KBS의 새 PD협회장에 김덕재(사진) PD가 당선돼 10일 취임한다. KBS 사장 교체뒤 뉴스·프로그램 통제가 우려되는 등 산적한 과제가 많은 상황에서 취임하는 김 회장은 <추적60분> 제작을 맡아왔으며 이후 2년 간 협회 일을 맡는다.

김 회장은 9일 “제작현장에서 제작자율성을 지켜나가는 게 지금 PD협회의 첫 과제”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현 정부의 언론관에 대해 “언론 또는 (자신과) 다른 목소리를 견뎌내지 못하고, 끊임없이 편가르기를 하고 있다”며 “국민에게조차 촛불이냐, 아니냐, 당신은 어느 편이냐고 끊임없이 묻고 있다. 냄새가 조금 나면 색깔로 규정하고, 자유로운 공간을 통제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최근의 KBS 사태를 평가한다면.

“20년 전으로 되돌아갔다고 하는데 그때보다도 더 못한 것 같다. 당시엔 합법이든 비합법이든 (정권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들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재야도 있었다. 적어도 법을 이렇게 마구잡이로 남용하진 않았다. 당시엔 경찰 정도만 나섰지만 지금은 정부가 감사원과 검찰에다, 경찰의 사내진입, 방송통신위 등 모든 것을 동원하고 있다. 당시보다도 훨씬 더 퇴보했다. 어렵게 쌓아올린 민주주의를 ‘합법’적인 방법으로 이렇게 한꺼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지 경악스럽기만 하다.”

-새로 임명된 사장의 인사는 어떻게 보나.

“새 사장에게 인사는 필요한 것이지만 이번 인사는 도대체 어떤 원칙에 따른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회사 안에서는 보은인사, 외부에 휘둘리는 인사라는 얘기도 돌고 있다. 대규모 인사를 하면서 너무나 경험과 전문지식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을 기용했다. 어떤 기준과 원칙에서 인사를 했는지 의구심이 든다. 미래가 아닌 과거를 보고 인사를 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 전 사장과 함께 일했던 사람을 배제했다든지 하는 것은 과거를 보고 인사를 한 것이다.”

-KBS PD협회의 활동계획은.

“PD협회를 만들 때는 PD들이 저널리스트로서 제대로 자리잡자는 취지가 있었다. 이제 애초의 이 문제의식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제작현장에서 제작자율성을 지켜나가는 것을 지금 PD협회의 첫 과제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본다. 지금 정권이 KBS를 사유물로 만들려는 기도가 읽혀왔다. 지금 사장도 낙하산으로 돼있으며, 취임사에서도 ‘기획단계에서부터의 게이트키핑 강화’ 등 그런 의도를 밝혔다. 제작현장의 자율성이 위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프로그램 제작 논의과정은 미묘한 문제가 많다.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쉽게 밀릴 수 있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KBS를 포함해 최근 정부가 벌이고 있는 방송장악과 언론통제에 대해 어떻게 보나.

“언론을 견뎌내지 못하는 것같다. 다른 목소리에 대해. 끊임없이 편가르기를 하고 있다. 모든 문제를 정치판에서 하던 방식으로 적용시키려 하고 있다. 우리는 정치하던 사람들이 아니다. 인사의 경우 현장에서 일하는 모든 부서의 간부를 다 바꾼다든지, 전임 사장과 같이 일했던 사람을 다 배제한다든지. 기준이 이런 게 돼서는 안 된다. 그런데 이를 전 국민에 다 적용하고 있다. 촛불이냐, 아니냐, 당신은 어느 편이냐며 국민에게 계속 묻고 있다. 냄새가 조금 나면 색깔로 규정하고, 자유로운 공간을 통제하려 한다.”

-예능 PD 비리수사에 대한 평가와 대응은.

“수사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를 판단하긴 이르다. 이해관계가 오가는 과정에서 그런 문제는 일어날 수도 있다. 사실이라면 조사받고 처벌받는 것 당연하다. 문제는 언제나 이런 수사가 정치적이라는 것이다. 연예PD 사건이 일어나는 타이밍은 언제나 정치적으로 필요할 때였다. 국민들의 관심을 돌려야 할 때라든지, 언론을 장악하려할 때만 나타나는 것들이다. 사건의 시점이 수사시점보다 상당히 먼 경우가 많다.”

-정권의 공격 타깃이 PD에 있다고 보나.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 과거엔 뉴스가 공정성시비의 중심이 됐는데 오히려 지금은 PD 제작 시사프로그램이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황우석 때도 그랬고, KBS 시사투나잇도 그렇다. 정치권에서 굉장히 싫어한다. 그쪽에서 하는 얘기는 늘 ‘덜 걸러졌다’고 한다. 우리가 볼 땐 ‘생생’하다. 문제를 부각시키고 생생하게 전달하고 국민의 느낌을 자극함으로써 여론 형성을 하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영향력 면에서 훨씬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PD들이 80년대 초부터 PD저널리즘을 발전시켜온 결과물이다. 이 부분에 대해 정권 차원에서 사회단체 일부 학자들까지 동원해 흠집을 내고 있다.”

-외부와의 연대방안은.

“우리가 가진 뜻에 동의하는, 같은 길을 가는 외부단체와 당연히 연대해 싸워야 한다. MBC도 마찬가지다. 여러 가지 어려움과 구체적인 위협 속에 있다. 과거 라이벌의식이 강했지만 지금은 같은 처지다. 공영방송이라는 같은 틀 때문이다.”                         

글·사진=  조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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