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순 KBS 사장의 지난 8일 42명의 팀장 인사에 대해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사원행동(공동대표 양승동)'이 "'관제'사장의 '보은·코드 인사'라는 딱지를 붙이기에도 부끄러운 KBS인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신호탄"이라고 혹평했다.

사원행동은 9일 특보를 통해 발표한 '관제사장의 인사 3원칙을 발견하다'라는 성명에서 이같이 평가하면서 심의팀에 대해 "KBS내 최고 경영진 코스가 됐다"며 "심의팀 출신으로 팀장에 오른 사람만 4명"이라고 지적했다. 사원행동은 이들은 정권의 KBS 장악시도가 진행되는 동안 이른바 'KBS 정상화 비대위' 등을 만들어 친정반정으로 편가르기하고 이병순 관제사장의 안착을 음으로 양으로 도왔던 인물이라고 분석했다.

   
  ▲ 최근 이병순 사장이 임명한 6명의 KBS 신임 본부장단. ⓒKBS  
 
사원행동 "이병순 사장 팀장인사는 KBS인들에 대한 모욕"

사원행동은 "스스로를 '공방노(공정방송노조) 조직국장'을 자처하며 본관 복도를 배회하던 인물(정종현 라디오본부장)을 라디오본부의 책임자로 앉혔다"고도 했다. 무엇보다 최철호 PD의 정책기획센터 기획팀장 임명을 두고 사원행동은 "유례가 없는 첫 17기 팀장의 탄생"이라며 "최모PD는 '관제'사장 취임식 당일 아침, 사장을 대신해 취임사를 회사에 전자메일로 보냈던 인물"이라며 "당사자야 영광이겠지만 이를 지켜보는 이들은 불안하기만 하다"고 우려했다.

보도본부 인사에 이르러서는 더욱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보도총괄팀, 탐사보도팀, 시사보도팀, 사회팀 등은 이번 팀장인사의 물갈이 대상이 됐던 부서들이다. 이 팀들의 공통점은 그동안 정권이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뉴스와 프로그램, '9시뉴스' '미디어포커스' '시사기획 쌈'을 만드는 보도본부 내 핵심부서들이다. 물론 정권과 한나라당 그리고 보수신문들이 이른바 '편파방송'이라는 낙인을 찍고, 폐지를 주장했던 프로그램들이다. 공교롭게도 사장 한 명 바뀌었다고 하루아침에 그 팀의 수장들이 바뀌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팀의 팀장 자리에 새로 앉은 인물들이다. 이른바 '수요회'의 행동대장 역을 자처하며 이명박 언론특보 김인규 사장 만들기에 앞장섰던 고모기자는 이번 인사에서 보도총괄팀장 자리를 거머줬다. 또 정권비판적 보도프로그램의 제작팀장들은 전원 평팀원 발령을 받고 그 자리는 정권과 코드가 맞을 만한 인물들로 채워졌다. 정권비판적 보도는 점점 사라지고 동시에 KBS 뉴스의 신뢰도는 서서히 추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단순 기우일까."

구조조정에 능한 이들의 중용도 거론됐다. 사원행동은 "본부장급 인사에서 노사협력팀장을 인적자원센터장으로 영전시키더니, 팀장급 인사에서는 노사협력팀 선임팀원을 이사회 사무국장으로 승진시켰다"며 "노무 출신 인사의 중용은 부사장 인사에서 이미 경영효율화를 빙자한 구조정을 위해 포석을 깐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는데, 이번 팀장 인사는 이런 우려를 오히려 키우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이 9일 발표한 팀장 인사 비판 성명.  
 
사조직 활용·비판보도 봉쇄·구조조정용 인사

사원행동은 이번 인사에 대해 "이병순 사장이 취임사부터 노골적으로 드러낸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신호탄으로 받아들인다"고 규정하면서 "이번 팀장 인사에서 확인된 '관제'사장의 사조직을 활용한 친 이명박 방송 만들기 시도와 사내 반대세력의 무력화 음모에 주목한다. 공영방송을 지키고자 하는 대다수 KBS인들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다음은 9일 사원행동이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관제사장의 인사 ‘3원칙’을 발견하다!
- 9.8 팀장 인사는 KBS인들에 대한 모욕이다 -

드디어 이병순 관제사장의 첫 팀장급 인사가 이뤄졌다. 지난 주 본부장급 인사에 이어 팀장급 인사마저 예상을 깨고 속전속결로 해치웠다.
비록 관제사장이라는 오명을 쓰긴 했지만 새로 권력을 잡았으니 판도 새로 짜고 KBS 입성에 도움을 받은 이들에게 논공행상을 하는 것,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다.
이번 팀장 인사를 점수로 매긴다면 몇 점이나 받을 수 있을까? 아무리 후하게 줘도 ‘빵점’이다. 관제사장의 ‘보은ㆍ코드 인사’라는 딱지를 붙이기에도 부끄러운 함량미달의 ‘부실인사’이기 때문이다.

①관제사장 입성에 기여한 사조직을 활용하라!

이번 인사를 통해 심의실은 KBS내 최고 영전 코스가 됐다. 심의실 출신으로 이번에 팀장에 오른 사람만 4명이다. 단일부서로는 최고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TV제작본부의 팀장과 직속부서의 팀장이 됐다.
이들은 정권의 KBS 장악시도가 진행되는 동안 이른바 'KBS 정상화 비대위‘등을 만들어 친정반정으로 편가르기하고 이병순 관제사장의 안착을 음으로 양으로 도왔던 인물들이다. 관제사장 입장에서야 눈물겹게 고마운 이들이겠지만, 그것이 그들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사내 게시판을 어지럽혀 온 것 외에 이들이 대체 무슨 능력이 있어 교양있게 문화예술을 논하고,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개발해낼 수 있다고 믿었는지 판단의 기준을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또 라디오본부 역시, 본부장 인사부터 말이 아니어서 더 이상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관제사장은 스스로를 ‘공방노 조직국장’을 자처하며 본관 복도를 배회하던 인물을 라디오본부의 책임자로 앉혔다. 신망도 역량도 안 되는 인사를 본부장으로 발령난 것에 대해 오죽하면 라디오PD들 68명이 연명으로 철회 성명을 냈겠는가? 뿌리가 부실한 나무에 곧은 가지가 뻗을 리 만무하다.
누가 뭐라해도 이번 인사의 압권은 직속부서 정규팀장으로는 유례가 없는 첫 17기 팀장의 탄생이다. 그것도 회사의 정책적 기능을 총괄하는 팀의 책임자로 말이다. 이번 팀장인사에서 가장 많은 이들을 갸우뚱하게 했던 최 모 PD는 관제사장 취임식 당일 아침, 사장을 대신해 취임사를 회사에 전자메일로 보냈던 인물이다. 당사자야 ‘초초고속’ 승진이어서 영광된 일이지만, 이를 지켜보는 이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최 모 PD라고 하면, 언론노조 회계부정 사건을 통해 언론노동운동에 엄청난 타격을 입히고, 급기야 KBS본부의 언론노조 탈퇴라는 극단적 상황까지 몰고온 책임이 있는 인물이다. 이런 인물에게 회사의 미래설계도를 맡긴 뒤, 어떤 일이 벌어질 지 걱정이 앞선다.

②정권비판 보도를 원천봉쇄하라!

신뢰도 1위, 영향력 1위의 뉴스를 제작하고 있는 보도본부 쪽을 보자. 보도총괄팀, 탐사보도팀, 시사보도팀, 사회팀...이번 팀장 인사의 물갈이 대상이 됐던 부서들이다. 이 팀들의 공통점은 그동안 정권이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뉴스와 프로그램, 즉 ‘9시뉴스’, ‘미디어포커스’, ‘시사기획 쌈’을 만드는 보도본부내 핵심부서들이다. 물론 정권과 한나라당, 그리고 보수신문들이 이른바 ‘편파방송’이라는 낙인을 찍고, 폐지를 주장했던 프로그램들이다. 공교롭게도 사장 한 명 바뀌었다고 하루아침에 그 팀의 수장들이 바뀌었다. 무언가 이상하지 않은가?
더 큰 문제는 이들 팀의 팀장자리에 새로 앉은 인물들이다. 이른바 ‘수요회’의 행동대장 역을 자처하며 이명박 언론특보 김인규 사장 만들기에 앞장섰던 고 모 기자는 이번 인사에서 보도총괄팀장 자리를 거머졌다. 또 정권비판적 보도프로그램의 제작팀장들은 전원 평팀원 발령을 받고 그 자리는 정권과 코드가 맞을 만한 인물들로 채워졌다. 정권비판적 보도는 점점 사라지고 동시에 KBS 뉴스의 신뢰도는 서서히 추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단순 기우일까?

③구조조정에 능한 노무 출신을 중용하라!

이번 팀장 인사의 또 다른 특징 가운데 하나는 노무 출신 간부들의 중용이다. 본부장 급 인사에서 노사협력팀장을 인적자원센터장으로 영전시키더니, 팀장급 인사에서는 노사협력팀 선임팀원을 이사회 사무국장으로 승진시켰다.
노무 출신 인사의 중용은 부사장 인사에서 이미 예고되었다. 이를 놓고 사내에서는 이른바 경영효율화를 빙자한 인력 구조조정을 위해 포석을 깐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그런데 이번 팀장 인사는 사내의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는 커녕 오히려 키우고 말았다.
관제사장 입성에서 최대 난제였던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킨 공을 인정해서인지, 아니면 앞으로 있을 구조조정에서 최대 걸림돌이 될 사원행동의 투쟁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것인지는 머지 않아 그 뜻이 드러날 것이다. 관제사장의 등장과 함께 두드러지고 있는 노무 출신 간부들의 약진은 예사롭지 않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지 않는 법이다.

KBS 사원행동은 이번 인사를 이병순 관제사장이 취임사부터 노골적으로 드러낸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신호탄으로 받아들인다. 특히, 이번 팀장 인사에서 확인된 관제사장의 사조직을 활용한 친 이명박 방송 만들기 시도와 사내 반대세력의 무력화 음모에 주목한다.
이것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오판하지 말라. 이로써 이병순 관제사장은 그나마 공영방송 장악 청부사장의 오명을 희석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쳤을 뿐이다. 이번 인사를 통해 감언이설로 관제사장을 떠받드는 사내 일부세력은 만족시켰을 지는 몰라도, 공영방송을 지키고자하는 대다수 KBS인들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이병순 관제사장에게 권한다.
취임식 이후 연일 자신은 물론 주위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혹사시키는 것을 멈추고 내일 하루정도 시간을 내 본관 6층을 벗어나 현장에 있는 KBS 사원들을 한번 만나보길 권한다. 더 늦기 전에, 자신이 지금 공영방송 KBS에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지 물어보라. 그들의 눈빛과 대답을 가슴깊이 되새겨보길 바란다. 눈이 있고 귀가 있다면 말이다.

2008. 9. 8(9일 발표)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