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순 신임 KBS 사장이 부사장, 본부장, 센터·총국장을 거쳐 8일 한 팀장 인사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KBS 노동조합)도 "쇄신의지를 찾아 볼 수 없는 구시대적 인사"라며 "차라리 인사를 하지 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도 이날 인사를 비판하는 성명을 내기로 했지만 비판의 초점은 서로 달라 주목된다.

KBS본부(노조)는 이날 저녁 '이런 인사라면 차라리 하지 말라'라는 성명을 내어 부사장·본부장 인사를 지켜보면서 사장의 인사권을 존중하기 위해 여러 비난을 견뎠지만 팀장급 인사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인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며 "쇄신 의지라고는 그 흔적조차 찾아 볼 수 없는 구시대적 인사에 조합은 분노를 넘어 절망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구시대적 인사'를 근거로 "정연주 시절 그토록 KBS 구성원들을 절망에 빠뜨린 '편중 인사', '돌려막기 인사'의 유령이 KBS를 휘감았다"며 "'완장'을 차고 KBS를 도륙한 자들의 아픈 추억이 되살아난다"고 지적했다.

   
  ▲ 박승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KBS 노동조합 위원장). 이치열 기자  
 
노조는 이 사장이 앞서 제시한 '신상필벌' '지연·혈연·학연을 초월한 능력 위주' '인재의 금맥을 캐내는 쇄신 인사' '다수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열린 인사' 등 인사의 원칙을 들어 "그의 다짐은 어디 갔는가. 그의 약속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꼼수였는가. 그는 정녕 식언을 일삼는 거짓말쟁이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노조는 전임 사장 시절 경영적자 책임자·편파방송 책임자들을 다시 거론했다.

"보라. 회사를 적자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책임자들은 여전히 자리를 지켰다. 편파 방송 논란을 일으킨 인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인사 난맥의 책임자는 자리만 바꿔 다시 한 번 팀장 자리를 꿰찼다. 비리에 연루된 인사 역시 요지부동이다. 특정 기수의 팀장 보직 독점 현상은 오히려 심화됐다. 이런 기회를 틈타 관 속에 누워있던 낡은 인사들까지 부활했다. 집행 기관과 친분이 있다는 소문이 나돈 인사들은 예외 없이 중용됐다. '보직의 선순환'을 규정한 KBS 인사규정 제14조 1항은 뇌사 상태를 지나 죽음에 이르렀다."

이어 노조는 부정한 행위를 벌인 전력이 있는 인사는 이번 인사를 통해 문책하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했다.

"자신의 부인이 다니는 특정 단체 홍보를 위해 세미나를 열고 중계차까지 동원해 녹화한 자, 사무실에서 술주정을 부리고 동료들에게 폭언을 일삼는 부하 직원을 감싸고 돈 자도 쇄신의 바람을 비웃기나 하듯 버젓이 인사를 비껴갔다. 명예를 목숨처럼 여기면서 살았다는 이 사장은 왜 그의 잘못을 인사를 통해 바로잡지 않았는가. 그의 비리를 감싸기나 하려는 것인가."

노조는 이번 인사가 이 사장의 의중이 그대로 반영된 인사라면 "이 사장에게는 더 이상 사장의 자격이 없"으며 혼란의 시기를 틈타 사익을 챙기려는 측근들에게서 비롯된 것이라면 "당장 간신배들을 척결하"고 "그들의 '완장'을 벗"기라고 요구했다.

다음은 노조가 이날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이런 인사라면 차라리 하지 말라

이병순 신임 사장이 부사장과 본부장에 이어 팀장급 인사를 단행했다. 그는 부임 첫 부사장 인사에서 정년을 넘어 회사를 떠난 인물을 부사장에 앉혔다. 자회사에서 함께 일한 인연이 인선의 배경이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KBS에 그렇게 인물이 없는가. 최소한 부사장은 현역에서 보임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유 있는 비난이 쏟아져 나왔지만 노동조합은 이 사장의 인사권을 존중했다.

본부장 인사가 이어졌다. 정치권 실세의 청탁설이 나돌았다. 전임 정 연주 사장 시절 공영방송을 곤경에 빠뜨리는 데 일조했던 인물들이 중용됐다. ‘안배에 치우친 인사로 KBS가 처한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가. KBS에 그렇게 인물이 없는가.’ 역시 이유 있는 비난이 쏟아져 나왔지만 노동조합은 이번에도 사장의 인사권을 존중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인사는 없다며 조합원들의 울분을 달랬다.

그러나 오늘 단행된 팀장급 인사를 지켜보면서 조합은 더 이상 인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쇄신 의지라고는 그 흔적조차 찾아 볼 수 없는 구시대적 인사에 조합은 분노를 넘어 절망을 느낀다. 정 연주 시절 그토록 KBS 구성원들을 절망에 빠뜨린 ‘편중 인사’, ‘돌려막기 인사’의 유령이 KBS를 휘감았다. ‘완장’을 차고 KBS를 도륙한 자들의 아픈 추억이 되살아난다.

이 사장은 이미 인사의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신상필벌의 원칙, 지연·혈연·학연을 초월한 능력 위주의 인사, 인재의 금맥을 캐내는 쇄신 인사, 다수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열린 인사가 그것이다. 그의 다짐은 어디 갔는가. 그의 약속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꼼수였는가. 그는 정녕 식언을 일삼는 거짓말쟁이인가.

보라. 회사를 적자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책임자들은 여전히 자리를 지켰다. 편파 방송 논란을 일으킨 인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인사 난맥의 책임자는 자리만 바꿔 다시 한 번 팀장 자리를 꿰찼다. 비리에 연루된 인사 역시 요지부동이다. 특정 기수의 팀장 보직 독점 현상은 오히려 심화됐다. 이런 기회를 틈타 관 속에 누워있던 낡은 인사들까지 부활했다. 집행 기관과 친분이 있다는 소문이 나돈 인사들은 예외 없이 중용됐다. ‘보직의 선순환’을 규정한 KBS 인사규정 제14조 1항은 뇌사 상태를 지나 죽음에 이르렀다.

자신의 부인이 다니는 특정 단체 홍보를 위해 세미나를 열고 중계차까지 동원해 녹화한 자, 사무실에서 술주정을 부리고 동료들에게 폭언을 일삼는 부하 직원을 감싸고 돈 자도 쇄신의 바람을 비웃기나 하듯 버젓이 인사를 비껴갔다. 명예를 목숨처럼 여기면서 살았다는 이 사장은 왜 그의 잘못을 인사를 통해 바로잡지 않았는가. 그의 비리를 감싸기나 하려는 것인가.  
이 사장에게 묻는다. 정녕 이번 인사가 이 사장이 그대로 반영된 인사인가. 아니면 혼란의 시기를 틈타 사익을 챙기려는 측근들에게서 비롯된 것인가. 전자의 이유라면 이 사장에게는 더 이상 사장의 자격이 없다. 인사 난맥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없는 사장이라면 KBS가 당면한 엄혹한 과제를 풀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후자의 이유라면 당장 간신배들을 척결하라. 그들의 ‘완장’을 벗겨버려라.

인사는 만사다. 전임 정 연주 사장이 조직원들의 신망을 잃은 가장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도 바로 인사 관리 실패다. 이 사장은 작은 것을 얻기 위해 대다수 구성원들의 신망을 잃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이 사장이 조직 쇄신을 통해 기울어가는 공영방송을 바로세우고자 한다면 이제라도 그 의지를 실천으로 보여야 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