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의 KBS 사장 해임과 관제사장 임명을 규탄하는 KBS의 젊은 기자 170명의 선언 뒤 선배 기자들도 적극 지지하는 성명을 내기로 하는 등 KBS 보도본부 내에서도 정부의 방송장악과 강압적인 사장 교체에 대한 본격적인 반발이 일고 있다.

6일 KBS 보도본부 기자들에 따르면 입사 10년차 이상의 중견 기자들이 연서명을 통해 오는 8일께 후배 기자들의 투쟁 선언을 격려하고 지지한다는 연대 성명을 발표하기 위해 현재 성명 초안작성과 서명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주저하며 나서지 못했던 고참 기자들로서 후배들의 용감한 행동에 대한  '화답' 의미를 띠는 동시에 KBS 보도본부가 방송 공공성 확보에 구심역할을 하게 될 수 있음을 뜻해 주목된다.

   
  ▲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2층 민주광장에서 KBS 입사 1~9년차 기자들이 방송장악 규탄과 이병순 사장 반대 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프레시안 채은하 기자  
 
KBS 후배기자 170명 이어 선배도 '화답' 움직임…8일께 "투쟁 적극 지지" 성명 발표키로

한 보도본부 중견기자는 "지난 3일 KBS 입사 1∼9년차(공사 26∼34기) 기자 170명의 방송독립 결의는 많은 선배들을 놀라게 했던 감동도 줬다"며 "현장을 보며 눈물이 날 정도의 용기와 결의였으며 향후 KBS 보도본부가 살아가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런 후배들을 외롭게 하지 않기 위해 격려 지지성명을 준비하고 있으며, 향후 떳떳한 취재 제작활동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대 성명에 동참하는 기자들은 100여명 안팎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KBS 기자협회장을 맡고 있는 김현석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대변인은 "젊은 기자들의 용기있는 행동에 대해 선배들도 성명을 내자는 논의를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 3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2층 민주광장에서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소속 사원들이 총회를 개최했다. ⓒPD저널 원성윤 기자  
 
보도본부 내 여론 "그러다 다친다"→"부끄럽다, 지지한다"로

또한 젊은 기자들의 요구사항 중 하나였던 '취재 제작 자율성 수호'와 감시활동 강화를 위해 KBS 기자협회는 지난 4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보도본부 전용 게시판에 '신문고' 코너를 만들어 제작과정 상의 제보와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고참급' 기자들의 이런 '연대'의 움직임 외에도 보도본부 내에서는 9년차 이하 기자들을 격려하는 실제 여론도 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중견기자는 "후배 기자들의 결의에 마치 위하는 척 하면서도 '그러다 다친다'며 은근히 무마하려는 분위기도 있지만 실제로 '동참하겠다' '부끄럽다' '지지한다'는 기자들이 더 많다"고 전했다.

지난 3일 기자 선언에 동참한 7∼8년차의 한 기자도 "사내에서도 많은 자극을 받고있는 계기가 되는 등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젠 젊은 기자 뿐 아니라 보도본부 기자 전체가 (투쟁)하는 쪽으로 모아지는 것같다"며 "결의대회 전엔 우려하는 분위기가 많았으나 이후엔 긍정적인 여론이 커졌고, 우려하는 목소리는 사그라들었다. 결국 기자 내부의 단결과 각성을 통해 과거 '패배주의'가 만연했던 분위기가 나아지고 있다"고 말해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KBS 기자협회, 보도본부 게시판에 '신문고' 신설…감시활동 강화

그는 "(방송장악 규탄을 위한 기자들의 투쟁선포가) 이번 한 번으로 끝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함께 참여하지 못한 9년차 이하 기자들도 '이후 동참하겠다' '함께 할 걸 그랬다'는 의견을 전해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9년차 이하 기자들은 모두 280명 정도이며, 실명을 밝혀 정권과 이병순 사장에 맞서겠다는 투쟁을 선언한 기자의 비율은 60.7%(17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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