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이병순 KBS 사장이 임명한 6명의 본부장단 사진. ⓒKBS  
 
이병순 KBS 신임 사장이 취임 일주일 만에 부사장 임명에 이어 4일 본부장 인사를 하고 본격적인 조직정비에 나섰다.

   
  ▲ 최종을 신임 KBS 편성본부장 ⓒKBS  
 
이 사장은 4일자로 낸 본부장단 인사발령에서 편성본부장에 최종을 전 외주제작팀장을, 보도본부장에 김종율 전 목포방송국장, TV제작본부장에 조대현 시사정보팀장, 라디오제작본부장에 정종현 전 라디오정보센터 부주간, 기술본부장에 김영해 춘천방송 총국장, 경영본부장에 이동섭 청주방송 총국장을 임명했다.

이병순 사장, KBS 본부장단 인사 단행…'무색무취' 성향 평

이 사장은 정연주 전 사장 때까지 운영했던 대외특임본부장과 지역특임본부장은 임명하지 않아 사실상 자리를 없앨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을(54) 본부장은 진주출생으로 1983년에 입사해 라디오국, 교양제작국을 거쳐 TV심의부·TV2국 차장, 외주제작국 부주간, 외주제작팀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까지는 환경정보팀 PD로 근무하고 있다.

대정부 비판 수위를 가늠할 보도본부장에 임명된 김종율 본부장(54)은 서울 출생으로 경제부·TV편성부 차장, 과학부장·전국부장·경제부장을 거쳐 목포방송국장을 지냈다.

   
  ▲ 김종율 신임 KBS 보도본부장 ⓒKBS  
 
조대현(55) TV제작본부장은 경기출생으로 1978년 KBS에 입사해 교육국·기획제작국 PD, 제주방송총국 제작1부장, 일본특파원, 기획제작 주간, 프로그램 전략기획팀 국장을 역임했고, 최근까지 시사정보팀장을 지냈다.

정종현(56) 라디오제작본부장은 1978년 동아방송(DBS) PD로 입사했다가 80년 언론통폐합 전후로 KBS로 옮겨 라디오정보센터 차장, 라디오1국 부주간, 라디오제작본부 2FM 전문PD 등을 맡아왔다.

김영해(56) 기술본부장은 78년 KBS에 입사해 TV기술국 뉴스센터 차장, 보도기술부 감독, 영월방송국장, 보도기술팀장을 거쳐 최근까지 춘천방송총국장을 지냈다. 이동섭(54) 경영본부장은 경기 안성 출생으로 노무국 급여담당 차장, 청주방송총국 총무부장, 예산부장, 총무부장, 재무국장, 이사회 사무국장(2004∼2007년)을 역임했으며, 현재까지 청주방송총국장을 지냈다.

"이사장의 프로그램 폐지·구조조정 추진 실행 맡을 행동대원 역할할 듯"

   
  ▲ 조대현 신임 KBS TV제작본부장. ⓒKBS  
 
이 같은 본부장단 인사를 두고 KBS의 중견 PD는 "청와대의 의중에 따라 KBS를 운영할 이병순 사장의 뜻을 직접 실행할 '행동대원' 역할을 하는데 적임자를 뽑은 것 아니겠느냐"며 "취재 및 제작 현장을 이들 본부장들이 장악하는 일을 하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이날 임명된 인사들은 대체로 정년을 3∼4년 정도밖에 남기지 않았으며, 선후배와 큰 충돌을 빚지 않고 무난한 생활을 해온 '무색무취'의 성향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병순의 KBS 체제가 시작되자 마자 보도·제작 과정에서부터 조금씩 이상기류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행보가 주목되는 김종율 보도본부장의 경우 사내에서 '독일병정'이라는 평을 듣는 이 사장과 달리 '유'한 캐릭터를 가진 인물로, 향후 KBS의 보도방향에 대한 이 사장의 의중이 가장 잘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 본부장은 특히 이병순 사장이 DJ정부 초기인 지난 1998년 경제부장을 맡았을 때 경제부 차장으로 함께 일하기도 했다. 한 KBS 보도국의 중견 기자는 "경제부에서 이 사장과 부장 차장을 같이 지낸 것을 두고 아무래도 사장의 말빨이 보도본부에 바로 미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새로 임명된 보도본부장이 어떤 스타일이라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은 이미 KBS가 이명박 정권에 넘어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정종현 신임 KBS 라디오제작본부장. ⓒKBS  
 
김종율 보도본부장, 98년 이 사장과 경제부서 근무 "정권의중 보도에 반영될 듯"

이 사장이 취임일성으로 밝힌 '비판받아온 프로그램 폐지검토' 역할을 하게 될 최종을 편성본부장의 경우 이번 인사 자체가 의외라는 평이다. 최 본부장은 외주제작팀장을 지낸 것 외엔 특별히 보직 간부를 맡은 적이 없었고, 내부적으로도 그렇게 많이 알려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최 본부장은 지난 2002년부터 외주제작센터에 근무할 때 김성묵 부사장과 같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있고, 현재 정년이 3년 남았다.

이 사장은 지난달 2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KBS 노동조합)을 방문해 상견례를 가진 자리에서 프로그램 존폐검토에 대한 취임사 발언과 관련한 질문에 "큰 방향성을 말한 것으로 아무런 구체적 리스트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 "해당 작업은 전적으로 관련 본부장이 조직의 의견을 수렴하고 여러 사람의 평가를 들어서 추진할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최 본부장은 프로그램 존폐논의를 적극적으로 진행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다른 중견PD는 "정권의 방송장악 기도에 따라 사장이 <시사투나잇> <미디어포커스> 등의 프로그램을 폐지하거나 개편하려할 때 최 본부장이 총대를 매면 더 큰 갈등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 김영해 신임 KBS 기술본부장. ⓒKBS  
 
조대현 TV제작본부장에 대해 내부에선 이날 임명된 본부장 중 그동안 KBS 내에서 탄탄대로를 걸어온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한 PD는 "조 본부장은 보수적이지만 나름대로 합리적이고, 내부 신망도 있는 것으로 평가되나, 향후 이 사장이 강조한 '철저한 게이트키핑' 과정에서 제작진과의 마찰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종현 라디오본부장에 라디오 PD들 반발 "라디오 '고유성' '경쟁력' 지킬 수 있을지 의문"

정종현 라디오제작본부장 인사에 대해서는 라디오 PD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한 중견 라디오 PD는 "관리계통에 있은지 매우 오래됐다는 점에서 의외의 인사"라며 "특히 후배들의 신망이 떨어지는 데다 향후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칠 때 라디오라는 고유성과 프로그램 경쟁력을 지켜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TV와 또 다른 여론 전파력을 가진 매체인 라디오에서 정부에 대해 제대로 비판하는 기능을 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우려스러운 인사"라며 "라디오 PD 일동으로 이날 중 성명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 이동섭 신임 KBS 경영본부장. ⓒKBS  
 
이동섭 경영본부장도 그동안 KBS 내에서 특별히 흠결이 있는 인사가 아니어서 무난하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향후 구조조정 실행의 악역을 담당할 가능성이 높아 사원들과 적잖은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본부장은 현 김성오 사무국장 이전에 KBS 이사회 사무국장을 지낸 바 있다.

경영본부의 한 중견 사원은 "이 본부장은 특별히 하자가 없고 자기색깔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사원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온 사람"이라면서도 "윗사람의 지시를 거부하는 성격도 아니어서 향후 구조조정 방침을 그대로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노무주간을 담당하면서 같은 경영파트 출신으로 향후 구조조정을 포함한 KBS 경영문제를 총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류광호 부사장이 있는 상태에서 경영본부장의 운신 폭 자체가 좁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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