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영과 홍정욱은 한나라당의 주목받는 국회의원이다. 주 의원이 과거 여러 가지 문제로 언론의 가십거리에 올랐다면 홍의원은 최근 매스컴을 통해 보폭을 넓혀가다 암초에 부딛혔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성난 불심(佛心)에 직면해서 마땅한 대안을 찾지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상황에서 두 사람은 서로 상반된 모습을 보여줬다. 한나라당 당대표조차 이 대통령에 건의다운 건의 하나 올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 의원은 용기없이는 제안할 수 없는 해법을 청와대에 직접 내놨다.

주 의원은 지난 9월2일 당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어청수 경찰청장의 부적절한 처신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어 청장은 당장 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며 나름대로 논리적 근거를 제시했다.

   
  ▲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왼쪽), 홍정욱 의원.  
 
주 의원은 "단순히 지난 7월29일의 총무원장 차량 검문과 관련한 문제 때문에 사퇴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당시 사건은 고의성이 없고, 그동안 여러 차례 직접사과를 한 것에 나름대로 진정성이 있다고 본다"며 "정작 큰 문제는, 어 청장이 지난 6월24일 '제4회 전국경찰복음화 금식대성회' 광고지에 조용기 목사와 나란히 상단에 자리한 모습의 사진이 실리게 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주 의원은 "지금 종교편향 문제를 지적하는 불교계의 분노를 마주하는 대통령과 정부의 모습에서, 촛불시위 때와 마찬가지로 안이하고 무사안일한 자세가 읽힌다"면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해 또다시 국정에 심각한 위기를 자초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며 청와대의 미온적 대처에 불만을 표시했다.

한나라당의 내로라하는 최고위원, 다선의원 그 누구도 감히 대통령에게 민의를 대변해서 건의다운 건의조차 하지못하는 상황에서 주 의원의 이런 제안과 비판은 돋보였다. 그는 “대통령의 사과는 빠를수록 좋다. 그래야 특정종교를 믿는 공직자는 물론이고 대통령에게 과잉충성하려는 일부 몰지각한 인사들이, 종교를 앞세워 대통령에게 아첨하려는 언동을 방지할 수 있다" 등의 주장으로 이명박 정부의 불교계에 대한 대응 흐름을 일시에 바꿔놓았다. 그제서야 당 차원에서 뒤늦게 경찰청장 교체와 대통령의 유감표명 등을 건의했다는 소식이다.

당에 참신한 초선 국회의원들도 있고, 최고위원의 타이틀을 달고 거들먹거리는 다선 의원님들도 계시지만 그들은 정작 필요할 때 침묵했다. 민의를 대변한다는 국회의원이 민의를 무시할 때 그 금배지는 부끄러운 상징 마크가 될 뿐이다. 초선 때부터 이 눈치 저 눈치나 살피며 개인 홍보에 열을 올리는 식이라면 크게 기대할 것이 없다.

배우 남궁원의 아들로 하버드 대학 출신인 홍정욱 의원은 9월3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9개국 여성과 데이트했다는 말이 있던데 사실이냐?"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즐기기 위해 데이트를 한 것은 아니고, 대한민국 대표선수라는 생각으로 한국 남성의 위상을 세우기 위해 만났다"고 답했다.

촉망받던 초선 국회의원의 답변치고는 상식이하에 기대이하였다. 청와대의 고민은 곧 집권 한나라당의 고민이다. 같은 당의 한 의원은 청와대의 현안에 대해 고심에 찬 제안을 하는 마당에 방송에 출연해서 늘어놓는 답변치고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방송출연 자체를 문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답변의 진정성이나 거짓, 위선이 문제라는 것이다.

‘여성과의 데이트를 대한민국 대표선수라는 생각으로 한국 남성의 위상을 세우기 위해’라는 답변에 남성의 한 사람으로 기가 막힌다. 더구나 그가 초선의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에 실망을 넘어 절망하게 된다. 미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미국사회에서 공직자나 국회의원들의 거짓말이 어떤 징벌을 받는지 그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여성과 개인적으로 은밀한 데이트를 하면서 스스로 마치 국가대표 선수가 무슨 올림픽 종목에 출전한 것처럼 ‘위상’운운 한다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그가 9개국 여성과 데이트했다고 해서 그 어느 남성이 국위 선양했다고 박수를 칠 것인가. 남궁원씨조차 그의 이런 말과 행동에 찬사를 보낼까.

농담이든 허풍이든 위선이든 국회의원이 방송에 출연해서 이렇게 노닥거리고 있을 때 한국 정가가 얼마나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지, 경제는 ‘9월 위기설’로 서민들의 가슴은 무너지고 있는지 상상이라도 해봤을까.

일류대학 출신, 아버지의 후광, 급출세의 진기록이 홍의원을 너무 기고만장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 홍 의원이 18대 총선 예비후보 등록 선거 홍보물에 기재한 미국 하버드대 유학시절 수상한 3개의 상중 '토마스 훕스상' 부분이 허위라는 최근 1심 법원 판결이 나왔음에도 너저분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법원은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벌금 80만 원만 선언한다고 관용을 베풀었다. 법조차도 국회의원 앞에서는 이렇게 솜방망이처럼 물러지니 홍 의원의 앞날은 거칠 것이 없어보인다.

그러나 그에 대한 평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언론은 하버드대의 허상에서 벗어나 국회의원 개개인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해주기 바란다. 용기가 필요할 때 민의를 대변할 수 없는 국회의원은 무늬만 국회의원일 뿐이다.

주 의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홍의원의 경거망동에 국민적 분노를 전한다.

   
 
 
김창룡 교수는 영국 런던 시티대학교(석사)와 카디프 대학교 언론대학원(박사)을 졸업했으며 AP통신 서울특파원과 국민일보 기자,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 등을 지냈다. 현재 인제대학교 언론정치학부 교수 겸 국제인력지원연구소 소장으로 재직중이다. 1989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1991년 걸프전쟁 등 전쟁 취재 경험이 있으며 '매스컴과 미디어 비평' 등의 저서와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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