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순 사장의 KBS가 사장 취임 사흘 만에 그동안 방송장악 저지 투쟁을 벌이던 사원들에 대해 징계 경고 공문을 내리는등 본격적인 ‘반대자 제거’ 작업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있다.

미디어오늘이 2일 입수한 ‘복무관리 철저’라는 제목의 공문에 따르면 KBS는 “최근 사장 임명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이 법과 규정을 일탈하는 과격한 시위를 해 근무기강이 문란해짐은 물론 조직 안정까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일부 직원들은 사장 취임 후에도 근무질서 문란행위를 지속하고 있어 이에 직원들이 지켜야할 근무지침을 다시 통보하니 전직원은 이행에 만전을 기하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 KBS이병순 신임사장이 첫 출근하던 지난달 27일 KBS사원행동의 김현석 대변인(오른쪽)과 양승동 공동대표가 서울여의도 KBS사옥 앞에 연좌해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공문은 크게 △사장 출근·이사회 회의 등 정당한 업무수행 방해행위 금지 및 위반자는 제반규정에 따라 엄중 조치 △근무시간중 노동관계법, 단체협약에 위반되는 집회 참여금지 △각종 근태사항의 보고철저 △부서장의 복무관리 철저 등을 이행토록 지시했다.

사장 출근이나 이사회와 관련해 업무방해나 사내 기물 파손 등 불법행위에 대해 공문은 사규 및 관련 법률에 의거 징계 등 불이익 제재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KBS의 근무협조나 승인이 없는 각종 활동의 경우 근무시간 중 참가자체를 불허하고, 근무시간 중 무단이석도 금지하겠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한 PD는 이날 “사원행동을 겨냥한 것으로 현재 임의단체여서 ‘농성’ ‘집회’ 등 행위에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한 사원은 “아무리 일부 사원을 압박하더라도 공영방송을 사수하기 위한 행동이 위축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KBS 관계자는 “하절기, 추석연휴 등 1년에 3∼4차례는 하는 것으로 형식적이라도 업무기강을 세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특정 인사를 겨냥해서 하려는 것은 아니다. 내부탄압으로 볼 일은 아니다. 아직까지 징계한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그러나 지난 7월 전결된 ‘복무기강 확립’ 공문에는 △출퇴근 시간 준수 △방송사고 예방 △휴가철 업무공백 방지 등이 주요 내용이었고, 지난달 정연주 사장 해임 사태가 있고 난 후 발송된 ‘복무기강 철저’ 공문에도 △물리적 행동 자제 △근무시간 집회 참가금지 등 규정 준수를 당부했을 뿐 징계나 인사 상 불이익 방침과 같은 언급은 없었다. 이번 공문에서처럼 ‘일부 직원들은 법과 규정을 일탈하는 과격한 시위를 해 근무기강이 문란해졌다’는 등의 특정 사원을 겨냥한 듯한 대목도 과거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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