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의 부당한 국가권력을 통한 KBS 사장 해임과 임명과정에 맞서 170명의 젊은 KBS 기자들이 깃발을 올렸다.

KBS 입사 1∼9년차(공사 26∼34기) 기자 170명은 방송의 날인 3일 낮 12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2층 민주광장에서 '방송독립을 위해 싸우는 KBS 젊은 기자들'이라는 모임을 결성해 "우리는 끝까지 싸우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을 걸고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KBS 젊은 기자 170명 '방송독립 쟁취' 깃발 올리다

   
  ▲ KBS의 젊은 기자 170명이 3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2층 민주광장에서 '이병순 사장을 인정하지 않겠다'며 방송독립을 쟁취하는데 앞장서겠다는 결의를 다지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프레시안 채은하 기자.  
 
이들은 "KBS 젊은 기자 방송독립 쟁취하자" "방송장악 시도하는 MB정권 각오하라" "언론장악 웬 말이냐 관제사장 물러가라" "땡전 뉴스 거부한다"라며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이날 발행한 특보 'KBS 사태를 바라보는 젊은 기자들의 결의'에서 이명박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의 소산인 지난 한 달간의 사장 교체과정에서 임명된 이병순 사장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이 사장에 대해 '선배로서 부끄럽지 않느냐'고 정면 비판했다.

"우리는 이병순 선배를 신임 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 이병순 선배는, 18년 만에 KBS에 경찰력을 동원해 사장 해임안을 처리하고, 절차와 상식을 무시하며 폭거를 자행한 KBS 이사회가 사장으로 선출한 인물이다. 이 선배가 진심으로 KBS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고 공영방송 기자 출신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면 KBS 구성원 대부분이 인정하지 않는, 수치스러워하는 현 이사회의 사장 공모 절차에 응모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병순 선배는 지난 한 달간 벌어졌던 일련의 과정이 현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음모'의 소산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자신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에 대해 KBS 선배로서 부끄럽지 않은가."

방송의 날 KBS 기자들 170명  "이병순 인정않겠다…유재천 퇴진·노조 총회 요구"

이들은 또 취재·제작자율성 침해에 대해서도 큰 우려를 나타냈다. 이 사장이 취임사에서 '기획 단계에서부터의 사전 게이트 키핑' '제작진과 출연진의 자율적 내부규제' '일부 프로그램의 존폐 검토' 등을 밝힌 데 대해 "이 사장의 이러한 발언은 어느 직종보다 취재 제작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할 보도본부 기자들에게는 치명적"이라며 "신뢰도 1위, 영향력 1위 KBS를 헐뜯기 위해 수구언론이 집요하게 설파해온 주장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 KBS의 젊은 기자들. ⓒ프레시안 채은하 기자  
 
이들은 유재천 이사장과 이사회에 대해서도 사퇴와 해체를 촉구했다. 이들은 "유재천 이사장이 경찰의 힘을 빌려 KBS를 욕보인지 한 달이 다 돼간다. 청와대 권력 핵심의 의중을 받들어 어용 이사들을 데리고 서울 시내를 전전하며 새 사장 임명 제청 절차를 진행하느라 고생했다"며 "하지만 그것으로 당신 할 일은 끝났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유 이사장을 비롯한 6인의 어용 이사들이 KBS에 행한 폭거를 똑똑히 잊지 않고 있다"며 "하루 빨리 이사직에서 물러나고 이사회를 해체해서 당신들의 인생에 있어 가장 수치스럽게 기록될 시기를 단축하기를 충고한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KBS 노동조합)가 이 사장을 낙하산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파업을 안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노조 지도부가 요구해온 사추위 등 사원 참여방식을 배제한 채 이사회의 파행적인 비공개 밀실 논의를 통해 선출된 인물"이기 때문에  "신임 사장은 그동안 노조 지도부가 반대해왔던 낙하산 사장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노조에는 '조합원 총의를 수렴할 수 있는 논의의 장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선배들, 우리 싸움에 동참해주십시요"

이들은 또 패배주의적이거나 주저하고 있는 자신의 선배들에 대해서도 동참을 호소해 눈길을 끌었다.

"우리는 KBS가 어떠한 권력과 대자본이라고 해도 이른바 '팩트'가 옳다면 가감없이 비판할 수 있는 곳이라는 선배들의 말을 믿고 따라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이명박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의도에 저항하지 않는다면 이런 믿음은 허물어질 것이라는 걱정이 앞섭니다. 때문에 오늘 저희들이 나서게 된 것입니다. 역사와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은 공영방송 KBS 기자로서의 자존을 지키는 길에 동참해줄 것을 부탁드린다."

국민들에게도 길고 험난한 싸움이 될 것 같다며 따뜻한 성원을 부탁한다고 밝혔다.

이날 자유발언에 나선 젊은 기자들은 정권의 방송장악 음모에 맞서 앞장서 싸우겠다며 더욱 투쟁의 의지를 다졌다. 막내인 조지현 기자는 "선배들이 함께 하자고 했을 때 두려움이나 망설임이 전혀 없었고, 걱정도 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선배들이 뭘 하든 (공영방송 사수를 위해)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8일 사내 경찰력이 난입한 날 베이징에 있었다는 이재석 기자는 "내 첫 출장이 우울하고 최악인 출장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내 조카마저 정권이 입맛에 안 맞는 사장을 내쫓고 새 사장을 앉혔다고 말할 정도로 삼척동자도 정권의 방송장악 음모를 꿰뚫고 있다"며 "그런데 보도국은 어떤가. '과거에는 안 그랬나'하는 자조섞인 푸념과 패배주의가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170명의 오늘의 다짐은 향후 전개될 치열한 충돌과정에서 소중한 밑거름과 토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 보도국에 '과거엔 안그랬나' 패배주의" "국민이 무서워 이 자리에 나섰다"

이 기자는 "국민들은 이미 '새 사장이 들어오니 KBS 기자와 PD라는 사람들이 납작 엎드렸군'하며 조소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그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우리가 입신양명을 위해 KBS에 들어온 게 아니지 않느냐. 함께 소통하고 힘이 되어 주자"고 독려했다.

신봉승 촬영기자도 "지난 5월30일 촛불집회 취재를 하면서 경찰한테 맞았다. 시위대가 서울 동십자각에서 물대포를 맞을 때, (우리 취재진은) 취재거부하던 그들을 겨우 설득했다. 그때 느꼈던 것은 국민의 소리를 전하는 일을 게을리하면 국민이 우리에게 등을 돌리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국민이 던지는 따가운 시선이 더 겁난다. (국민이) 그러지 않기를 바라면서 이 자리에 섰다. KBS 카메라를 들고 일하면서 창피하지 않고자 함"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특보 전문이다.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에 몸담고 있는 우리 젊은 기자들은 최근 KBS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습니다.

감사원과 검찰이 앞장선 KBS에 대한 압박, 경찰력을 동원한 KBS 이사회의 사장 해임, 어용 이사회에 의한 이병순 신임 사장의 취임 등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가슴 한 구석에 응어리가 졌습니다. 공영방송 기자로서의 자존심에 심한 상처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상처로만 끝날 것 같지 않습니다. 당연하게 누리고 있던 취재·제작의 자율성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공영방송 기자로서 양심의 소리에 따라 행동으로 나서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방송의 날을 맞아 2000년 이후 KBS에 입사한 우리 젊은 기자들의 결의를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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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순 신임 사장을 우리는 인정할 수 없다.

우리는 이병순 선배가 정치권에 몸을 담은 것도 아니고 도덕적으로 큰 하자가 있는 인물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병순 선배를 신임 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

이병순 선배는, 18년 만에 KBS에 경찰력을 동원해 사장 해임안을 처리하고, 절차와 상식을 무시하며 폭거를 자행한 KBS 이사회가 사장으로 선출한 인물이다.

이 선배가 진심으로 KBS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고 공영방송 기자 출신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면 KBS 구성원 대부분이 인정하지 않는, 수치스러워하는 현 이사회의 사장 공모 절차에 응모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병순 선배는 지난 한 달간 벌어졌던 일련의 과정이 현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음모’의 소산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자신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에 대해 KBS 선배로서 부끄럽지 않은가?

독(毒)나무에서 열리는 과실은 그 자체가 하나의 독(毒)일 뿐이다.

■ 취재·제작의 자율성은 우리에게 목숨과도 같다.

이병순 선배의 취임사에 우리는 주목한다. 이 선배는 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 확보를 위해 ‘기획 단계에서부터의 사전 게이트 키핑’을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이 선배는 ‘제작진과 출연진의 자율적 내부 규제’를 강조했고 ‘일부 프로그램의 존폐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장의 한 마디는 본부장과 팀장, 데스크를 통해 내려오면서 확대 재생산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사장의 이러한 발언은 어느 직종보다 취재 제작의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할 보도본부 기자들에게는 치명적인 발언이다.

무엇보다 이 선배의 발언은 신뢰도 1위, 영향력 1위 KBS를 헐뜯기 위해 수구언론이 집요하게 설파해 온 주장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

■ 유재천 이사장은 사퇴하고 이사회를 해체하라.

유재천 이사장이 경찰의 힘을 빌려 KBS를 욕보인 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청와대 권력 핵심의 의중을 받들어 어용 이사들을 데리고 서울 시내를 전전하며 새 사장 임명 제청 절차를 진행하느라 고생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당신이 할 일은 모두 끝났다. 우리는 유재천 이사장을 비롯한 6인의 어용 이사들이 KBS에 행한 폭거를 똑똑히 잊지 않고 있다. 하루 빨리 이사직에서 물러나고 이사회를 해체해서 당신들의 인생에 있어 가장 수치스럽게 기록될 시기를 단축하기를 충고한다.

■ 노동조합 지도부는 ‘조합원 비상총회’를 개최하라.

노동조합 지도부는 이병순 선배를 낙하산 사장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때문에 85% 이상 조합원들이 찬성한 ‘낙하산 사장 반대 총파업 결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신임 사장은 그동안 노조 지도부가 요구해 온 ‘사장추천위원회’ 등 사원 참여 방식을 배제한 채, 이사회의 파행적인 비공개 밀실 논의를 통해 선출된 인물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신임 사장의 취임사는 공영방송을 바라보는 현 집권층과 수구언론의 천박한 인식과 큰 차이가 없다. 때문에 신임 사장 역시 그동안 노조 지도부가 반대해 왔던 낙하산 사장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뜻을 받아들여야 한다. 하루 빨리 노조가 조합원의 총의를 수렴할 수 있는 논의의 장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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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본부 선배들에게 부탁드립니다. 오늘 우리는 어떤 정치적 견해나 목적을 위해 나선 것이 아닙니다. 우리 젊은 기자들은 입사 후 지금까지 KBS가 어떠한 권력과 대자본이라고 하더라도 이른바 ‘팩트’가 옳다면 가감없이 비판할 수 있는 곳이라는 선배들의 말을 믿고 따라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이명박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의도에 저항하지 않는다면 이런 믿음은 허물어질 것이라는 걱정이 앞섭니다. 때문에 오늘 저희들이 나서게 된 것입니다. 역사와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은 공영방송 KBS 기자로서의 자존을 지키는 길에 동참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국민들에게도 부탁드립니다. 지금의 KBS가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100% 수행하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씀드리기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과거 이른바 ‘땡전뉴스’를 반복하던 정권의 나팔수에서 벗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부자든 서민이든, 권력을 가진 이든 힘없는 약자이건 똑같이 내주시는 2500원 수신료의 가치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런 부단한 노력 끝에 신뢰도와 영향력 1위 언론사로 거듭났습니다.

오늘 저희들은 국민들이 주시는 소중한 수신료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싸움에 나섰습니다. 20년 가까이 조금씩 쌓아올린 소중한 공영방송의 가치가 무너져버리는 최근의 사태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싸움은 길고 험난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멈추지 않겠습니다.
저희들의 싸움에 따뜻한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 방송의 날, 방송독립을 위해 싸우는 KBS 젊은 기자 일동.(170명, 가나다 순)
강성원 강수헌 강정훈 강탁균 고영민 고은희 고진현 공웅조 곽선정 구경하 권태일 김경래 김경수 김경진 김계애 김기범 김기중 김기현 김대영 김도영 김동욱 김민경 김민경 김민아 김민철 김상민 김  석 김성주 김성한 김성현 김세정 김시원 김연주 김영인 김  웅 김재노 김정은 김종수 김준범 김중용 김지선 김진희 김태석 김태현 김해정 김희용 남승우 노윤정 노준철 노태영 류  란 류성호 박경호 박미영 박병규 박상용 박상현 박상훈 박석호 박선우 박선자 박영하 박원기 박은주 박중석 박지은 박  현 범기영 변진석 서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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