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순 사장의 KBS가 이 사장 취임 사흘 만에 그동안 방송장악 저지 투쟁을 벌이던 사원들에 대해 징계 경고 공문을 하달하는 등 본격적인 '반대자 제거'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이 공문 내용에는 올해 들어 통상적으로 전달한 복무기강 확립 공문과 달리 '특정행위'를 거론하고 '의법처리' '징계' 방침 등의 강성 표현이 들어있어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을 겨냥한 것이라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KBS 복무지침 하달 "과격시위 근무기강 문란…직원 근무지침 이행" 통보

   
  ▲ 이병순 KBS 사장.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KBS 노동조합)  
 
이날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복무관리 철저'라는 제목의 공문에 따르면 KBS는 "최근 사장 임명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이 법과 규정을 일탈하는 과격한 시위를 해 근무기강이 문란해짐은 물론 조직 안정까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일부 직원들은 사장 취임 후에도 근무질서 문란행위를 지속하고 있어 이에 직원들이 지켜야할 근무지침을 다시 통보하니 전직원은 이행에 만전을 기하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공문은 크게 △사장 출근·이사회 회의 등 정당한 업무수행 방해행위 금지 및 위반자는 제반규정에 따라 엄중 조치 △근무시간중 노동관계법, 단체협약에 위반되는 집회 참여금지 △각종 근태사항의 보고철저 △부서장의 복무관리 철저 등을 이행토록 지시했다.

사장 출근이나 이사회와 관련해 업무방해나 사내 기물 파손 등 불법행위에 대해 공문은 사규 및 관련 법률에 의거 징계 등 불이익 제재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KBS의 근무협조나 승인이 없는 각종 활동의 경우 근무시간중 참가자체를 불허하고, 근무시간중 무단이석도 금지하겠다고도 했다.

"사장출근·이사회 방해 엄단…근무시간중 집회 금지…근무태만 보고철저"

공문은 또, 부서장에게는 근무지침 준수여부를 철저히 관리하고, 부적절한 표현·비방·명예훼손 등 소속직원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게시물도 자제시킬 것을 요청했다.

   
  ▲ 이병순 KBS 사장이 취임한지 사흘만인 지난달 29일 KBS가 사원들에게 발송한 공문.  
 
이를 두고 한 사원은 "공영방송이 권력에 의해 장악되는 것을 우려해 몸을 던져 지켜내겠다고 나선 사원들에게 불법과 규정위반이라는 멍에를 씌워 제거하겠다는 것"이라며 "아무리 일부 사원을 압박하더라도 공영방송을 사수하기 위한 행동이 위축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KBS 쪽은 통상적으로 해오던 복무기강 확립의 의미라며 특정사원을 표적으로 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사원들 "공영방송 지키려는 직원 불법 덧씌워 제거의도" KBS "업무기강 확립 당연"

KBS 관계자는 "하절기, 추석연휴 등 1년에 3∼4차례는 하는 것으로 형식적이라도 업무기강을 세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특정 인사를 겨냥해서 하려는 것은 아니다. 내부탄압으로 볼 일은 아니다. 아직까지 징계한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그러나 지난 7월 전결된 '복무기강 확립' 공문에는 △출퇴근 시간 준수 △방송사고 예방 △휴가철 업무공백 방지 등이 주요 내용이었고, 지난달 정연주 사장 해임 사태가 있고난 후 발송된 '복무기강 철저' 공문에도 △물리적 행동 자제 △근무시간 집회 참가금지 등 규정 준수를 당부했을 뿐 징계나 인사상 불이익 방침과 같은 엄포용 언급은 없었다. 이번 공문에서처럼 '일부 직원들은 법과 규정을 일탈하는 과격한 시위를 해 근무기강이 문란해졌다'는 등의 특정 사원을 겨냥한 듯한 대목도 과거엔 없었다.

다음은 전문이다.

복무관리 철저

최근 사장 임명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이 법과 규정을 일탈하는 과격한 시위를 하여 근무기강이 문란해짐은 물론 조직 안정까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부 직원들은 사장 취임 후에도 근무질서 문란행위를 지속하고 있어 이에 직원들이 지켜야할 근무지침을 다시 통보하니 전직원은 이행에 만전을 기하시기 바랍니다.
◇사장 출근, 이사회 회의 등 공사의 정당한 업무수행에 대한 방해행위 금지 및 위반자는 제반규정에 따라 엄중 조치
-업무방해, 사내기물 손괴행위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사규 및 관련 법률에 의거 징계 등 불이익 제재조치
◇근무시간중 노동관계법, 단체협약에 위반되는 집회 참여금지
-공사 근무협조 및 승인이 없는 각종 활동에 대해서는 근무시간중 참가불허
◇각종 근태사항의 보고철저
-근무시간 중 무단이석 금지
◇부서장의 복무관리 철저
-소속직원의 근무지침 준수여부를 철저히 관리
-부적절한 표현, 비방, 명예훼손 등 소속직원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게시물 자제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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