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순 사장의 취임에 따라 최근 사표를 제출한 진홍순 KBS 특임본부장이 2일 새 사장의 KBS 체제에 대해 "땡전뉴스의 회귀는 절대 막아야 한다"는 고언을 사내게시판에 밝혀 주목된다.

진 본부장은 이날 오전 사내게시판(KOBIS)에 올린 'KBS를 떠나며'라는 퇴사의 변에서 "공영방송 KBS가 더 이상 훼손돼서는 안 된다"며 "(KBS가) 이제 세계4대 공영방송이 된 것이 "그동안 많은 희생과 고난을 치른 대가였다. 우리 KBS 방송인들에게는 공영방송 그 자체가 바로 생명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진홍순 본부장 "땡전뉴스는 절대 막아야…그 폐해 온 몸으로 체험"

   
  ▲ 진홍순 KBS 특임본부장. ⓒ조인스 인물정보  
 
진 본부장은 "따라서 '땡전뉴스'의 회귀는 절대 막아야 한다"며 자신이 "'땡전뉴스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했던지를 온몸으로 체엄했다고 자부한다. 대머리 대통령의 모습을 가급적 정상인의 화면으로 담아내려는 무모하고도 코미디같은 고민들을 얼마나 많이 했느냐. 이 같은 노력 때문에 당시 (전두환) 대통령은 9시 뉴스시간만 되면 외빈과의 만찬도 중지하고 KBS 9시뉴스를 시청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전했다.

진 본부장은 당시의 경험담을 소개하기도 했다.

"야당 중진의원의 정부비판 발언을 정부찬양 발언으로 왜곡편집 보도해 정치부장 등 주요 간부들이 야당의원 자택까지 방문, 석고대죄의 예의를 갖추기도 했습니다. 청와대 비서관의 무지한 제안 한마디에 날밤을 새며 제작해야 했던 기획특집물들은 얼마나 많았던가요. KBS 사장을 한국의 괴벨스라고 매도하며 KBS 기자의 취재출입을 막았으며, 끝내 시청료 거부운동까지 벌이게 됐다."

진 본부장은 "이 모두가 지금은 소설같은 이야기로 들릴지 몰라도 신 '땡전뉴스'의 출현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해있고, 더욱 교묘하고도 다양한 방법, 디지털화된 수법으로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위협할 요소들은 오히려 더 많아졌다"며 "(KBS혁신 등에 대한) 외부의 논의에 대해 의혹의 시각으로 경계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비판발언→정부찬양으로 바뀌고…취재거부되고…소설같아도 땡전뉴스가능성 상존"

이를 위해 진 본부장은 "공영방송의 독립과 자율성 확보, 부당한 외압에 대한 저항은 최우선적으로 사장과 임원들이 담당해야 한다"며 국민의 정부 시절 동강댐 건설 반대프로그램을 청와대 실세들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방영강행을 결정한 사례를 전하면서 "이러한 결단들이 모아져 신뢰도 영향력 1위의 KBS가 자리잡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진 본부장은 "그러나 부당한 외부의 압력과 간섭을 원천봉쇄하는데는 공영방송 구성원 모두가 나서야 가능한 일"이며 "내부압력으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노조의 각성과 협조가 절대 필요하며, 그동안의 네거티브 정책에서 포지티브정책으로 전면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진 본부장은 방송환경 전환기에 KBS가 풀어야 할 난제들에 대해 해답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직종별 협회별 견제와 갈등속에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소통시키기 위한 대화의 광장을 노조가 앞장서 열어야 한다. 토론의 결론들을 경영진에 공개 제시하고 사장 추천임명시 그 실천능력 유무를 검증해야 한다. 이럴 경우 밀실추천, 외부인사 영입의 악순환은 자연히 소멸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제안했다.

"외부간섭 봉쇄에 사장·임원부터, 구성원 모두나서야…노조의 각성 협조도 절대 필요"

진 본부장은 대외특임본부장겸 수신료현실화 추진단장으로 1년9개월 동안 일하면서 수신료인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밝혀왔지만 5월 임시국회 이후 이사장 돌연사퇴→감사원 특감→정 사장 검찰소환 등 일련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이제야 사퇴의 변을 늘어놓게 됐다는 점도 덧붙였다.

다음은 진 본부장이 이날 오전 사내게시판에 올린 퇴사의 변 전문이다.

KBS를 떠나며

이제 저의 차례가 왔습니다.
거함 KBS호에서 하선해 돛단배에 몸을 싣고 망망 대해로 떠나려합니다.

방송기자 생활 32년,정년하고도 8개월이나 더 일할수 있었던 KBS의 따스했던 보금자리가 갈수록 그리워지겠지요. 그러나 지금은 뒤에 남은 선후배동료들의 안전문제도 걱정됩니다.

KBS호는 최근의 잇따른 풍랑속에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져있는 가운데 경영혁신등 크고 작은 암초들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극심한 내부분열 상태는 언제 선상반란으로 폭발할지 알수 없는 상황입니다.

해답은 하나,모두가 나서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이유불문 우선 모두 한몸이 되어 쏟아져 들어오는 바닷물을 막고 격랑을 헤쳐나가야 합니다.

공영방송 KBS가 더이상 훼손돼서는 안됩니다. 국민의 소중한 재산이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세계4대 공영방송 KBS가 됐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많은 희생과 고난을 치른 댓가였습니다. 민주화과정에서 감옥가고 병들고 심지어 숨진 동지들이 어디 한두명이었습니까

우리 KBS방송인들에게는 공영방송 그 자체가 바로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땡전 뉴스"의 회귀는 절대 막아야 합니다. 일선기자생활 대부분을 야성 정치권의 취재활동으로 보냈습니다.

"땡전 뉴스"폐해가 얼마나 심각했던지는 온몸으로 체험했다고 감히 자부합니다. 대머리 대통령의 모습을 가급적 정상인의 화면으로 담아내려는 무모하고도 코미디같은 고민들을 얼마나 많이 하였습니까. 이런 눈물어린(?) 노력끝에 당사자인 대통령은 9시 뉴스시간만 되면 외빈과의 만찬도 중지하고 kbs9시 뉴스를 시청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야당 중진 의원의 정부비판 발언을 정부찬양 발언으로 왜곡편집 보도해 정치부장등 주요 간부들이 야당의원 자택까지 방문, 석고대죄의 예의를 갖추기도 하였습니다.

청와대 비서관의 무지한 제안 한마디에 날밤을 새며 제작해야 하였던 기획특집물들은 얼마나 많았던가요. 야당은 kbs사장을 한국의 괴벨스라고 매도하며 kbs기자의 취재출입을 막았으며 끝내 시청료 거부운동까지 벌이게되었습니다.

재정적 독립을 마련해주지않았던 당시의 공영방송 제도에도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해마다 예산편성때면 공사 직원들은 경제기획원 예산담당 직원 집근처에 하숙방을 차려놓고 예산확보 로비활동을 벌여야했습니다. 공영방송의 독립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였던 것입니다.

지난해 수신료인상 추진과 함께 공공기관운영법 개정 투쟁을 노무현 대통령의 공개리 반대속에 전개하여야만 했던 절박한 사연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 모두가 지금은 소설같은 이야기로 들릴지 몰라도 신 "땡전뉴스"의 출현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해 있고 더욱 교묘하고도 다양한 방법,디지털화된 수법으로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위협할 요소들은 오히려 더 많아졌다고 봅니다.

자구노력,경영혁신,공영성 강화등이 공영방송의 당면과제라는 사실을 내부적으로 인정하면서도 이에 대한 외부의 논의에 대해서는 의혹의 시각으로 경계하여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공영방송의 독립과 자율성 확보,부당한 외압에 대한 저항은 최우선적으로 사장과 임원들이 담당해야 합니다.

국민의 정부 초기 서슬이 퍼런 시절 kbs가 동강댐 건설 반대 프로그램 방영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대립하였을 때 일입니다. 비서실장,정책수석,공보수석등이 모두 나서 대통령의 뜻이라며 방영계획취소를 요구하였습니다. 당시 정치부장인 제 자신조차도 일단유보를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장은 주요 임원들과  6시간의 숙의 끝에 방영강행을 결정하고 비서실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통보하였습니다. 동강댐 건설반대 자체가 옳은 일이었는지는 잘모르지만 공영방송 자율성을 지키기 위한 이러한  결단들이 모아져 신뢰도,영향력 1위의 현재 kbs가 자리잡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부당한 외부의 압력과 간섭을 원천 봉쇄하는데는 공영방송 구성원 모두가 나서야 가능한 일이라고 봅니다.

문민정부때 수신료의 전기료 병합 징수를 사실상 수용해준 최고 실세 정치인이 있었습니다. 이 정치인은 당시 kbs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의 출연을 위해 거액의 협찬금을 주선하였을 뿐 아니라

연설준비와 노래연습까지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연설과 노래를 하지못하게 되자 이는 대통령의 압력때문이라며 자해공갈단식의 큰 소동(?)을 일으켰습니다.

뒤에 알게된 일이지만 이 실세와 동향이었던 pd가  프로그램 포맷도 무시하고 무리한 요구도 수용가능한 것처럼 잘못 대응해온 것이 큰 화근이었습니다. 공영방송의 제작가이드라인 한 구절만이라도 사전 설명하였더라면 외압의 위기는 예방됐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공영방송은 내부압력으로 부터도 자유로워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노조의 각성과 협조가 절대 필요합니다. 노조는 그동안의 네거티브 정책에서 포지티브 정책으로 전면 전환해야 합니다.

작금 방송환경 전환기에서 kbs가 풀어가야 할 많은 난제들이 있습니다. kbs는 이에 대한 해답을 찾을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보지만 직종별 협회별 견제와 갈등속에 공론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따라서 이를 소통시키기위한 대화의 광장을 노조가 앞장서 열어야 합니다. 토론의 결론들을 경영진에 공개 제시하고 사장 추천 임명시 그 실천능력 유무를 검증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럴 경우 밀실추천,외부인사 영입의 악순환은 자연히 소멸하게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대외특임본부장겸 수신료현실화 추진단장으로 1년 9개월동안 일해왔습니다. 수신료인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일찌기 밝혔으나 5월 임시국회,이사장 돌연 사퇴,감사원 특감,정 사장 검찰 소환등 일련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이제야 사퇴의 변을 늘어놓게되었음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kbs는 내 개인의 소망과 가족의 행복,그리고 국가와 사회에 대한 이바지를 모두 이룰수 있는 3위1체적 존재였습니다. 이제 이를 해체하여야 할 운명에 이르렀습니다. 제2의 인생을 내 개인과 가족,국가와 사회  어느 곳을 위해 살아갈 것인지 차분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재직시 제가 선후배 동료들에게 마음상하게 한 일이 있었다면 이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앞으로 선후배들과 자주 만나 실컷 즐겨볼까 합니다. 실력이 모자라 평생 한이 맺힌 골프도 많이 치고 후배들과의 하프스윙도 마다하지않겠습니다. 그리고 35년간  멀리해 온 봉산탈춤도 놀아보겠습니다.

         낙양~동~천, 이~화정~

       2008,09.02 진홍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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