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적으로 비판받아왔거나 사회적 물의를일으키고도 변화하지 않은 프로그램의 존폐를 검토하겠다'는 이병순 KBS 사장의 발언에 대해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은 '조중동 등 특정 신문과 정부여당의 근거없는 주장을 그대로 반복한 수준으로 공감하기 어렵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이 사장의 말처럼 그동안 외부적 비판(조중동 한나라당)을 받아온 프로그램은 KBS <미디어포커스>와 <생방송 시사투나잇>, <시사기획 쌈> 등이다.

   
  ▲ 8월30일 방영된 KBS <미디어포커스>.  
 
이병순 존폐검토 프로 제작진 "조중동 주장 그대로 반복" 반박

특히 <미디어포커스>의 경우 조중동이 자사의 보도와 이념을 비판했다는 이유 등으로 수차례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미디어포커스>에서 2년 넘게 제작중인 김경래 기자는 지난 29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새 사장이 취임사에서 언급한 한 문장에 대해 논문을 써서 대응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본다"면서도 "그 언급은 그동안 조중동이 주장해온 근거없는 논리를 반복한 수준이며, 진지한 질문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 기자는 "과연 편향됐다면 무엇이 편향됐는지 정확히 밝혀주면 제대로 반박할 수 있다"며 "또 우리가 왜 이런 프로그램을 해왔는지 제시하겠지만 (사장의) 지금의 주장은 우리가 특별히 대답할 수준도 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김 기자는 "좀더 구체적인 입장이 나오는 것을 대비해 제작진의 대응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디어포커스> "근거없는 조중동 논리 반복, 진지하지도 않아…향후 대응책 준비중"

한편, 지난 19일 사설을 통해 <미디어포커스>를 두고 "과거 몇 년간 그렇게 권력비판 언론을 물어뜯으면서 좌파 신문이나 방송을 비판하는 내용은 단 한 건도 보도하지 않았"으며 "권력의 충견이란 말은 KBS의 <미디어포커스> 같은 프로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비난한 조선일보에 대해 제작진은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를 신청해 최근 '조선일보가 비공개를 전제로 유감을 표명'하는데 상호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방송 시사투나잇>팀도 이 사장의 주장에 대해 공감하기 어렵다며 향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사투나잇>의 중견 PD는 "우리 프로그램은 다른 뉴스와 달리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쪽에 관심을 두려했기 때문에 주류(기득권층)에서 볼 때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지만 편향적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특히 아이템이나 주제 선정에 있어 자율적인 시스템으로 운영하는등 '제작의 자율성'도 보장된 프로그램에 대해 그런 평가를 하는 것은 전혀 공감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시사투나잇> "사회약자 시각 보도가 편향적? 공감하기 어려워" <쌈> "우리는 폐지대상 아니다"

   
  ▲ KBS <생방송 시사투나잇> 홈페이지.  
 
이 PD는 "KBS가 사장 한 사람에 의해 그렇게 프로그램이 존치 폐지되는 조직도 아니지만 향후 사장의 의도를 좀더 지켜볼 것"이라며 "지난 번 취임사의 발언은 우리가 대응하기도 힘들 정도로 간단한 얘기에 불과하다. 좀 더 중요한 의견교환과 토론을 할 것이며, 이후 우리가 구체적이고 단호한 얘기를 할 기회가 올 것"이라고 밝혔다.

<시사기획 쌈> 제작진은 이에반해 폐지대상 프로그램에 <쌈>이 포함될 것이라는 언론보도 자체가 잘못됐을 것이라며 의아해하는 분위기다. 김종명 선임기자는 "쌈이 외부에서 존폐논란을 벌였을 정도의 보도를 한 적도 없는데 왜 자꾸 쌈이 거론되는지 이해할 수 없고, 매우 의아하다"며 "안팎에서 다소 과장되게 해석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병순 사장은 지난 27일 취임사에서 "선정성이나 특정 이념에 여과 없이 노출되는 실수들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사전사후 심의제도를 철저히 운영하겠다"며 "지금까지 대내외적으로 비판받아 온 프로그램,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도 변화하지 않은 프로그램은 존폐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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