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전 KBS 사장의 해임과 이병순씨의 사장 입성 과정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KBS 노동조합)가 취한 입장에 대해 새언론포럼이 29일 "공영방송 사수투쟁을 외면했다"며 "자신들의 비겁한 선택이 가져올 후과를 뼈저리게 후회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새언론포럼(회장 최용익)은 이날 성명을 내어 정부 국가기관을 총동원해 정연주 사장을 쫓아내고 입맛에 맞는 이병순씨를 낙하산 사장으로 임명한 것과 관련해 "그동안 위태롭게 유지되어오던 KBS의 정치적 독립성은 무너졌으며 역사는 1990년 4월투쟁 이전으로 후퇴했다"며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는 데는 KBS 노동조합의 기만적 술책과 기회주의적 처신이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 박승규 전국언론노조 KBS본보장(KBS 노동조합 위원장). 이치열 기자  
 
새언론포럼은 "KBS 노조는 끝내 촛불을 배척하고 사내의 양심적인 목소리에도 귀를 막은 채 공영방송 사수투쟁을 외면했다"며 "낙하산 사장을 저지하는데 총력을 경주하겠다던 박승규 노조 집행부의 허언은 백일하에 거짓말로 드러났다. 청와대의 하수인에 불과한 KBS 이사회와 공모해 낙하산 사장을 모셔오는데 앞장섰으면서도 KBS 출신 선배는 낙하산이 아니라는 해괴한 논리를 내세워 85%의 압도적인 지지로 가결된 조합원들의 파업의지마저도 무참히 꺾어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언론포럼은 "참으로 부끄럽다"며 "박승규 집행부는 지난 20년간 연면히 이어져 내려온 언론노조의 민주언론 수호투쟁과 KBS의 방송민주화 투쟁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자신들의 비겁한 선택이 가져올 후과를 뼈저리게 후회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 이병순 신임사장의 취임식이 있던 27일 오전 8시경 철거되는 KBS노조의 현수막. 이치열 기자 truth710@  
 

새언론포럼은 이에 반해 "KBS 사내 양심세력이 뭉친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이 KBS인들의 영혼에 각인된 4월투쟁 정신을 일깨워 마침내 이번 투쟁을 승리로 이끌 것임을 확신한다"며 "아울러 '사원행동'의 의로운 투쟁에 뜨거운 지지와 연대의 뜻을 보내며 현 정권의 언론장악기도에 맞서 현업 언론인들과 시민사회단체들과 더불어 끝까지 함께 할 것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새언론포럼의 성명 전문이다.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사원행동’의 투쟁을 적극 지지한다
-KBS노조 박승규 집행부는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한국 제1의 공영방송 KBS는 결국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하는 것인가. 정확하게 18일만에 이명박 정권은 KBS 사장을 갈아치웠다. 국가기관을 총동원해 정연주 사장을 쫓아내고 입맛에 맞는 이병순씨를 낙하산 사장으로 임명하는데 성공했다. 그동안 위태롭게 유지되어오던 KBS의 정치적 독립성은 무너졌으며 역사는 1990년 4월투쟁 이전으로 후퇴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는 데는 KBS 노동조합의 기만적 술책과 기회주의적 처신이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우리는 석 달 전인 지난 5월 27일, KBS 노조에 정연주 사장 퇴진이 아니라 방송장악저지 투쟁에 나설 것을 간곡하게 호소한 바 있다. 정권이 획책하는 정연주 사장 강제퇴진의 사회적 의미를 깨닫고 촛불로 상징되는 민주세력과 함께 공영방송 장악기도를 저지하는데 나서달라는 염원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KBS 노조는 끝내 촛불을 배척하고 사내의 양심적인 목소리에도 귀를 막은 채 공영방송 사수투쟁을 외면했다. 낙하산 사장을 저지하는데 총력을 경주하겠다던 박승규 노조 집행부의 허언은 백일하에 거짓말로 드러났다. 청와대의 하수인에 불과한 KBS 이사회와 공모해 낙하산 사장을 모셔오는데 앞장섰으면서도 KBS 출신 선배는 낙하산이 아니라는 해괴한 논리를 내세워 85%의 압도적인 지지로 가결된 조합원들의 파업의지마저도 무참히 꺾어버린 것이다.

참으로 부끄럽고도 부끄럽다. 박승규 집행부가 저 빛나는 4월투쟁을 이끌었던 KBS 노조의 후배들이 맞기는 한 것인가. 지난 20여 년 동안 각 언론사 노조와 언론노련, 언론노조의 집행부 활동을 했던 우리들은 선배로서 언론노조 활동을 지지해온 국민들 앞에 얼굴을 들기 힘들게 됐다.

박승규 집행부는 지난 20년간 연면히 이어져 내려온 언론노조의 민주언론 수호투쟁과 KBS의 방송민주화 투쟁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자신들의 비겁한 선택이 가져올 후과를 뼈저리게 후회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KBS 노조 집행부의 변절에 절망하면서도 우리는 또 다른 희망을 발견한다. KBS내 양심세력이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사원행동'(이하 '사원행동')으로 뭉친 것이다. 민주노조의 정통성을 계승한 '사원행동'이 노조를 대신해 공영방송 사수투쟁을 힘차게 전개하고 있다.

우리는 '사원행동'이 KBS인들의 영혼에 각인된 4월투쟁 정신을 일깨워 마침내 이번 투쟁을 승리로 이끌 것임을 확신한다. 아울러 ‘사원행동’의 의로운 투쟁에 뜨거운 지지와 연대의 뜻을 보내며 현 정권의 언론장악기도에 맞서 현업 언론인들과 시민사회단체들과 더불어 끝까지 함께 할 것임을 선언한다.

2008년 8월 29일 새언론포럼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