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KBS 이병순 사장의 취임에 항의하는 사원들과 이를 제지하는 안전관리팀 소속 청경들의 몸싸움 과정에서 일부 청경과 노사협력팀 간부가 사진·취재 기자들을 폭행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기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날 오전 9시50분께 KBS 안전관리팀 청경과 직원 100여 명은 이 사장이 서울 여의도 KBS 본관 1층 주차장 앞에서 하차한 뒤 걸어나오자 이 사장을 몸으로 둘러싸고 사원들의 접근을 막았다. 사원들과의 실랑이 끝에 이 사장은 청경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본관 2층 로비를 통해 오전 10시로 예정된 취임식 시간에 늦지 않게 취임식장(2층 TV공개홀)으로 들어갔다.

노사협력팀 간부, 미디어오늘 사진기자 밀치고 팔 꺾어…청경은 머니투데이 기자 멱살잡이

이 사장이 취임식장에 도착하자 청경들은 일제히 TV공개홀로 향하는 통로를 자동철문(셔터)과 방화문으로 폐쇄했다. 그러나 일부 사원이 2층 시청자견학홀 쪽으로 통하는 길을 막던 자동철문을 들어올리고 들어가자 일부 사진기자들도 따라들어갔다. 이 과정을 채증하고 있던 청경에게 사원들이 "찍지 말라"며 항의하자 순식간에 5∼6명의 사원과 청경이 몸싸움을 벌이는 상황이 됐다.

이 때 가장 가까이 있던 본지 이치열 기자는 오전 10시10분께 사진 취재에 들어가다 KBS 간부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 지난 27일 이병순 신임 KBS 사장 취임첫날 서울 여의도 본관 2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KBS 노사협력팀 간부가 본지 사진기자(오른쪽)의 취재를 방해하며 팔을 비틀고 있는 장면. ⓒ노컷뉴스 한재호 기자  
 
이 기자는 "촬영을 하고 있는데 노사협력팀 간부인 신아무개씨가 '찍지 말라'며 어깨와 가슴을 두 차례 밀어 제지하기 시작했다. '왜 취재 방해를 하느냐'고 하자 신씨는 언성을 높이면서 두 손으로 카메라를 밀어젖혀 카메라가 콧등에 부딪혔다"고 설명했다. 이 기자는 이어 "주변에서 이를 본 청경들이 신씨를 데려가려 하자 내가 신씨에게 재차 항의했다. 그 순간 신씨는 험한 욕설과 함께 (내) 팔을 비틀었다"며 "그 뒤 검색대 밖으로 나와 신씨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자 신씨는 '미안하다'고 한 뒤 자리를 떴다"고 전했다.

   
  ▲ 지난 27일 이병순 신임 KBS 사장 취임 첫날 서울 여의도 본관 2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KBS 노사협력팀 간부가 본지 이치열 사진기자(오른쪽)의 취재를 방해하며 카메라를 밀쳐  카메라가 콧등을 치자 이 기자가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노컷뉴스 한재호 기자  
 

이에 대해 신씨는 28일 "당시 사원과 청경이 엉켜붙어있는 상황이어서 이를 말리려 하는데 미디어오늘 기자가 너무 가까이서 찍으니 모습이 좋지 않아 떨어지라고 요구했으나 다시 촬영하길래 '이쪽으로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내 앞에 카메라를 들이댔다. 그래서 손으로 막았더니 밀려서 그렇게 된 것같다. 그 뒤 날 잡으려하길래 두손으로 팔을 잡아 약간 돌리게 된 것"이라며 "이후 완력을 쓴 부분이 불쾌하다고 해서 '그 부분은 미안하다, 이 기자도 무리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하고 끝냈다"고 해명했다.

비슷한 시각 본관 2층 검색대에 밀려들어간 머니투데이 이명근 기자도 청경으로부터 멱살을 잡혔다. 이 기자에 따르면 그는 현장에서 벌어진 몸싸움 장면을 촬영하던중 청경 A씨로부터 "왜 찍느냐, 나가라"고 저지를 당해 "취재중"이라고 답한 뒤 계속 취재했다.

   
  ▲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2층 검색대 안에서 KBS 안전관리팀 소속 한 청경이 머니투데이 기자(왼쪽)의 멱살을 잡고 있는 장면. ⓒ노컷뉴스 한재호 기자  
 

그 청경은 이내 "이 XX야 나가라면 나가지 왜 계속 찍느냐"며 욕설까지 퍼부었고, 곧 이 기자와 A씨는 서로 고성을 주고받았다. 이를 본 다른 청경들이 "왜 욕을 하느냐"며 이 기자를 몰아세워 "이 청경이 먼저 욕을 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를 듣던 A씨는 이 기자의 멱살을 잡았다.

앞서 이 사장이 본관의 현관 정문을 통과하자 이를 따라들어가려던 MBC 고은상 기자는 청경의 제지로 손과 어깨에 멍이 들었다. 고 기자에 따르면 이 사장이 들어간 뒤 청경들이 현관 유리문을 닫고 사원과 취재진의 진입을 몸으로 막던 중 고 기자가 틈새로 들어가려 하자 어깨와 손목을 잡아챘다. 고 기자는 겨우 현관문을 통과해 겨우 본관로비로 들어왔지만 다음 날(28일) 아침 손목에 큰 멍이 들어있었고, 어깨에도 멍 자국이 생겼다고 전했다.

MBC 기자도 청경에 잡아채여 멍들어…"언론사가 언론취재를 과도하게 방해 이해안돼"

이를 두고 미디어오늘 이치열 기자는 "공영방송사 직원이 타사 취재기자에게 완력을 써서 취재방해한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청경도 아닌 노사협력팀 직원이 이런 일을 한 것은 자기 업무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머니투데이 이명근 기자는 "그런 상황에서 몸싸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그렇게까지 불필요하게 취재를 막는 상황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MBC 고은상 기자도 "아무리 내부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당당하게 나서지 못하고 국내 주요 방송사가 언론의 취재를 방해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런 일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조만간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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