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정연주 KBS 사장 해임과 검찰의 전격체포, MBC <PD수첩>에 대한 압수수색 으름장에 이은 MBC 경영진의 사과수용과 사과방송 등 일련의 과정이 치밀한 각본에 의해 짜여진 듯 이어지면서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을 필두로 한 언론장악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특히 9월 정기국회에서 절대다수인 의석으로 얼마든지 합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KBS 정 사장 몰아내기를 무법·탈법 논란이 이는 무리수를 둬가면서 강행하고 정 전 사장을 전격체포해 조사하는 것은 정부에 반기를 드는 언론이나 언론인은 어떻게 되는지를 본보기로 보여 향후 비판언론을 잠재우고 언론장악을 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게 언론계와 정치권의 분석이다.

▷해임과 전격체포= 양승동 ‘공영방송 수호를 위한 KBS 사원행동’ 공동대표는 12일 “미리 예상됐던 시나리오였으나 한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돼 놀랍다”며 “향후 정 사장이 벌이려는 법적 투쟁을 봉쇄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동안 무능경영·편파방송 등 정 전 사장에게 쏟아졌던 비판은 사장직 해임을 위한 여론 다지기 성격이 짙었으나 이젠 인신을 구속하는 데까지 나아갔다는 점에서 탄압의 강도가 ‘민간독재’를 예고하는 수준으로 급상승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큰 흐름에서 정권이 정 사장을 인격파괴하는 방법은 무능·비리·편파·왜곡·좌파 등 정 사장의 언론행위를 비판하는 것이었으나 이번 체포는 무력으로 꼼짝못하게 하겠다는 일종의 언론쿠데타”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정부가 강수를 둔 이유에 대해 최 의원은 “촛불집회 및 각종 정부비판 보도에 의해 국정운영 지지도가 하락한 것이라는 잘못된 판단에 따라 일종의 보복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라며 “정부에 비판적인 매체나 사주를 굴복시키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풀이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오래 전부터 예정됐던 것이라고 밝혔다. 최교일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해임과 체포영장 청구와 큰 관계는 없는 것으로 생각해줬으면 한다”며 “체포영장 가능성은 2∼3주 전부터 말해온 것으로, 배임액수 확정·참고인 조사가 필요성 때문에 시기적으로 일치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정연주 사장 “회사 떠나지만 법적 투쟁 지속”=정연주 전 사장은 12일 오전 사내에 공지한 ‘동지를 뒤에 두고 떠납니다’라는 글을 통해 “사장실에서 농성을 하면서 계속 싸워볼까 했으나 많은 고민 끝에 그런 생각을 접었다”며 “KBS 사원들이 공영방송 KBS를 지킬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회사를 떠났다.
다만 정 전 사장은 “방송 독립을 위해 지키고자 했던 원칙이 법정에서 확인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싸울 것”이라고 밝혀 ‘사외’ 법정투쟁을 계속하겠음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KBS는 12일부터 이원군 부사장이 회사경영을 대행하고 있으며 이사회는 13일부터 새 사장을 임명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가기로 해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에 맞는 친정부형 인사가 이른 시일 안에 낙하산 사장으로 임명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수순에 대한 KBS 안팎의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되고 비판여론이 커지면서 정권과 저항 세력 사이의 명운을 건 정면 충돌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법적 대응 쟁점= 정 전 사장은 지난 11일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무효확인 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정 사장의 변호인단(대표 변호사 백승헌)은 소장을 통해 해임권의 부당성과 관련해 “방송법 제정 당시 KBS 사장의 임명에 대해 규정하면서 다른 문구는 그대로 둔 채 ‘임면’만 ‘임명’으로 바꾼 것과 공공기관운영법 중 해임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지 않고 적용을 배제한 것은 입법자 의사”라며 “이는 방송의 자유와 독립성 및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해 대통령의 사장 면직권을 없앤 것”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의 해임제청요구의 부당성에 대해서도 변호인단은 “감사원법상 해임요구가 인정되기 위한 ‘현저한 비위’란 금품 수수, 횡령, 배임 등을 통해 부당한 이득을 취한 경우, 또는 파렴치범을 뜻하는 것”이라며 “감사원 감사결과엔 그런 부분이 없고, 세무소송 건도 ‘졸속·부당한 조기종결’이라고만 표현돼있어 해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사회 절차상으로도 △강성철 이사의 자격에 하자가 있다는 점 △안건을 서면으로 이사들과 사장·감사에 알려주지 않은 점 △사장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도 의도적으로 부여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정 전 사장이 퇴임의 변을 밝히면서 “끝까지 투쟁할 것”임을 밝힘에 따라 이런 법적 제도적 공방이 상당기간 정부의 국정운영에 부담감을 안겨주는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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