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베이징 올림픽을 틈타 정연주 KBS 사장의 해임을 강행한 데 이어 해임 하루 만에 정 전 사장을 전격체포하는 등 KBS 장악에 속전속결의 초강수로 나서자 언론·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은 언론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며 강력 대응키로 해 전면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검찰, 정 사장 해임 하루 만에 전격체포=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검사 박은석)는 12일 오전 법원으로부터 배임혐의로 정 전 사장의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오후 4시께 서울 방배동 자택에서 전격체포해 서울중앙지검에서 밤샘조사를 벌였다.검찰은 이날 정 전 사장이 국세청과의 세금소송을 포기해 KBS에 2000억 원에 이르는 손해를 끼쳤다며 5차례에 걸쳐 소환요청을 했으나 불응해 체포했다고 밝혔다. 검창는 정 전 사장에 대해 밤샘조사를 벌였으나 정 전 사장은 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체포되는 정연주 KBS 전 사장KBS 정연주 전 사장이 `배임’ 혐의로 12일 오후 서울 방배동 자택에서 수사관들에게 전격 체포되고 있다. YTN 동영상을 촬영한 장면. ⓒ 연합뉴스  
 
이에 대해 정 사장의 변호인단(공동대표 변호사 백승헌)은 △정 전 사장에게는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고 △이미 2005년 이전에 벌어진 일인 만큼 혐의사실이 확정돼 추가조사의 필요성이 없으며 △도주우려나 증거인멸의 우려도 없다며 “정 전 사장에 대한 체포는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정 전 사장은 체포당시 기자들에게 “30년 만에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며 “저항할 힘이 없기 때문에 묵비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11일 KBS 이사회가 제청한 정 사장 해임안에 서명해 정 전 사장 몰아내기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하지만 정연주 사장도 이날 대통령의 해임에 대해 대통령을 상대로 해임무효확인 청구소송과 해임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서울지방법원에 제출 해 법정투쟁을 벌어기로 했다.

▷KBS 사원행동 출범 “이사회 해체”= KBS 이사회가 지난 8일 정 사장 해임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유재천 이사장이 경찰에 사내 병력투입을 요청해 공영방송에 18년 만에 공권력이 진입하는 사태도 빚어졌다. 이에 따라 사원들은 11일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을 결성해 이사회 원천무효와 함께 경찰력을 끌어들인 책임을 물어 유재천 이사장을 검찰에 고발키로 하는 한편, 이사 6명(유 이사장 포함) 사퇴를 촉구했다.

▷범국민행동 등 언론시민단체 반발= 530개 시민사회언론단체와 정당 등으로 구성된 방송장악·네티즌탄압 저지 범국민행동은 11일 “우리는 오늘 이명박 대통령이 불법적으로 저지른 정연주 사장 해임이 원천무효임을 선언한다”며 “대통령이 법에도 없는 KBS 사장 해임권을 행사하는 위법행위는 헌법에 명기된 탄핵소추 사유로 충분하다.

법 위에 군림하려는 독재자를 그냥 보고만 있을 국민은 없다”며 “끝까지 싸울 것”임을 밝혔다. 성유보 범국민행동 상임운영위원장은 “이명박 정권은 11일 돌이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며 “제2의 87년 6월항쟁이 새롭게 구축돼 국민의 힘으로 이 정권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범국민행동은 13일 KBS 본관 앞에서 ‘공영방송 사장 체포 규탄·무자격 KBS 이사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여는 한편 오는 15일 광복절에 열리는 집중 촛불문화제 등 집회에서 정권의 언론장악 음모를 규탄하는 등 저항 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11일 “대통령의 해임은 법적으로도 위법한 만큼 ‘원천무효’이며 향후 시민 사회가 하나가 돼 끊임없는 저항이 일어날 것”이라며 “사회의 모든 세력이 뭉쳐 국민적 저항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기자협회 등도 민주주의 말살과 언론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잇따라 내고 강력 투쟁을 선언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12일 발행한 특보에서 “공영방송 사장이 정권에 의해 끌어내려진 날(8일), 제 6차 긴급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모두 하나가 되어 정권의 언론탄압에 대항하고 공영방송을 기필코 지켜내겠다’고 결의했다”고 밝혔다. 심석태 SBS본부장도 지난 11일 KBS 앞 촛불문화제에서 “KBS가 총파업을 하게 된다면 SBS 조합원들이 그 옆에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지상파 방송 3사의 총파업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정치권 반발= 민주당 언론장악저지대책위원회(위원장 천정배)는 11일 “총칼 든 군인, 탱크를 앞세운 군사독재정권에 맞서 국민이 피 흘려 얻은 언론자유와 민주주의가 법도 상식도 원칙도 절차도 없는 이명박 정권에 무참히 유린당했다”며“전 국민 저항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12일 서울 여의도역 네거리에서 ‘언론·인터넷자유! 민주당이 지키겠습니다’라는 특보를 배포하는 등 적극적인 선전활동을 벌였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도 성명을 내어 언론장악음모를 비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