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파업하는 상황이 온다면 SBS의 모든 조합원들은 여러분의 옆에 있을 것이다."(심석태 SBS본부장)
"공영방송의 심장부에 경찰을 끌어들인 유재천 이사장의 행위에 대해 법률 검토가 끝나는 대로 검찰에 고발조치하고 응징할 것이다. 나머지 6명의 이사들도 반드시 사퇴시킬 것이다."(김현석 KBS 기자협회장)
"권력기관이 다 덤벼도 먼지 하나 나오지 않았고, 끝까지 버텨줘서 정권의 언론장악 음모를 드러내게 해 준 정연주 사장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강명욱 KBS 강릉방송국 PD)

KBS 앞 촛불문화제 개최한 사원들, "KBS 사원들, 드디어 시민들과 하나돼"

11일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공동대표 양승동)이 출범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KBS 정연주 사장 해임과 유재천 이사장의 공권력 투입 요청이 이들을 이날 저녁 8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 민주계단에 모이게 했다. 예전의 촛불집회와 달리 KBS 구성원들이 다수 참여했다.

   
  ▲ 11일 저녁 KBS구성원들과 시민들이 처음으로 함께 서울 여의도 KBS사옥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촛불문화제에 참석하려고 모여든 시민들이 KBS사옥 앞에 세워진 전경버스 틈새로 본관앞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날 문화제를 주관한 'KBS사원행동'측의 요구로 전경버스는 곧 빠져나갔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KBS사원행동과 범국민행동, 네티즌들이 함께 어우러져 촛불문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날 촛불문화제에 앞서 경찰은 계단입구를 봉쇄하고 경찰 버스로 봉쇄했으나 사원행동의 요청으로 밤 8시부터 차량을 뺐다. 지난달 23일 이사회 개최 전후로 경찰 버스의 본관 앞 봉쇄가 시작된 이후 근 한 달  만에 경찰 버스 없는 촛불문화제를 열게 됐다. 이날 참가자 규모는 KBS 사원들과 촛불 시민, 민주당·민주노동당·범국민행동·동아자유수호투쟁위원회 위원 등  500여 명이었다.

사회를 맡은 최원정 아나운서는 "공영방송 독립의 소중한 의미를 시민들이 촛불로 감싸줬을 때 KBS인들은 왜 팔짱만 끼고 있었느냐는 지적을 받고, 그동안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며 "하지만 지난 8일 정권의 언론장악 음모가 너무나 똑똑히 진행된 것을 확인한 이상 시민과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석태 SBS본부장 "KBS 파업하게 되면 그 옆에 SBS 조합원들 있을 것"

   
  ▲ 다리수술 후 회복중에 있는 SBS 심석태 본부장은 지팡이를 짚고 연대발언을 하고 있다.  
 
이어 자유발언에 나선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이명박 정권의 마지막 남은 목소리 KBS마저 애완견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얼마 못가고 퇴임뒤 반드시 감옥갈 것"이라고 밝혔다. 송 의원은 "정 사장 해임안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소송, 헌법소원, 해임 무효소송이 모두 승리하리라고 믿고 슬기로운 법원에 호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석태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장은 "오늘 KBS 동료들이 많이 와있는 것을 보고 고마움을 느꼈다"며 "이 싸움의 승리가 누가될 것인지 분명하다"고 밝혔다.

심 본부장은 "현 정권이 방송을 장악하려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SBS 조합원들도 방송 공영성을 지키는 싸움을 함께할 것"이라며 "오늘 잘 아는 KBS 동료로부터 'KBS가 파업하면 SBS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물음을 받았다. 우리는 KBS가 파업하는 상황이 온다면 SBS의 모든 조합원들은 여러분의 옆에 있을 것이다. 공영성 방송독립을 위해 같이할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다짐했다.

김현석 기자협회장 "유재천 검찰에 반드시 고발·응징할 것"

사원행동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김현석 KBS 기자협회장은 "제대로 싸우기 위해선 한놈만 조져야 하는데 그가 누구냐, 바로 유재천"이라며 "나이 70이나 돼 이사장됐으면 고마워하고 자숙할 줄 알아야지, 저녁에 사내게시판에 띄운 해명글을 띄웠는데 그 댓글이 가관이다. '초등학교 반성문쓰냐'는 댓글이었다"고 풍자했다.

김 회장은 "사원들이 이사장을 퇴진하라고 압하니 급했던 모양이다. 해명글에서 유 이사장은 사전에 계획했던 것은 아니라고 했다. 사전에 경찰 1000여명이 대기하고 있었는데도 계획이 없었다? 무서워서 그랬다?"라며 "(하지만 우리가 확인한 바로는) 유 이사장은 안전관리팀장을 세 번이나 불러 '막을 수 있냐'고 묻다가 '좀 밀린다'고 대답을 했더니 그새 영등포서장을 부르라고 했다. 정보과 형사가 '언론사에 경찰병력을 투입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했음에도 영등포서장에게 '공식 요청한다, 경찰력 투입하라'고 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그래놓고 해명글에선 미안하다, 다음부터는 안 그러겠다고 한다"며 "이사회는 의결기관일 뿐 집행기관이 아니다. 권한도 없이 이런 일을 한 것에 대해 법률 검토중이다. 직권남용과 월권이다. 공영방송의 심장부에 경찰을 끌어들인 행위에 법률 검토가 끝나는 대로 검찰에 고발조치하고 응징할 것이다. 나머지 6명의 이사들도 반드시 사퇴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또한 "이사회 해체 투쟁에 본격 나설 것"이라며 "반면, 밖에서 응원하던 촛불시민들에 대해 그동안 감격하면서도 일부 사원들이 이들을 막기도 했다. 하지만 두 달 만에 드디어 하나가 됐다"고 평가했다.

   
  ▲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 이치열 기자 truth710@  
 

강명욱 PD "털어서 먼지 안났고, 막가파 정권 발가벗겨줘 정연주 사장에 고맙다"

   
  ▲ 강릉 KBS 강명욱 PD.  
 

지난 8일 사태를 보고 강릉방송국에서 휴가를 내고 달려왔다는 강명욱 PD는 KBS 내에서 금기시된 정연주 사장에 대한 과감한(?) 평가 두가지를 했다.

"두가지 면에서 정 사장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하나는 권력이 다 덤벼서 털었는데 먼지가 안났다는 점이다. 전과 14범 대통령에 고위공직자 부정부패가 터지는 나라에서 깨끗한 사장을 우리가 모셨다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둘째 끝까지 용기있게 버텨줘 정권의 폭력성이 많이 드러나게 했다는 점이다. 정 사장이 일찍 물러났다면 정권의 언론장악 음모를 우리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것이다. 노조도 전혀 함께 하지 않았다는 것을 명백히 드러냈다. 정 사장이 끝까지 버티면서 누가 적인지, 아군인지 구분하게 됐다. 막가파식 정권의 본래 모습을 다 발가벗겼다. 앞으로 촛불의 힘을 입어 정권의 팬티까지 다 벗기자."

 

   
  ▲ 독립PD협회장 이성규씨는 'KBS적자경영의 가장 큰 피해자인 독립PD들은 격론끝에 공영방송수호라는 대의명분에 따르기로 했다'며 KBS노조를 향해 사원행동과 범국민행동, 네티즌들과 함께 떨쳐일어날 것을 강하게 주문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뒤늦게 참여한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이 지난달 23일 정연주 사장 해임안건을 상정하려는 이사회저지를 위해 박만 이사의 차량을 막아섰다는 이유로 구속당한 40대 여성을 구명하기 위한 탄원서에 서명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베이징 올림픽에서 승전보가 전해져 올 때마다 기쁨은 잠시고 그 열기에 정권의 언론장악시도가 묻혀버릴까봐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은 걱정하는 빛이 역력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