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가 날짜를 착각해 지난해 외신 기사를 다시 인용해서 오보를 내고 서울신문과 서울경제 등이 이를 그대로 받아쓰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연합뉴스는 10일 오전 2시, "미국 최대 쇠고기 리콜사태… 한국에 늑장 통보 논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미국 특파원이 쓴 이 기사에는 "뉴저지 소재의 톱스미트사는 9일(현지시간) 햄버거 등에 들어가는 분쇄육에 대한 리콜을 136톤(30만파운드)에서 9843톤(2017만파운드)으로 확대하는 조치에 나섰다"고 돼 있다. 이 기사는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도 송고됐다.

   
  ▲ 연합뉴스가 10일 오전 2시 포털에 송고한 기사. 작년에 파산한 톱스미트라는 회사가 9일 대량 리콜 조치를 취했다고 전하고 있다.  
 
그런데 톱스미트라는 회사가 분쇄육 9843톤을 리콜한 것은 지난해 9월29일의 일이다. 이 회사는 리콜 계획을 발표한 뒤 6일 만인 10월5일 파산을 공식 선언했다.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인데 이 사건이 어떻게 버젓이 10개월 뒤에 다시 기사로 올라온 것일까.

   
  ▲ 지난해 10월4일 MSNBC가 보도한 톱스미트의 파산 소식. 리콜 조치를 발표한 뒤 6일 만이다.  
 
연합뉴스 국제부 관계자는 "미국 특파원이 자료 조사를 위해 모아놓은 기사를 읽다가 최근 사건인 줄로 착각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문제를 발견하고 오전 10시께 대체 기사를 내보내고 포털 사이트 기사도 대체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연합뉴스 사이트에는 대체 기사가 올라 있지만 포털 사이트에는 11일 오후 6시까지도 여전히 수정하기 전의 기사가 그대로 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주요 일간지들이 이 기사를 그대로 받아썼다는 사실이다. 조선닷컴과 동아닷컴 등 언론사닷컴 등은 다행히 대체 기사를 게재했지만 서울신문과 서울경제는 대체 전 기사를 전재했고 11일 지면에도 그대로 내보냈다.

   
  ▲ 서울신문 8월11일 19면 기사.  
 
서울신문은 11일 18면에 "미국 O157 감염우려 쇠고기 리콜"이라는 기사에서 네브라스카비프의 리콜 소식을 전하면서 "톱스미트도 9일 햄버거 등에 들어가는 분쇄육에 대한 리콜을 당초 136톤에서 그 72배인 9843톤으로 확대하는 조치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이 기사를 쓴 서울신문 기자는 "연합뉴스 기사를 그대로 쓴 것으로 사실 확인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경제도 연합뉴스의 기사를 문장만 살짝 다듬어 거의 그대로 내보냈다. 이 신문은 11일 2면 "미국 쇠고기 사상 최대 리콜"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뉴저지 소재의 톱스미트사는 9일(현지시간) 햄버거 등에 들어가는 분쇄육에 대한 리콜을 136톤(30만파운드)에서 9843톤(217만파운드)으로 대폭 확대 조치했다"고 전했다.

이들 신문은 연합뉴스 기사를 부분 전재하면서 최소한의 확인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서울신문 기자는 기사가 잘못 됐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다. 연합뉴스는 대체 기사를 내보냈을 뿐 이 기사가 어떻게 잘못 인용됐는지 조차도 확인하지 못하고 있고 포털 사이트에는 여전히 잘못된 기사가 올라가 있는 상태다. 일간지들의 맹목적인 통신 베껴쓰기 관행이 만든 부끄러운 현실이다.

   
  ▲ 연합뉴스 기사를 사실 확인 없이 그대로 전재한 서울경제 8월11일 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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