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31일 MBC 4월29일 방영분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에 대한 농림수산식품부의 정정·반론청구소송 선고공판에서 일부 농식품부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입증책임도 지지않고 정부와 일부여론의 눈치를 본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법원 "다우너소=광우병소 인상줘, 유전자만으로 광우병 걸릴 위험성 판단힘들어" 정정

서울남부지법 민사15부(부장판사 김성곤)는 이날 서울 양천구 목동 남부지법 413호 법정에서 열린 'PD수첩의 광우병보도 정정반론사건' 선고공판에서 농식품부가 제기한 7가지 정정·반론 청구 사항 중 핵심적인 내용 2가지에 대해 정정할 것과, 1가지에 대해 반론할 것을 판결했다.

   
  ▲ 지난 4월29일 방영된 PD수첩  
 
검찰도 집요하게 문제제기한 쟁점 중 하나인 다우너소(주저앉은 소)를 광우병 소로 오인케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재판부는 "보도의 내용이 시청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판단기준으로 해볼 때 피고(MBC )는 동영상 속 주저앉는 소들이 광우병에 걸렸거나 걸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방송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데 다우너 소가 일어서지 못하는 이유는 광우병 외에 대사장애, 골절·상처, 질병으로 인한 쇠약 등 다양한 원인이 있고, 미국에서 1997년 이후 출생한 소에서 광우병 소가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은 점 등에 비춰볼 때 이 보도는 허위"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정정보도할 것을 주문했다.

이 대목에 대해 변호인단은 "광우병 위험성이 있는 소들임에도 미 도축장에서 도축되고 있다는 점을 비판했는데 정작 재판부는 우리가 '광우병 가능성이 크다'고 방송했다고 한다"며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주장도 어떤 기준에서 그런지 모호한 채 모순된 판단"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또 한국인의 유전자형(MM형)이 서양의 유전자형(MV등) 보다 인간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다는 취지의 방송내용도 정정을 주문했다. 재판부는 '한국인의 경우 MM형 유전자형을 가진 사람이 94%이므로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할 경우 인간광우병이 발병할 확률이 94%에 이른다는 취지의 허위보도를 했다'는 원고(농식품부)의 주장을 제시하면서 "인간광우병의 발병에는 다양한 유전자가 관여를 하고 있고, 따라서 하나의 유전자형만으로 인간광우병의 발병 위험성이 높아진다거나 낮아진다고 단정적으로 판단할 수 없으므로 이 보도는 허위"라고 단정했다. 이 내용도 정정할 것을 주문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이 개정될 경우 30개월 미만 쇠고기의 특정위험물질 7가지 중 5가지가 그대로 수입된다는 보도에 대해 법원은 반론할 것을 주문했다. 재판부는 "소의 특정위험물질의 갯수나 부위는 분류기준에 따라 다르고, 이 보도는 우리 정부의 종전 분류기준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허위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다만, 분류기준을 밝히지 않은 채 보도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올바른 여론 형성을 위해 '국제수역사무국은 월령 30개월 미만의 소의 경우 편도와 회장원위부를 특정위험물질로 분류하고 있다'는 취지의 반론보도 청구는 이유있다"고 밝혔다. 정정할 사항은 아니나 혼란을 줬으니 반론하라는 얘기다.

'특정위험물질 5가지 더들어온다' 농식품부 반론 방영해야

반면, '미국에서 인간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우리 정부가 미국 정부와의 협의없이는 독자적으로 검역중단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없을 것'이라는 보도내용은 의견표명 또는 평가에 해당한다며 정정 반론의 대상이 안 된다고 판결했다. 라면스프, 알약 캡슐 등을 통한 광우병 감염 의혹을 제기한 대목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위생조건을 위반해 특정위험물질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채 국내에 수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피고의 판단 또는 의견표명에 해당한다"며 정정반론 청구를 기각했다.

정부 협상팀이 미국의 도축시스템을 제대로 몰랐거나 알려는 노력이라도 했는지 의문이라는 비판이 허위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정부가 미국 도축시스템을 제대로 알고 협상에 임했는지 의문이 든다는 취지로 원고의 협상준비나 능력에 대한 피고의 판단 또는 의견표명을 한 것"이라며 청구를 기각했다.

검찰이 끝까지 의도적 왜곡보도로 몰아가고 있는 쟁점인 '아레사 빈슨의 사망원인을 인간광우병으로 잘못 보도했느냐' 여부에 대해 법원은 "보도내용은 허위이나 이미 두 차례에 걸쳐 바로잡았기 때문에 정정 내지 반론 목적이 달성됐다"고 판단했다.

나머지 4가지 사항 모두 기각…"의견 표명 반론청구 불가, 이미 정정"

재판부는 "4월29일 방영된 내용을 보면 빈슨이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했거나 그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방송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미국프리온질병병리학감시센터(NPDPSC)는 지난달 12일 아레사 빈슨의 사인이 인간광우병이 아닌 것으로 결론을 내렸으므로 보도는 허위"라면서도 "다만 PD수첩이 지난 5월13일자, 지난달 17일자 방영분을 통해 NPDPSC이 내린 결론에 대해 보도한 바 있어 농식품부가 청구한 목적이 이미 달성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판결에 앞서 이런 판결을 내린 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김성곤 부장판사는 "보도 관련된 모든 내용을 판단하려는 게 아니라 농식품부가 허위내용이라고 주장하면서 청구한 7가지 정정·반론 사항에 한정한다"며 "언론중재법상엔 피고의 고의나 과실이 밝혀지지 않아도 반론이나 정정은 청구하도록 돼있다"고 밝혔다.

또한 내용 중 사실관계 뿐 아니라 판단 및 평가와 견해의 표명 등도 있는데 이 경우 원칙적으로 사실적 주장에 대해서만 정정과 반론 요구가 가능하다는 점, 후속보도를 통해 정정과 반론을 반영한 경우 별도로 정정해달라는 요구를 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이해하라고 김 판사는 전했다.

정정·반론보도할 때 왈가왈부하지 말아야

선고를 한 뒤 김 판사는 정정·반론보도문을 방영할 때엔 판결자체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말았으면 한다는 요구도 했다.

김 판사는 "언론사인 피고로서는 언론의 비판적인 기능에 비추어 판결에 대해 비판하거나 평가를 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피고가 정정 및 반론보도문을 보도한 기회에 정정이나 반론을 하면서, 또는 하기 직전이나 직후에, 그 언저리에 그 내용에 관해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피해자 구제의 기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PD수첩 변호인단은 판결문을 분석한 뒤 조만간 항소할 것을 검토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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