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이 30일 이명박 정권이 차기 사장으로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김인규 전 이명박 대선후보 방송전략실장과 강동순 전 KBS 이사에 대해 "모두 낙하산이기 때문에 반대하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안국정 전 SBS 사장에 대해서도 "도덕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안된다"고 천명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홍이동 청와대 인근에서 개최한 '공영방송 사수 및 낙하산 사장 반대' 기자회견에서 미디어오늘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으나 정연주 사장에 대해서는 스스로 용단을 내리고 물러나는 게 낫다고 밝혔다.

박승규 KBS본부장 "김인규 강동순 안국정 모두 안돼…하지만 정연주는 용단 내려야"

박 위원장은 KBS본부가 최근 제안한 '국민참여형 사장선임제'를 통해서도 이명박 정권에 어떤 방식으로든 기여한 인물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정치독립적이라는 대전제에 부합하지 않으면 어플라이할 수 없고, 가능하더라도 자동배제될 것"이라며 "대통령 선거에 직간접으로 기여한 인물에 대해 전혀 선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30일 청와대 앞에서< 공영방송사수 및 낙하산 사장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승규 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두달여 동안 KBS와 공영방송을 지키겠다고 촛불을 들고 있는 시민들'에 대해 박 위원장은 "KBS와 공영방송을 지켜주겠다고 나선 것은 감사하게 생각하고 큰 힘이 된다. 하지만 시일을 거듭하면서 '정연주 사수'라는 구호가 나오고 지금도 촛불문화제의 목적이 '정연주 지키기=KBS 지키기"라는 뜻이라면 KBS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라며 "정 사장이 믿음을 줬다면 이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을 몰아내기 위한 정부차원의 액션이 있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기자협회보 기자의 질문에 "정연주 지키기는 할 수 없다"며 "이런 식으로 몰아내는 것이 원칙적으로 잘못이라는 지적은 할 수 있으나 정 사장은 스스로 용단을 내리는 (그만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미 정 사장은 자격이 미달됐다는 게 검증됐는데 계속 자리를 지키는 것은 상황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30일 청와대 앞에서 <공영방송사수 및 낙하산 사장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KBS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어 "공영방송 사장을 권력의 힘을 수단 삼아 교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그동안의 행보와 달리)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힌 것이 사내 다른 세력에 대한 오해가 풀린 것이냐, 입장이 달라진 것이냐'는 프레시안 기자의 질문에 박 본부장은 "같이할 지점이 생겼기 때문에 개최한 것이지 정연주 사장에 대해서까지 같이한 것은 아니다. 어떤 협회에서는 정권과 싸우는 게 우선이고, 정연주 문제는 나중에 해도 된다는 입장이지만, 우리는 정연주 퇴진 투쟁도 양보할 수 없다. 정연주 지키기를 하겠다면 그대로 하면 된다. 우리는 낙하산 사장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연주 지키기 하겠다면 하면 돼, 우리에겐 낙하산 사장 문제가 더 중요"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이명박 정권의 적대적 지상파 정책과 재벌·조중동 보은정책에 맞서 KBS와 함께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성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장도 "공영방송 탄압과 언론 좌지우지하려는 정권에 맞서는 데엔 그동안 이견과 잡음없이 싸워왔다"며 "MBC본부는 KBS본부의 투쟁에 처음부터 어깨걸고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30일 청와대 앞에서 <공영방송사수 및 낙하산 사장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KBS본부는 이날 발표한 '공영방송 KBS 장악 꿈도 꾸지 마라'라는 성명에서 "정연주 사장이 보여 준 그동안의 무능 경영은 그 자체로 비난받아 마땅하고 책임이 뒤따라야 하지만, 공영방송 사장을 권력의 힘을 수단 삼아 교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을 공영방송의 생명으로 생각하는 KBS는 이명박 정권이 호락호락하게 넘볼 수 있는 전리품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정권의 정 사장 몰아내기와 우리의 사퇴요구는 달라"

KBS본부는 또 그동안 자신들의 정 사장 자진 사퇴 요구와 공영방송장악을 위해 정권이 KBS 사장을 교체하려는 것은 전혀 다른 접근이라면서 "이명박 정권이 KBS 구성원들의 공영방송을 바로세우고자 하는 충정을 공영방송 장악의 빌미로 활용하고자 한다면 KBS 구성원들의 극단적인 저항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촉구했다.

KBS본부는 "KBS의 정치적 독립을 위해 정권의 낙하산 사장을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하게 천명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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