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장악 앞둔 KBS 내부 … 대한민국 축소판”
“방송장악 앞둔 KBS 내부 … 대한민국 축소판”
‘촛불’에 KBS 일부 직원 ‘냉소’… “방송장악 막기 위해 연대해야”

정연주 KBS 사장의 퇴진과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정부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시민들조차 저항에 나서고 있음에도 정작 KBS 내부에선 이들에 대한 냉소, 무능한 사장 퇴진, 심지어 정부에 저항하는 직원들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9일 현재 KBS 내부 게시판에는 정부의 정 사장 몰아내기 움직임에 대해 뚜렷하게 엇갈린 의견과 서로를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지난 23일 열린 정기이사회 회의장 기자협회 PD협회 등 직능단체 회원들의 농성에 대해 신아무개 PD는 25일 내부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누구의 주도나 묵인 아래 ‘근무시간 중 버젓이 실내에서 벌어지는 불법적인 위력시위’가 용인될 수 있단 말인가” “외부세력과의 연대를 공개적으로 표방하고 나선 것이 직능단체 대표의 이름을 걸고 할만한 일인가” “취업규칙을 보기 좋게 휴지조각으로 만든 시위 경위와 참가자들에 대한 엄중한 조치와 처리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 글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90년 4월 취업규칙을 무시한 자랑스런 선배들의 모습을 기억하고 싶다”(Y씨) “패륜행위”(S씨) “어느 편이 됐든 적법치 않게 자리를 얻었거나 부당하게 자리를 박탈당했다면 누군가 일어서야 되지 않겠느냐”(S씨). 실제로 당시 이사회장 앞에서 농성중인 협회 회원들을 둘러본 한 직원은 “근무시간에 뭐하는 거냐”는 말을 던지고 자리를 뜨기도 했다.

두 달 가까운 촛불시민들의 격려에 대해서도 시각이 갈린다. “KBS는 대한민국 사회의 축소판과도 같다. 촛불시위대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 사람들 여기 왜오나’라고 냉소하는 사람도 있다”는 고위간부 최아무개씨의 말이 이를 잘 드러내준다.

김현석 KBS 기자협회장은 “촛불시민들은 KBS 독립성을 위해 싸우는데 든든한 배경이 된다’는 의견과 ‘자칫 논쟁의 중심이 돼 뉴스에 영향을 미치거나  마치 우리가 진보의 대표인양 비쳐지지 않을까 부담스럽다’는 의견”이라고 전했다.

보도국의 김아무개 중견기자는 “일부 기자들은 김인규씨를 지지하는 ‘수요회’에 줄을 댄 사람도 있다”며 “시민들이 KBS를 지키자고 나섰을 때 ‘현수막’ 하나 거는 것조차 의견대립으로 결정하기 힘들었었다”고 전했다.

반면,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 28일 성명을 내어 상반기 실제 적자폭이 500억 원을 웃돌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총체적 실패의 궁극적 책임은 정연주에게 있다…정 사장 추종세력은 이런 위기상황에서도 ‘방송독립’이라는 위장 구호를 동원해 자신들의 ‘기득권지키기’에 골몰하는 행태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오히려 방송장악 저지에 나선 이들을 비난했다.

PD협회 정상화추진협의회도 성명에서 “시위에 참여하는 일부 시민단체는 전임 정권의 노선을 지지하며 권력 나눠먹기에 동참한 세력들”이라며 “PD협회가 이들과 연대해 낙하산 사장 지키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공영방송을 전임정권에 예속시키려는 ‘정치권력 예속화 운동에 다름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노조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KBS 대전·청주·부산·경남도지부장은 같은 날 공동명의로 성명을 게시판에 올려 “KBS 미래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자리임에도 정작 가장 선봉에 서야할 KBS노동조합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사회가 열린 날 노조가 ‘국민참여형 사장선임안’을 발표한 데 대해 “눈앞에 닥쳐있는 방송장악 시도에 대한 투쟁이 먼저인가, 사장 선임안의 홍보를 위한 기자회견이 먼저인가”라고 비판했다.

강릉방송국의 강아무개 PD도 내부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노동조합은 과거 우리 KBS인들의 자랑이었다”면서도 “그러나 지금 우리는 집행부를 잘못 뽑은 대가를 아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어차피 이(정권과의) 싸움은 KBS 내부 단결만으로는 불가능하고 국민들과의 광범위한 연대를 통해서만 가능하며 아주 긴 싸움이 됐다. 이제는 KBS라는 작은 울타리를 걷고 국민이라는 큰 울타리 속으로 우리를 던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승동 KBS PD협회장(방송인총연합회장)은 “노동조합이 협조하지 않는다 해도 방송장악 음모에 맞서서 최후의 한명까지 싸울 것”이라며 “많은 직원들이 결국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협회 PD협회 경영협회 등 7개 직능단체 회원들은 지난 23일 이후 매일 저녁 사원들을 상대로 ‘내부 저항의 의지를 모으자’는 팻말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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