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문제도 “소관밖” 한 달여 뒤 “사장 해임가능” … 업무범위 넘어 기관장인사 관여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박래부 한국언론재단 이사장을 만나 사퇴압박을 한(지난 3월초) 두 달 뒤 기자들에게 “언론재단 이사장 문제는 내 소관이 아니다”라고 말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신 차관이 당시 기자들에게 한 발언은 언론재단 이사장 사퇴 요구는 자신과 무관한 일이며 그저 의견을 얘기했던 수준이어서 박 이사장 몰아내기를 업무 범위 밖의 정권실세를 통해 은밀히 추진했던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신 차관은 지난 5월23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언론재단 이사장 사퇴요구 문제가 어떻게 된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1차관 소관인데 내가 말하기 적절치 않다. 지난해 12월19일 선거 끝난 뒤 새 정부는 그 사람(기관장)의 자질, 인격보다는 절차상의 문제가 눈에 보였다”며 “제 소관은 아니지만 언론재단이 재단이라는 이름 때문인지 장학재단 같은 이미지가 있는데 이름이 그럴 뿐이지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정부 산하단체다. 김기홍 국장(문화부 미디어정책관)도 그런 문제,…(즉) 임명의 절차적 문제가 있지 않나 하는 것을 지적한 것 같다”고 밝혔다.

김기홍 정책관은 같은 달 15일 박 이사장과 만나 용퇴를 요구했으나 박 이사장은 거절했다는 내용이 미디어오늘 등을 통해 알려졌었다.

신 차관의 당시 발언에는 전혀 업무와 무관함을 강조하는 대목이 곳곳에 들어있다. 그러나 지난 28일 박 이사장이 공개한 신 차관-박 이사장 대화록(박 이사장 작성)에 따르면 신 차관은 분명하게 박 이사장에게  사퇴압박을 했다. 신 차관도 뒤늦게 “재신임을 묻겠다”는 정도의 말을 건넸다고 밝혀 사실상 시인했다.

이 얘기는 신 차관이 자신의 업무도 아닌 주요 언론기관장 인사에 직접 관여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기자들에겐 진상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은밀히 추진했음을 의미한다.

이밖에도 최근 신 차관이 수차례 ‘대통령이 KBS 사장 해임권도 갖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두 달 전(5월23일)엔 역시 “KBS는 우리 소관 밖”이며 “KBS를 둘러싼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해결할 문제”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같은 달 9일 부처대변인회의에서 ‘경향신문 등 비판신문에 광고를 줄 필요가 있느냐’는 발언이 있었다는 경향신문 보도와 관련해 신 차관은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속기록이나 회의록을 남기지 않는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그 뒤 한겨레21을 통해 당시 부처대변인회의 자료가 공개됐다. 문건에 따르면 신 차관은 당시 회의에서 “방송과 인터넷이 부정적 여론 확산의 진원지”라고 말하는 것으로 돼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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