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가 한국언론재단 박래부 이사장의 사퇴를 압박하기 위해 재단의 정부광고 대행업무를 민간에 개방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문화부는 지난 3월 유인촌 장관이 노무현 정권의 '코드인사 단체장'들에 대해 공개적으로 자진사퇴를 요구한 뒤 지난 5월과 이달, 두 차례에 걸쳐 박 이사장에게 사람을 보내 사퇴를 종용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사퇴요구가 거절한 재단에 독점 수익사업을 박탈하겠다는 엄포를 놓아 이사장의 사퇴를 재차 압박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문화부, 이사장 사퇴압박하다 이젠 "정부광고 대행 민영화" 엄포까지

   
  ▲ 박래부 한국언론재단 이사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25일 언론재단과 문화부에 따르면, 문화부 나기주 서기관은 지난 24일 오후 언론재단 관계자를 청사로 불러 "언론재단이 대행하고 있는 정부광고 가운데 기타 공공기관의 광고를 외부에 개방하는 방안을 공문을 만들어 보내겠다"고 밝혔다.

언론재단은 현재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기타 공공기관 등의 광고를 대행하고 있다.지난해 정부광고 대행을 통해 발생한 수입은 218억 원이며, 이 가운데 기타 공공기관 광고 수입은 26억여 원(약12%)이었다.

문화부는 그동안 박 이사장의 사퇴를 종용하며 "언론재단의 정부광고 대행 업무와 프레스센터 운영권을 개방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는 뜻을 내비치긴 했지만, 정부광고 대행 문제를 공식적으로 거론하며 압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재단지부(지부장 정용재)는 25일 이사장을 만나 향후 대책 등에 대해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재단에서는 문화부가 직원들의 불안감과 위기의식을 자극해 내부에서 박 이사장의 용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도록 정부광고 개방 문제를 거론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기타 공공기관 광고대행 민간에 공개' 통보"…문화부 "오래 전부터 검토한 정책일뿐"

이에 대해 문화부는 오래 전부터 검토해왔던 정책이며, 정부의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민영미디어렙 허용 등 민영화 추세에 따라 추진하고 있을 뿐 박 이사장 압박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김기홍 미디어정책관은 "현재 훈령에 따라 '정부 및 국영기업체' 광고를 대행하도록 된 부분도 1972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현 법률체계상 맞지 않다는 법제처의 '폐지 또는 현실화' 요구가 있었고, 지난 정부 때도 규제개혁 차원에서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훈령에 규정된 범위 밖의 기업이나 기관을 대행하는 사례도 있어 이는 옳지 않다는 차원에서 정비를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김 정책관은 정부광고 전체를 다 민영화하느냐는 질문에 "다른 대책이 있어야 가능한 일로, 대책마련이 된 뒤 검토할 것이며,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고, 언론재단 수익금 감소와 관련해서도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박래부 이사장 사퇴요구 안 들어 그런건가? "박 이사장 있든 없든 우린 우리 일한다"

정부 방침에 따른 것이냐는 질문에 김 정책관은 "큰 그림에서 보면 KOBACO 복수 민영미디어렙 도입과 같은 맥락"이라며 "반대로 모두 민영화해 개별 공기업들이 직접 광고할 경우 효율적인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와 장차관의 지시가 있었느냐는 질문엔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사퇴압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데 따른 보복적 조치인지에 대해 김 정책관은 "박 이사장이 있든 없든 우리 일은 한다"며 사퇴압력과 무관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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