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23일자 지면에 공개한 7·30 서울시 교육감 여론조사 결과는 보수언론에 충격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반전교조 심판’이라는 선거 프레임을 꺼내 들며 여론전에 뛰어들었지만 진보 개혁진영으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는 주경복 후보가 선전하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조선일보가 지난 21일 한국갤럽에 의뢰해 서울에 거주하는 19세 이상 829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최대 허용 표본오차는 ±3.4% 포인트)를 벌인 결과 주경복 후보가 17.5%, 공정택 후보가 14.5%의 지지율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인규 후보 6.4%, 이영만 후보 5.1%, 김성동 후보 3.5%, 박장옥 후보 2.4%의 순이었다.

조선일보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주경복-공정택 2명의 후보가 선두권을 형성한 것을 알 수 있다. 주경복 후보는 3위권 후보들과 오차범위를 넘어서는 격차를 보였다. 조선일보는 이번 조사와 관련해 1면에 <전교조 지원받는 주경복 17.5% 선두>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주경복 후보가 전교조 출신?…선거프레임 무리수

   
  ▲ 주경복 서울시 교육감 후보. ⓒ이치열 기자  
 
조선일보의 이러한 기사 제목은 의도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전교조 지원받는’이라는 수식어는 전교조에 부정적 인식을 지닌 보수층을 자극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주경복 후보가 전교조 후보라는 개념규정은 보수언론이 꾸준히 강조해온 대목이다.

‘주경복=전교조’라는 등식을 전개하다보면 웃지 못할 상황도 발생한다. 조선일보는 지난 18일자 5면에 <민주 “전교조 출신 1명…단합 대응”>이라는 기사에서 “민주당은 교육감 선거에서 다소 여유로운 입장이다. 전교조 출신 후보가 1명이기 때문에, 보수성향 후보가 난립한 여권에 비해선 선거전략도 쉽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가 기사에서 밝힌 전교조 출신 1명은 누구일까. 조선일보는 지난달 23일자 9면 기사에서 “주경복 후보가 전교조의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주경복 후보는 조선일보가 밝힌 전교조 출신 후보일까.

'반전교조' '반이명박' 선거프레임 정면충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주경복 후보는 건국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이다. 초중고교 교사들이 가입하는 전교조에는 가입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그렇다면 조선일보는 왜 ‘전교조 출신’이라는 제목을 뽑았을까.

주경복 후보를 전교조 후보로 각인시키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주경복 후보는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이 공개 지지하는 후보이다. 전교조와도 나쁘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전교조 본부는 주경복 후보 공개 지지를 선언한 일이 없다.

보수언론이 주경복 후보를 전교조 후보로 각인시키려는 것은 보수층 결집과 전교조의 측면지원을 저지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수언론의 ‘전교조 심판’ 선거프레임은 촛불 정국으로 촉발된 ‘반이명박’ 선거 프레임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적극투표층 지지율이 실제 선거결과와 더 가까워

   
  ▲ 조선일보 7월23일자 8면.  
 
조선일보는 1면 기사에서 주경복 17.5%, 공정택 14.5%의 지지율 결과를 보도했다. 주목할 지점이 있다. 이번 선거는 투표율이 극히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10%대가 될 가능성이 크고 높아도 20%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10~20%의 투표율을 보인 선거는 찾아보기 어렵다. 서울시장 선거나 대통령 선거나 50~60% 정도의 투표율을 기록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저조한 투표율은 후보들의 단순 지지율이 아닌 ‘적극투표층’의 지지율을 참고하는 것이 실제 선거결과에 더 가깝다고 봐야 한다.

이는 조선일보도 공감하는 내용이다. 조선일보는 8면 <공약은 보수, 후보는 진보 선호>라는 기사에서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투표율이 30% 미만에 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투표 의향층의 지지도로 판세를 전망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라면서도 ‘부동층(浮動層)이 50.6%에 달하기 때문에 승부 예측이 어렵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투표의향층 조사결과 부각시키지 않은 이유는?

그러나 조선일보 1면 기사에는 ‘투표 의향층’ 조사 결과를 내보내지 않았다. 조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그렇지가 않다. 조선일보는 8면 기사 내용에 ‘투표 의향층’의 여론조사 결과를 설명했다.

조선일보는 “이번 선거에 ‘꼭 투표하겠다’는 투표 의향층에서는 주 후보(28.5%)와 공 후보(18.8%)의 차이가 10%포인트가량으로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결과는 오차범위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주경복 후보가 공정택 후보를 오차범위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앞서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조선일보는 기사 제목에 이를 담지 않았다. 조선일보 기사를 꼼꼼히 살펴본 독자는 8면 기사에서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겠지만 제목 중심으로 살펴본 독자들은 확인하기 어렵다.

조선일보가 '투표 의향층' 조사결과가 판세 전망에 더 정확할 것이란 설명을 하면서도 지면에는 주경복 후보가 선전한 결과를 부각시키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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