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와 노트북, 와이브로를 들고 '촛불'과 함께 등장한 '1인 미디어'의 부상이 기성 언론을 당혹케 하고 있다. 촛불정국 가운데 보수 언론의 게이트키핑이 생각만큼 통하지 않게 된 데는 1인 미디어가 '날 것' 그대로 보여준 생중계 콘텐츠를 통해 이미 사람들이 '보고 싶은 것'을 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통 매체, 불편함과 동시에 위기 느껴"

촛불시위를 계기로 떠오른 1인 미디어의 반격은 계속될까. 언론인권센터 주최로 지난 26일 인사동 관훈클럽에서 열린 '촛불에 나타난 1인 미디어 발전 방향' 토론회에서는 1인 미디어의 미래를 전망하고 기성 미디어와의 공존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최진순 한국경제신문 기자는 "1인 미디어의 부상과 포털사이트의 여론 집약으로 전통매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전통매체 뉴스룸은 촛불집회를 거치면서 불편함과 위기를 동시에 느끼고 있다"고 전통 미디어 종사자로서 곤혹스러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최 기자는 "실제 1인 미디어가 내놓은 여러 콘텐츠들이 과연 전통 매체의 저널리즘의 지위를 재고하는 방향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더 차분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이후 1인 미디어의 제도화와 시스템화에 대한 과제를 던졌다.

"전통 매체, 1인미디어와 '경쟁관계'에서 '공존관계'로 넘어가야"

무엇보다 그는 "전통 매체가 1인 미디어들과 경쟁 관계에서 하루빨리 공존의 관계로 넘어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기존 미디어가 촛불정국 가운데 소통의 창구로서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으며, 현재의 감정적 대치 상황을 방치한 책임이 있다"는 반성의 대목이 깔려 있다.

최 기자는 이를 위해 "전통 미디어에 대한 맹목적이고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닌 기존 뉴스콘텐츠의 잘못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운동이 1인 미디어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제기돼야 한다"며 "이러한 움직임이 기존 뉴스룸 기자들을 자극시키고 변화시키는 하나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블로거 김욱(거다란)씨는 "이번 촛불시위를 통해 드러난 1인미디어에 대한 호응은 기존 블로그에 대한 평가이자 확인이고, 냉소에 대한 해소였다"며, 미디어는 기존 미디어가 할 수 없는 연대와 자신감, 분노를 그대로 전달해 주었고, 사실상 촛불집회 현장은 1인 미디어만의 독점적 상황이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블로거 박형준(창천항로)씨도 "누적돼 온 기성언론에 대한 반감이 촛불시위를 계기로 폭발한 것"이라며 "누리꾼들의 주장에 따르면 기성 언론이 '미필적 고의'로라도 하지 않는 부분을 대신하고 있다. 그것이 시민들의 신뢰와 호응을 받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1인 미디어 보다 촘촘해져 '견제·감시' 기능 강화될 것"

김욱씨는 그러나 "취재원에 대한 지속적이고 조직적인 접근이 어려운 1인 미디어가 기존 미디어를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대신 1인 미디어가 보다 촘촘해져 기존 미디어에 대한 '견제와 감시'는 더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현재 기존 언론들이 앞다투어 인터넷 중계를 도입하는 등 1인 미디어가 전위 역할을 하고 있다"며 "1인 미디어가 기존 매체 기자들의 개인 브랜드화도 자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주발제를 한 민경배 교수(경희사이버대 NGO학과)는 촛불시위를 계기로 등장한 1인미디어를 '스트리트 저널리즘'이라고 표현하면서 "세계 최초의 카메라를 든 시위대의 출현"이라고 호평했다. 특히 "이들이 취재, 보도, 분석, 여론 형성 등 모든 언론과정에 개입하면서 속보성과 현장성에서 기존 언론을 압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세계 최초 카메라를 든 시위대 출현"

그는 "실제 보수언론의 메시지 공세가 이번처럼 먹혀들지 않는 사례는 처음이었다"며 "실제 미디어전을 방불케 하는 이번 촛불 정국에서 시민들이 기록자로서 직접 만들고 있는 그대로 전파하다보니 보수 언론의 게이트키핑이 통하지 않게 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민 교수는 "루머와 팩트의 선별이나, 콘텐츠 쏠림 현상에 대한 경계, 1인미디어 브랜드 구축, 일상적·지속적 저널리즘 활동 가능성 등"은 1인 미디어의 과제로 전망했다.

촛불집회 생중계 사이트에서 '라쿤'으로 유명한 BJ 나동혁씨는 1인 미디어 체험담을 소개하며 현장 중계 과정에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24일 이후 매일 새벽 경찰과 시민의 대치와 연행이 계속되면서 이 과정에서 경찰이 저지르는 위법과 폐해들을 많이 알 수 있었고 불법 채증을 가하거나 공식 프레스가 아닌 이유로 현장에서 촬영을 제지당하는 일들이 태반이었다"며 "이런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저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고 말했다.

장주영 변호사, "1인 미디어 저작권 초상권 등 법적 유의점" 강조

이날 언론인권센터 '1인미디어특별위원회' 위원인 장주영 변호사는 1인미디어 개인들에게 예상되는 법적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현장 중계 동영상이 단순히 평면적으로 현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의미 있는 뉴스 현장을 포착해 촬영했다면 저작물로 보호될 여지가 있으며, 집회를 중계할 때나 공개된 장소에서 촬영을 할 때에는 초상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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