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28일 밤부터 시민들에게 물대포를 쏘며 자정이 지나자 강제 진압에 나섰다. 현장 취재진도 경찰의 진압으로 상당수 피해를 입었다. 이날 강제 진압을 겪은 취재진들은 전경·시민들의 피해를 우려하며 한 목소리로 향후 전망을 어둡게 내다보았다.   

이날 밤 경찰의 강제 진압을 언급하자 취재진 대다수는 전경의 폭력 진압을 문제 삼았다. 시민들 선두에서 촬영한 김아무개 KBS 기자는 "경찰 쪽에서 뭔가 많이 날라왔고 시위대도 전경에게 던져 위험했다"며 "한 KBS 카메라 기자는 머리에 뭔가 맞아서 병원에 갔다"고 밝혔다.  

김신영 MBC 기자도 "MBC 오디오맨이 전경 버스 안에서 날라오는 쇠덩이에 어깨가 맞아 쓰러졌다"고 토로했다. 전경들은 취재진을 확인하고도 폭행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고재열 시사IN 기자는 "윤무영 기자가 지휘관 모습을 찍으니까 방패로 머리를 찍고 왼쪽 팔을 쳤다"며 "'프레스' 표시가 있는데도 그렇게 했다"고 밝혔다.

   
  ▲ 28일 오후 전경과 집회 참가자들이 서울 태평로에 주차된 경찰버스를 서로 끌어당기려 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KBS, 머리 맞고 병원가", "MBC, 쇠덩이 맞고 쓰러져", "프레시안·시사IN, 방패로 맞아"

의원을 진압하는 현장에 있던 기자도 수난을 겪었다. 손문상 프레시안 화백은 "최문순 의원이 경찰 간부들에게 '평화적으로 하자. 연행자를 석방하라'고 요구했다"며 "그런데도 (전경들이)최 의원에게 소화기를 쐈고 쏘는 것을 사진으로 찍다가 (나는)방패로 머리와 손가락을 맞았다"고 말했다. 곁에 있던 안홍기 오마이뉴스 기자도 날아오는 돌에 맞아 손가락이 부었다.

취재진들은 경찰의 강제 진압을 한 목소리로 문제 삼았지만 비판 강도에선 '온도차'를 보였다. 폭력시위와 폭력진압 논란을 바라보는 기자들의 시각 차이가 엿보였다.

기자들은 우선 진압 선두에 나선 체포 전담조를 도마에 올렸다. 탁기형 한겨레 기자는 "진입 방송하고 차근하게 (진압)해도 되는데 (전경이) 앞에서 빨리 몰아서 도망가는 사람도 다치고 전경도 많이 다쳤다. 나도 (카메라)스트로보 2개를 날렸다"고 지적했다. 

   
  29일 0시25분께 경찰은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앞에서 대치중이던 시민들을 일거에 덮쳐 몰아냈다. 기습적인 진압으로 곳곳에서 부상을 입고 쓰러지는 시민들이 속출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군중 속으로 전경 밀면서 양쪽 다 공포감"

문정우 시사IN 편집장도 "위험하게 몰았다. 군중들 속으로 전경을 밀었고 시민들도 갑자기 당하면서 양쪽 다 공포감 느꼈을 것"이라며 "(지휘관이)왜 강제로 시민들을 전경과 부딪히게 했는지 모르겠다. 현장에서 봤는데 지휘관이 미친 놈이라고 생각된다"고 거침없이 발언했다.

고재열 시사IN 기자는 "폭력시위가 문제냐 폭력진압이 문제냐는 얘기가 (앞으로)나올 것"이라며 "오늘 명백한 것은 무리한 진압이 시민들을 다치게 한 것이다. 지휘관이 부하들을 총알받이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전경을 '백골단'으로 비유하는 발언도 나왔다. 손문상 화백은 "(진압이)백골단을 방불케 했다"며 "안쪽에서 힘껏 독기 품은 어린 전경들이 늑대처럼 나왔다. (이명박 대통령이) 드디어 자기 정체성을 드러낸 것"이라고 밝혔다. 
 
"진압하고 때리는 장면, 카메라 담는게 슬펐다"

그러나 전의경들의 부상을 살피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신영 기자는 "문제의 핵심은 대통령은 손 안대고 코 풀려고 해서 애꿎은 전의경만 다친 것"이라며 "시위가 장기화 돼서 서로 점점 더 날카로워진 것 같다. (양쪽 다)안타깝다"고 밝혔다. 

박세연 뉴시스 기자는 "슬펐다"는 말 한마디로 이날 겪은 상황을 전했다. 그는 "전경들과 시민들 모두 흥분했다. 전경이 진압하니까 시민들은 도망가고 전경이 도망가는 시민들을 방패로 때리고 시민들도 전경을 때렸다"며 "이 장면을 카메라로 담는 게 슬펐다"고 설명했다. 

선대식 오마이뉴스 기자는 시민들의 폭력 행사도 문제로 지적했다. 선대식 기자는 "경찰들이 진압하는데 방패를 휘두르고 시민 밀치고 욕하면서 달려드는 모습엔 비판적"이라며 "하지만 소수이지만 시민들 역시 폭력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평화적 집회로는 안 되니까 이렇게라도 해야한다는 사람이 많은데 그럼에도 평화적으로 촛불을 들어야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경찰의 폭력 진압을 취재하는 취재진 모습. ⓒ시민 이종섭씨 제공  
 
"'연합 찌라시' 말 들으니까 답답했다", "언론사 야유, 많이 들었다"

일부 취재진은 전경과 시민들의 갈등을 취재하면서 겪은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박지호 연합뉴스 기자는 "개인적인 얘기를 하자면, 오늘 시민들한테 '찌라시'라는 말을 들어 답답했다. (시민들이 기자에게)신분증 보여달라는 것은 이젠 예삿일"라며 "사진은 위에서 자르는 것이 아니라 기자 개인 판단으로 기사화되는 건데 시민들이 오해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청한 한 방송사 기자도 "시위대 쪽에서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언론사들에게 야유 보냈다. 오늘 나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향후 정국 전망에 대해서는 정부와 시민들이 '평행선'으로 갈 것이라는 분석이 대다수였다. 박지호 기자는 "전경들은 타협 안 할 것 같고 시민들도 양보 안 할 것 같다"며 "이제는 단순 쇠고기 문제보다도 자존심 싸움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평행선 정국', "이 대통령, 숨어서 그러지 좀 말자"

김아무개 KBS 기자도 "시민들이 대통령에게 '공식 사과 왜 안 하냐'고 했지만 대통령 입장에서는 사과한 것일 수도 있다"며 "대통령 나름대로 액션 취하지만 시민들이 만족 못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결국 양쪽의 불만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부 기자들은 정국을 풀 열쇠는 이명박 대통령이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 앞에서 솔직하게 공개 사과하는 것이 최우선 해결책이라는 지적이다.

박세연 기자는 "국론이 더욱 분열된 것 같다"며 "이명박이 빨리 광장 앞에 나와서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호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탁기형 기자는 "지금처럼 가면 87년처럼 (시민들이 광장에)안 나오리라는 법이 없다. 그 당시 나도 기자였는데 그때는 정말 쥐 잡듯이 잡았고 폭력을 당하면 서로 인간성을 잃는다"며 "사람들이 많이 (거리에)나왔을 때 대통령이 빨리 나와서 사과하고 터놓고 얘기했으면 한다. 숨어서 그러지 좀 말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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