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공간에서 조중동 광고주에 대한 압박 운동이 거세게 일면서 보수 신문의 광고국은 거의 '패닉 상태'다. 시장 자체가 불황이어서 지난해에 비해 광고 상황이 여의치 않은 데다 시민들이 벌이는 광고주 압박 운동의 여파가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다.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은 지난 9일 발간된 '주간조선'에 게재한 특별기고 '촛불 시위 vs 1인 시위'에서 "조선일보 1면 등에 광고를 실어온 30여 개 기업(주로 내수소비재 기업)은 지난 5월27일부터 '조선일보에 광고를 싣지 말라'는 요구와 함께 광고를 계속하면 그 회사 제품의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는 '이름 없는 시민'들의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며 "쇠고기 문제로 곤혹스럽기는 조선일보도 마찬가지"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 6일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보수일간지에 광고하는 업체에게 불매운동의 경고를 보내는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세 신문이 겪는 광고난은 발행 면수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조선일보의 경우 매주 월요일에는 본지 36면, 경제 16면, 교육섹션 8면 등 평균 60면을 발행해 왔다. 그러나 지난 9일자 지면을 보면 본지 32면, 경제 12면, 교육섹션 8면 등 각 섹션별로 4면씩 모두 12개 면이 줄어들었다. 화요일자 지면 역시 본지 36면에 경제 16면씩 통상 발행해 왔지만 지난 10일에는 본지 32면, 경제 12면 등 8개 면을 줄여 발행했다.

중앙일보도 마찬가지다.
매주 월요일 본지 32면을 발행해 온 중앙은 지난 9일 28면만 발행했다.
중앙의 한 관계자는 "원래 월요일은 광고가 많은 날인데, 9일에는 광고가 없어 본지 지면을 줄여 나갔다"며 "광고 쪽에 엄청 타격을 받아 지면 제작 방향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광고주들이 잇따라 보수신문에 잠정적인 광고중단을 결정하면서 동아일보도 흐름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일단 동아일보도 조선일보나 중앙일보 추세와 마찬가지로 지난해와 비교해 광고매출이 감소했다. 언론계 안팎에서는 조중동 광고매출이 10% 가까이 하락했다는 말도 돌고 있다. 동아는 지난 10일 본지를 28면 발행했다.

동아일보의 관계자에 따르면 "고질적인 신문광고 불황에 촛불집회 여파로 인한 광고중단 등 악재가 겹치면서 광고국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한 광고국 관계자는 "조중동에 주로 실리는 분양 광고의 경우 광고가 게재된 날 독자들로부터 몇 통의 문의 전화가 오느냐가 관건인 곳인데, 광고가 나가면 항의전화가 쇄도할까 봐 하지 않겠다고 번복한 곳도 있다"고 말했다.

중앙의 한 관계자는 "기업체들이 시민들의 항의 전화와 불매 운동을 의식해 '약정한 광고비는 줄 테니 지면에 싣지 말아 달라'고 할 정도"라며 "주요 광고주들마저 이런 상황이다 보니 광고국 분위기가 거의 패닉 상태"라고 전했다.

   
  ▲ 촛불문화제 참가시민들의 보수일간지들에 대한 분노가 적극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촛불문화제를 앞두고 광화문 네거리에서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는 시민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일각에서는 기업체들이 조중동에 광고를 중단하면서 경향이나 한겨레 등 다른 신문에도 광고를 게재하지 않아 신문 광고 시장 전체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겨레의 한 광고국 관계자는 "광고주들이 '조중동에는 안 주고 한겨레와 경향에만 광고를 게재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난감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조선의 한 관계자도 "모든 주요 일간지에 광고를 게재하는 원턴(One-Turn) 방식으로 신문 광고가 이뤄져 왔기 때문에 조중동은 안 주고, 다른 신문은 주는 식으로 광고가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가뜩이나 신문 광고가 어려운데, 전체 시장을 축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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