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내부 쇄신 건의는 없었나(청와대 출입기자).” “특별히 내부쇄신은 별도로 거론되지 않았다(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2일 오전 9시35분 청와대 춘추관. 이명박 대통령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의 이날 아침 정례 회동과 관련해 이동관 대변인의 브리핑이 열렸다.

지난 주말 10만 명이 넘는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대통령 퇴진’ 구호까지 나온 상황에서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어떤 민심 수습책, 국정 쇄신책을 낼 것인지 관심이 집중된 자리였다.

그러나 이동관 대변인 브리핑에는 국정쇄신책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담겨 있지 않았다. 강재섭 대표의 기본 인식 역시 국민을 대표하는 제1당 대표로서 적절했는지 의문이다. 강재섭 대표는 “폭력 불법 시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원칙에 입각한 대응이 필요하지만 촛불문화제 등 평화적인 의사표현에 대해서는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동관 "청와대 내부쇄신 거론되지 않았다"

   
  ▲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연합뉴스  
 
경찰의 폭력 진압으로 부상자가 다수 있었고 특히 경찰이 군홧발로 시위에 참여한 한 여성을 짓밟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된 이후 민심은 말 그대로 격앙된 상황이다. 그러나 강재섭 대표는 “폭력 불법 시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원칙에 입각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폭력은 시위대가 아닌 경찰이 행사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지만 한나라당 대표는 불법 폭력 시위 근절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되뇐 것이다. 국정쇄신책에 대해 강재섭 대표의 건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동관 대변인은 “당 입장에서 보면 일부 정치적인 착오가 있었던 만큼 개각 등 민심 수습 방안 건의를 했다.청와대 정치상황을 예측 분석하고 여야정간의 소통과 조율을 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드는 건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정쇄신책 3일 발표?…청와대 "언론이 앞서 보도"

   
  ▲ 이명박 대통령이 2일 오전 청와대에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회동을 갖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장관고시 이후 확산일로에 있는 한미쇠고기 재협상 요구에 대한 대응방안 등 민심 수습책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은 “당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또 각계 원로 등을 두루 만나서 여론을 들은 뒤 민심 수습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국회 개원문제와 관련해서 한미 FTA 비준 동의안 처리와 고유가 대책 등 민생대책 논의 처리하기 위해 개원협상 조속히 마무리해서 원구성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청와대는 오는 3일 국정쇄신책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이동관 대변인은 ‘국정쇄신책 발표시기가 3일보다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당초 정한 것은 없었다. 언론이 앞서 보도한 것이다. 내일부터 각계 원로를 만나서 직접 의견을 듣고 수렴을 해서 발표할 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강재섭 대표는 국정쇄신책에 대해서는 구체성이 결여된 논의를 진행했지만 친박복당 문제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의견을 나눴다. 이동관 대변인은 “이른바 친박 복당 문제와 관련해 강재섭 대표는 몇 가지 원칙을 갖고 대응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동관 대변인 "당 화합 위해 한나라당 입당·복당 문호 최대한 개방"

   
  ▲ 지난달 31일 촛불문화제를 마친 시민들이 서울프라자호텔 왼쪽 길을 따라 명동쪽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이치열 기자  
 
이동관 대변인은 “당의 화합을 위해 한나라당 입당 또는 복당을 원하는 국회의원에게 문호를 최대한 개방한다는 원칙 아래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 공천 낙천해서 탈당한 뒤 18대 총선 당선된 후 당헌 당규상 결격사유 없는한 곧바로 복당 조치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동관 대변인은 “한나라당 입당과 복당을 원하는 의원(친박 의원과 순수 무소속 의원)은 당헌 당규에 따라서 해당 행위와 도덕성 심사해서 가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면서 “당규에 따라 이번 주 중 당원자격 심사위원회를 구성한다는 원칙을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강재섭 대표의 보고에 대해 “좋은 생각이다. 구체적인 방향과 절차는 당에서 알아서 진행하라고 말씀했다”고 이동관 대변인이 전했다. 2일 당청 회동 논의의 핵심 현안은 친박 복당 문제인 셈이다.

이동관"관보게재 연기? 벌써 고시를 했는데…"

그러나 이동관 대변인 브리핑에 이은 기자들의 질의 응답에서는 국정쇄신책이 주된 질문이었다. 이동관 대변인은 정부고시 관보 게재 연기여부를 묻자 “청와대에서 관보 게재에 대해서는 특별히 제기한 것은 없었고 이런저런 노력 국민 불안 씻을 수 있는 노력은 최선을 다하겠다. (관보게재를) 안 다고 얘기할 것은 현재로서는 없다. 벌써 고시를 했는데 뭐…”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사회 원로들과 만나 국정쇄신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어떤 원로와 만나고 무슨 해법이 나오게 될지는 두고볼 일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국정인식은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이명박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2일 발표된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19.7%까지 떨어졌다. 조선일보 여론조사에서도 21.2%까지 떨어졌다. 서울 광화문에 쏟아지는 시민들의 함성은 지난 87년 6월 항쟁을 연상하게 한다.

중앙일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19.7%

가정주부와 넥타이 부대, 10대 학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반정부 구호에 동참하는 일은 이례적인 일이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문화제는 프랑스와 뉴질랜드 등 외국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국정운영의 기본 틀을 바꿔야 할 위기상황이지만 청와대나 한나라당 지휘부는 ‘친박복당’ 문제 해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친박복당 문제가 매듭지어지면 국정위기 상황은 극복할 수 있을까. 

강형구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은 "정국은 최악의 사태로 향하고 있는데, 대통령과 여당대표가 나눴다는 이야기는 고작 ‘당의 의견을 수렴하고, 각계 원로를 만나 여론을 듣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관보게재는 강행하겠다고 한다. 청계광장과 청와대의 거리가 몇 천리 몇 만리 보다 더 멀게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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