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는 21일 <이학수∙김인주 퇴진할 듯> 기사에서 이건희 회장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그룹 경영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감안, 그룹 회장 자리를 그대로 유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전략기획실 문제는  “그룹의 총괄이기 때문에 전략기획실을 아예 폐지하기는 쉽지 않으며 이 회장의 경영 리더십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아직 하셔야 할 일이 많다”  “‘이 회장을 정점으로 한 전략기획실 대폭 ‘축소’가 현실적”이라는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했다. 하지만 문화일보의 보도는 하루만에 ‘오보’로 드러났다.

문화일보의 ‘예상’을 뒤엎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전격 퇴진했다. 23일자 신문들은 이 회장의 퇴진 소식을 모두 1면 머리기사로 올렸다. 다음은 각 신문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이건희 삼성 회장 전격 퇴진>
국민일보 <“허물안고 물러갑니다”>
동아일보 <이건희 삼성 회장 퇴진>
서울신문 <이건희 삼성회장 전격 퇴진>
세계일보 <삼성, ‘제3의창업’ 출발점 서다 >
조선일보 <삼성 ‘이건희 시대’ 막내려>
중앙일보 <이건희 삼성회장 경영 일선 퇴진>
한겨레 <이건희 회장 퇴진…지배구조 해법 유보>
한국일보 <21년 이건희시대 막내렸다>


지배구조 변화 없는 경영쇄신안…동아∙중앙은 ‘OK’

이건희 회장이 22일 직접 경영 쇄신안을 발표했다. 삼성은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전략기획실은 해체하고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 등 핵심임원들도 물러나기로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는 최고고객책임자(CCO) 자리에서 물러나고, 이 회장의 부인 홍라희씨도 리움미술관 관장 및 문화재단 이사직을 사임하기로 했다.

   
  ▲ 한겨레 4월23일 1면.  
 
특검에서 드러난 차명계좌는 관련 세금을 모두 납부한 뒤 나머지를 회장이나 회장 가족을 위해 쓰지 않고 ‘유익한 일’에 사용하기로 했다. 앞으로 은행업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뜻도 공식적으로 밝혔다. 삼성카드가 갖고 있는 에버랜드 주식을 4~5년 안에 매각해 순환출자 구조의 한 고리를 끊겠다고 한다.

하지만 삼성 논란의 핵심인 ‘지배구조’는 여전히 변화가 없다.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는 데 대해 삼성은 “‘현실적으로 추진하기 힘들다”고 못을 박았다. 차명계좌와 관련해서도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했지만, ‘사회환원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회장의 퇴진과 전략기획실 해체가 포함된 경영쇄신안에 대해 언론계는 일단 ‘예상을 뛰어넘는 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지배구조’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평가는 엇갈린다.

   
  ▲ 중앙일보 4월23일 사설.  
 
중앙일보는 사설 <삼성, 아픔을 딛고 세계 최고가 되라>에서 “삼성이 예상을 뛰어넘는 쇄신책을 내놓았다”며 “일단 삼성과 이 회장은 버릴 수 있는 것은 모두 버렸다”고 평가했다.

   
  ▲ 동아일보 4월23일 사설.  
 
동아일보도 사설 <삼성,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에서 “일부 시민단체는 오너 중심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이번 쇄신조치를 평가절하하려 든다”며 “그러나 기업 지배구조가 바뀌거나 경영권 승계 구도에 변화가 생겨야만 쇄신은 아니다. 오너는 무한책임을 지기 때문에 어차피 기업과 한 몸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이날자 사설 <이건희 삼성 회장의 퇴진을 보며>에서 “이번 삼성의 경영 쇄신안은 현실적으로 삼성이 내놓을 수 있는 한계 안의 최대치라는 느낌이 든다”면서도 “그러나 한편으론 이 회장과 전략기획실이 사라진 삼성에서 계열사 독립 경영체제가 순조롭게 자리잡을 수 있을지, 앞으로 경영권 승계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남기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경향∙한겨레 “본질적으로 달라진게 없다”

경향과 한겨레는 경영권 승계에 대한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한겨레는 <‘삼성 쇄신’, 완성이 아니라 시작이다> 사설에서 “특검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이번 쇄신안은 특검 수사가 제대로 됐을 때 의미가 있다”며 “이 회장이 법적•도의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지만 진정한 사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특검이 김용철 변호사가 “손에 쥐어주다시피 한 비리 의혹을 눈감거나 타협하고, 불법 비자금으로 의심되는 차명계좌까지 상속 재산으로 인정하는 등 면죄부를 주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특히 이번 쇄신안에 대해 “본질적으로 달라진게 없으며, 재산상의 손실 없이 승계구도를 확실하게 한 쇄신”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지주회사 전환은 어렵다면서 순환출자 문제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해 새로운 비전을 내놓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룹 경영권이 위협 받아서는 안된다고 한 것으로 봐서, 시간이 지난 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경영권을 이어받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는 듯하다”는 게 한겨레의 전망인데, 한겨레는 “문제의 근원은 합리성을 결여한 황제경영”에 있으므로 “그 폐단을 극복하고 경영 효율성과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 경향신문 4월23일 사설.  
 
경향신문도 <삼성 쇄신안에 대한 기대와 우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특검수사 발표 이후 예고되었다고는 해도, 쇄신책에 담긴 내용이 예상보다 과감하다는 점에서 삼성이 변화의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했다.

그럼에도 경향은 “이번 쇄신책은 근본적 문제 해결책과는 거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삼성은 경영권 승계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향은 “삼성은 각 회사의 전문경영진이 기업운영을 자율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했지만, 그간의 우리 기업풍토에 비춰 이 말이 그대로 실천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며 “그보다는 당분간 이재용씨를 해외에 내보낸 뒤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삼성 1인 지배의 문제가 아버지에서 아들로 바뀔 뿐 나머지는 달라지지 않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경향은 특히 “삼성은 이날 쇄신안에서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만 내놓았다. 과거에 무엇을 얼마나 잘못했는지 인정하고 반성하는 내용은 미흡했다”며 “앞으로의 계획도 상당부분 ‘추후 결정사항’으로 미뤄”놔 “삼성이 아무리 고뇌에 찬 결단을 했다고 해도 일말의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고 일침했다.

한미 정상회담 첫 선물은 아프간 재파병?

한미 정상회담의 첫 선물은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인가.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 방미 후속 조치로 아프가니스탄 경찰 훈련 참여 검토 방침을 밝혔다.

조선일보는 8면 <정상회담 이후 미국에 주는 '첫 선물'>  기사에서 “청와대가 분쟁지역인 아프가니스탄에 우리 경찰 훈련요원을 파견키로 한 것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에 주는 첫 '선물'의 성격이 짙다”며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주한미군 3500명 감축을 중단키로 한 데 대한 반대급부라는 해석이 일리가 있다는 말”이라고 전했다. 조선은 “ 한•미동맹 강화 등의 대가로 이명박 대통령이 대미 '선물' 보따리를 더 풀지도 모른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군파병과 경찰 훈련요원 파견은 차원이 다르다”며 “재파병으로 연결하는 것은 확대 해석”이라고 하지만, 조선 기사를 보면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조선은 “문제는 이번 경찰 파견 결정이 지난해 말 철수한 군대의 재파견으로까지 이어지느냐”라며 “실제 청와대 관계자는 이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이명박 대통령과의 캠프 데이비드 회담에서 경찰 파견문제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는 대통령 방미 전부터 미국측 요구사항에 들어 있었던 사안”이며, “미측 실무선에서 '국제 무대에서 한국의 역할을 확대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청와대 핵심 인사는 ‘방미 때 파병 요청도 있었느냐’는 질문에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는 지금 공개할 수 없으며 미국과 논의 중’이라고 여운을 남겼다”고 한다. “'경찰 파견→군대 파견'의 수순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는 게 조선의 해석이다.

경향도 “탈레반 일진 사건을 해결하려 군병력을 철수시킨 지 4개월 만에 재파병으로 이어질 길이 열렸”다며 이 대통령이 방미 당시 이를 위한 ‘물밑 논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동아와 중앙은 정부가 아프간 경찰 훈련 참여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는 사실만 단순 보도하는 데 그쳤다.

특히 중앙의 남정호 뉴욕특파원은 이날자 30면 <전향적 검토 필요한 해외파병> 칼럼에서 아프간 파병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남 특파원은 캐슬린 스티븐슨 주한 미국대사 지명자가 아프간 재파병을 언급한 것과 관련, "평화유지활동(PKO)이 근본적으로 현지인들을 돕는 인도주의적인 일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되며 "병든 이들을 고쳐주고, 치안유지를 지원하는 건 누가 뭐래도 그 자체가 고귀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평화유지활동은 분단국 한국에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다. 통일이 되면 북녘 땅의 치안은 누가 맡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한국의 경제력은 세계 12~13위다. 군사력은 6~7위권이라는 게 정설"인데, "올 2월 기준 유엔 PKO 규모는 10만9000여 명. 이 중 한국군은 404명"이라며 " 유엔이 피 흘리며 지켜준 나라"가 "이러고도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으려 한다면 과욕이 아니겠는가"라고 파병을 촉구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