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이 발행하는 만화격주간지 <팝툰>이 창간 1주년을 맞았다. 기존 만화잡지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 척박한 현실에서 <팝툰>의 선전은 기대이상이다.

성적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성적표만 놓고 본다면 <팝툰>은 벌써 문을 닫았어야 한다.

올해까지 누적된 적자만 2억 원이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경쟁력 있는 콘텐츠 창작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작비의 상당부분을 지원하는 사업을 펴지 않았다면 <팝툰>은 지금까지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팝툰>이 만화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만화잡지 시장이 여전히 불안정하긴 하지만 어느 정도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기성작가 외에도 걸출한 신인 작가들의 등용문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것은 <팝툰>에게도 마찬가지이지만 만화를 즐기는 소비자들에게 큰 재산이다.

문제는 창간 1주년 이후다. 콘텐츠진흥원의 지원이 올해 하반기에 중단되기 때문에 무엇보다 재정자립이 절실한 상황이다. <팝툰>의 미래는 지난 1년이 아니라 앞으로의 1년에 달려있다.

이성욱(40·사진) 편집장의 고민도 바로 이 지점과 맞물려 있다.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씨네21 사무실에서 만난 이 편집장은 “정기구독이나 가판판매로는 비용을 회수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그래서 준비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단행본 발간이다.

이 편집장은 “올해 안에 연재물로 인기를 끌었던 <전원교향곡> <속 좁은 여학생> <트레이스> 등이 단행본으로 출간된다”며 “좋은 만화 콘텐츠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다양한 2차 저작물로 활용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익을 다변화하겠다는 말이다.

올해 초 포털사이트 다음과 맺은 계약이 대표적이다. 이 계약으로 <팝툰>은 다량의 인터넷 만화 콘텐츠를 갖고 있는 다음으로부터 우수한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다음에서 두터운 팬들을 확보한 인기만화를 발굴해 단행본으로 발간하고 영화화 해 수익을 내겠다는 전략이다.

영화계의 큰 손 차승재씨가 대표로 있는 싸이더스FNH와도 이르면 이달 안에 양해각서를 체결한다. 계약이 끝나면 싸이더스FNH는 <팝툰>이 확보하고 있는 만화 콘텐츠를 영화나 드라마로 우선 제작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싸이더스FNH의 대주주가 KT라는 점도 고무적이다. 이 편집장은 KT가 갖고 있는 DMB, IPTV, 와이브로 등의 미디어에 공급해야하는 콘텐츠 수요가 많다는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팝툰>이 갖고 있는 만화 콘텐츠가 상당한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편집장은 “국내와 일본 등 해외시장을 대상으로 모바일 다운로드 사업에도 진출할 예정”이라며 “앞으로의 결과에 따라 <팝툰>이 안정적 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지 판가름 날 것”이라고 밝혔다.

글 ·사진=김상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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