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성식 전 정치부장이 사표를 쓰고 청와대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유 전 부장은 “7일 오전 회사에 사표를 냈다”고 밝히면서, “청와대로 가는 것은 맞지만, 아직 어느 자리로 갈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후배들과 조직이 받을 충격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서도 “정치부장 재직 시 보도 내용을 왜곡하거나, 기사를 잘 써주는 조건으로 정치권에서 대가를 받은 일이 없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일보 편집국은 현직 정치부장이 청와대로 자리를 옮기는 것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충격에 휩싸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현직 언론인의 정치권 진출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되어 왔지만, 당일까지 근무하고 정치권으로 직행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편집국의 한 간부는 "한국일보로서는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재활 프로그램을 가동시켜 가는 와중에 이런 일이 생겨, 몽둥이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2월 중순경 새 정부 쪽에서 일할 인물을 검토하며 유 부장이 스크린 대상에 올랐다는 정보가 편집국에서 포착됐었다”면서 “그때는 본인이 모르는 일이라고 관련 내용을 전부 부인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일보에서는 최근 정치부 소속의 이태희 차장대우가 방송통신위원회로 가기 위해 사표를 내는 등 근래 인력 유출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편집국의 간부는 "그런 작금의 문제를 풀고, 도약의 행진에 본격적 시동을 걸기 위해 6일 저녁 기자총회를 열어 회사의 마스트플랜을 논의했었다"면서 "그때도 유 부장이 아무런 낌새를 보이지 않았다. 그의 청와대행은 한국일보와 선후배들에게 흙탕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현재 편집국 전체가 인간적 모멸감을 받은 기분으로 격앙돼 있다”며 “현직 정치부장이 특정 정치집단으로 가는 것은 도의적으로도 말이 안 된다. 그동안 한국일보의 보도가 전부 의심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가게 됐다"고 말했다. 

편집국의 또 다른 기자는 “현직 정치부장이 갑자기 정치권으로 가는데, 당연히 안 좋게 받아들이지 않겠느냐"며 “이번 일은 이명박 정부의 수준을 드러내는 것 같다. 현직 정치부장을 청와대로 데려갈 만큼 그렇게 인력풀이 없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한국일보에서는 편집국 간부가 박재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강력한 항의와 유감의 뜻을 전달했으며, 청와대 쪽에서도 '사려깊지 않은 행동'이라며 사과의 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성식 정치부장은 서울대 동양사학과 출신으로 한국일보 편집국 여론독자부, 기획취재부를 거쳐 2002년부터 정치부 기자로 활동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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