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보면 마녀 사냥하는 식으로 여론몰이를 하면서 나중에 보면 어떤 정치세력과 연계가 되어 있든지 아니면 이념 편향성 이런 것 때문에 겉으로는 양심행위를 하면서 속내를 들여다보면 정치행위를 하고 있는 그런 일들이 많았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김성호 국정원장 내정자,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 등을 ‘떡값 검사’로 지목하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강재섭 대표는 “제가 볼 때 과거의 홍위병식으로 소위 특정 정치세력을 음해하기 위해서 하는 낙선운동하고 똑같다. 그래서 한나라당은 절대 무슨 부패를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용납 못한다”고 주장했다.

강재섭 "과거 홍위병식으로 특정 정치세력 음해"

   
  ▲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한나라당  
 
홍위병의 의미는 무엇일까.

1960년대 중국공산당의 청년운동에 가담한 학생들로 마오쩌둥을 지지하고자 투쟁하였다. 1966년 당 주석 마오쩌둥이 '수정주의적' 당국자, 즉 마오쩌둥이 만족할 만큼 혁명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류사오치, 덩샤오핑 등의 당 지도자들과 맞서 싸우는 것을 돕기 위하여 중국 공산당의 주관 아래 조직되었다.

마오쩌둥은 이에 따라 동료들에게 빼앗겼던 당의 지배권을 다시 장악하기 시작하였지만, 1966년 그의 소집에 호응한 홍위병들은 중국의 구시대적 문화유산을 제거하고 정부 내의 부르주아적 요소로 간주되는 모든 것을 축출하는 데 앞장서는 새로운 혁명가인 듯 스스로 도취되었다.

1966년 수백만의 홍위병들이 베이징으로 집결하여 마오쩌둥과 함께 8회에 걸쳐 대규모 집회를 가졌으며, 전국적으로 그 수는 1100만 명에 육박하였다. 홍위병들은 행진과 회합, 열렬한 선전활동에 참가하는 한편, 각 지역의 당 지도자들은 물론 교사 및 학교 지도자, 지식인, 그리고 전통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을 공격하고 박해하였다.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이러한 박해를 받고 처형당하였다.

국내에서는 보수진영에서 냉전이데올로기를 자극해 진보진영을 비판할 때 ‘홍위병’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곤 했다. 한나라당 대표가 사제단을 ‘홍위병’에 비유하며 강경 발언을 내놓는 이유는 ‘떡값의혹’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나경원 "떡값 의혹도 불발탄으로 끝날 것"

   
  ▲ 민주노동당은 6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떡값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민주노동당  
 
특히 BBK 면죄부 수사로 자신감을 얻은 한나라당은 떡값 의혹에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검찰과 특검의 BBK 수사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지만 한나라당은 결과를 강조하며 이번에도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BBK 의혹이 불발탄으로 끝난 것처럼 떡값 의혹도 불발탄으로 끝날 것”이라며 “야당은 지난 대선을 BBK 의혹으로 치르더니 총선은 떡값 의혹으로 치르려고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대변인도 떡값 의혹을 제기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 역으로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나경원 대변인은 “의혹제기에 대해서 전체가 아닌 일부 의혹 대상자를 발표하는 방법, 또 구체적인 증거부분이 있으면 신속히 특검에 제출해야하는데도 그런 것을 하지 않고 언론을 향해서 발표하는 매우 정치적인 모습에 안타까움을 표한다”고 말했다.

창조한국당 "사제단 홍위병 빗댄 것은 군사정권 잔재의식"

그러나 한나라당의 이러한 태도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여론의 흐름과 동떨어진 모습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떡값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국가정보원의 수장을 맡고 청와대 사정 책임자 역할을 맡을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특히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홍위병’에 비유한 여당 대표의 주장은 논란의 대상이다. 김석수 창조한국당 대변인은 “강재섭 대표가 삼성떡값을 폭로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을 홍위병에 빗대어 비난한 것은 지난 시대 민주화운동을 눈엣가시로 여긴 군사정권의 잔재의식을 그대로 드러낸 행태”라고 비판했다.

야당은 이번 사안을 그냥 넘기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고소영’ 내각, ‘형님인사’에 이어 ‘떡값’ 문제를 어물쩍 넘어가려한다면 총선에서 심판을 받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민주노동당 청와대 앞 기자회견  

유종필 대변인은 “그저 부인하고 그저 감싸고 진상규명에 방해를 하는 것이 청와대의 역할은 아니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부인하고 무조건 감싸는 것이 올바른 여당의 역할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의혹의 당사자들에게 자청해서 철저하게 수사를 받도록 지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유은혜 부대변인은 “청와대는 ‘초스피드 조사’로 면죄부를 주고 당사자들은 무고를 주장하며 ‘법적대응’을 시사하더니 한나라당은 정치적 협박을 하는 것을 보면 거듭된 인사실패로 궁지에 몰린 한나라당 정권이 사정의 칼날을 휘두르겠다고 선전포고를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이날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수호 비상대책위원은 “떡은 우리나라의 고유의 음식이며 민중들이 즐겨먹는 서민들의 대표적 음식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이것이 ‘뇌물’의 대명사가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종찬 민정수석 "청와대와 무관한 개인과 관련된 일"

민주노동당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명박 정부는 땅 투기 내각, 논문표절 내각에 이어 떡값내각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려면, 덮어놓고 부인만 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직접 나서 진실을 밝히고, 임명을 철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종찬 민정수석은 “이번 사건은 청와대와 무관한 본인 개인과 관련 된 일이므로 변호사를 선임해 모든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다. 현재 적합한 변호사를 물색 중이다. 본인은 무분별한 폭로에 대해서는 끝까지 진상을 규명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