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KBS 사장의 사퇴를 촉구해온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박승규)가 결국 정 사장 사퇴 결의문을 채택했다.

KBS본부는 19일 채택한 결의문에서 "이제 KBS의 미래를 위해 정 사장은 사퇴하는 것이 옳다"며 "우리 구성원 스스로 우리의 미래를 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KBS본부는 또한 "최근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80%가 넘는 응답자가 '정 사장에겐 KBS의 미래를 헤쳐 나갈 능력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더 이상 무능한 경영진에게 우리의 미래를 내맡기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 정연주 KBS 사장. ⓒ미디어오늘  
 
한편 KBS본부는 20일 펴낸 특보에서 19일 결의문을 채택하기까지의 중앙위원회 및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회의는 오전 10시부터 시작해 밤 9시가 다 돼서야 끝날 정도로 긴장감이 감돌았다고 KBS본부는 밝혔다.

이날 회의 도중 방송구조개편 대응방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자 정 사장 거취 문제에 대한 비상대책위원들의 격론이 펼쳐졌다. 일부 위원들은 "이제는 조합 집행부가 행동을 보일 때"라며 강경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으나, 다른 위원들은 집행부가 보여온 신중한 입장을 이해하기도 했다고 KBS본부는 전했다.

KBS본부는 "강경론이든 신중론이든 정 사장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는 점에서는 두 쪽 모두 의견이 일치했다"며 "공영방송 KBS의 미래를 정 사장에게 맡길 수는 없다는 강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비상대책위원회가 19일 채택한 정연주 사장 관련 결의문 전문이다.

   
  ▲ 박승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장. ⓒ미디어오늘  
 
공영방송 KBS의 미래가 백척간두에 섰다. 정권의 음습한 공영방송 장악 시도는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예산을 국회가 통제하겠다고 한다. 공영방송을 정파들의 이해관계가 얽히는 이전투구의 무대로 삼겠다는 것이다. 관제 방송들을 공영방송에 갖다 붙여 아예 국영방송으로 삼겠다는 의도도 감지된다. 방송시장 재편을 틈타 공영방송을 멋대로 주무르고 굴복시키려는 정권의 욕망 또한 여전하다.

모두 KBS를 이끌고 있는 경영진이 풀어나가야 할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오늘 우리 경영진의 모습은 어떠한가? 경영 환경을 탓하며 해마다 수백억 적자로 조직을 멍들게 하고 있다. 편파시비 속에 공영방송은 끊임없이 정쟁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공영방송의 생명줄이라며 사운을 걸고 추진했던 수신료 인상 실패는 구성원들을 절망으로 몰아넣었다. 실패한 조직 개편 역시 후유증을 넘어서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결론은 분명하다. 노동조합은 현 경영진에게서 더 이상 KBS의 미래를 읽지 못한다. 최근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80%가 넘는 응답자가 “정 사장에겐 KBS의 미래를 헤쳐 나갈 능력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제 KBS의 미래를 위해 정 사장은 사퇴하는 것이 옳다. 노동조합도 더 이상 무능한 경영진에게 우리의 미래를 내맡기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겠다. 우리 구성원 스스로 우리의 미래를 열어갈 것이다.

우리의 과제도 분명하다. 독립된 사장을 경영진으로 맞기 위해서 법적 장치 확보는 무엇보다 절실하다. 디지털 시대 공영방송의 역할과 규제방식에 대해서도 새로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안정적인 재원확보 방안도 필수다.

우리는 이를 실천하기 위해 ‘정권으로부터 독립된 공영방송’의 원칙을 철저하게 견지해 나갈 것이다. 이는 지난 1988년 노동조합이 설립된 이후 단 한 번도 놓지 않은 본원적 가치다. 공영방송 KBS의 정치적 독립은 정권교체 이후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차기 사장을 판단할 때도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방송독립’은 노동조합의 역사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방송을 제대로 아는 인물’은 정치적 독립 못지 않은 소중한 기준이다. KBS는 더 이상 방송 비전문인이 경영수업을 쌓는 곳이 아니다. 도덕성 또한 공영방송의 수장이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다. 비도덕적인 인물이 사장으로 있는 공영방송이 그 소임을 다할 수 없다.

우리는 차기 사장과 관련해 특정인물을 놓고 KBS의 미래를 설계하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관심사는 공정한 사장 선임구조를 담보하는 공영방송의 시스템이다. 이 모든 과제들을 풀어나감으로써 공영방송 KBS가 시청자로부터 사랑 받는, 그리하여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자산이 되도록 구성원 모두 떨쳐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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