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14일 서울 삼청동 대회의실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가졌다.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조준웅 특별검사 수사팀은 같은 날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이건희 회장 집무실 등 8곳을 압수수색 했다.

15일자 아침신문들이 모두 이 당선인 기자회견을 1면 머리기사로 보도한 가운데 한겨레만 삼성 압수수색을 1면 머리기사로 올렸다. 다음은 15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정부조직 군살 빼고 무리한 부양책 없다">
국민일보 <"김정일 위원장 언제든 만날 것">
동아일보 <"조직-군살 줄여 알뜰-유능한 정부로">
서울신문 <"공직 나사 죄어야…경부운하 민자로">
세계일보 <"정부·공직사회 먼저 변해야">
조선일보 <"새 총리는 세계 누비며 자원외교 할 것">
중앙일보 <"할 수 있다…못 해낼 일 없다">
한겨레 <삼성 비자금 '핵심인물' 정조준>
한국일보 <"변화 흐름서 정치도 예외 없다">

'747'은 날아가고 전기충격기만 남았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14일 신년기자회견에서 7% 경제성장률과 관련해 "금년에 당장 달성할 수는 없지만 6%는 달성할 수 있지 않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의 대표 공약인 이른바 '747 공약'(연평균 7% 성장,10년 뒤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 세계 7대 강국 진입)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성장률도 '실질'서 '잠재'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사설에서 "무리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그런 점에서 바람직한 자세"라고 높이 평가했다. 반면 '아직도 배고픈'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주택 양도소득세를 더 과감하게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동아일보 배인준 논설주간의 칼럼 <'참 쉬운 회견'>이다.

   
  ▲ 동아일보 1월15일자 34면.  
 
"50분간 TV를 시청하기가 우선 편했다. 약간 느린 저음에 실려 나오는 말들은 쉬웠다. 표현에 꼬인 구석이 없고 표정에 여유가 있었다.…대부분의 연설은 '감사합니다'로 끝난다. 하지만 어제 당선인의 '감사합니다'에는 의례(儀禮) 이상의 항심(恒心)이 담겨 있기를 바란다. 길고 험한 난관을 자력(自力)으로 뚫고 대선 승리를 쟁취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숱한 고비마다 국민이 덮어 주고 감싸주지 않았다면 어제 그 자리가 없었을지 모른다."

"국민이 덮어주고 감싸주지 않았다면 어제 그 자리가 없었을지 모른" 이날 경찰청은 "이 당선인의 법질서 확립과 엄정한 법 집행 요구에 따라"(중앙일보) "수비위주이고 후진적인 시위 진압 방식"(조선일보)을 바꾸기로 했다. 경찰청은 기존의 물대포 외에 전기충격기까지 새로 선보일 방침이다.

배 주간은 "국민 각계와 개개인이 법치(法治)와 시장원리를 능동적으로 실현" 할 것을 주문했다. "정부에 모든 것을 미루고 요구만 하는 태도로는 선진화 시대와 세계일류국가를 앞당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삼성 압수수색, 조선 사설과 한겨레 그림판

삼성그룹 압수수색을 다룬 15일자 보도는 조선일보 사설과 한겨레 그림판이 압권이다. 먼저 조선일보는 사설 <삼성 압수수색 지켜보는 국민 마음>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수사관들이 이 회장 집무실을 뒤지고 다니는 모습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른 우리 기업조차 밝은 면과 어두운 그늘 사이의 괴리가 이토록 엄청나다는 현실을 다시 한 번 실감한다"고 밝혔다.

   
  ▲ 조선일보 1월15일자 사설.  
 
이어 "문제의 뿌리는 세계적 거대 기업을 상속하면서 세금은 국내 중소기업 수준으로 내려고 했던 편법적 사고방식이었다"며 "삼성은 작년에 8000억 원을 사회에 헌납했다. 처음부터 이만한 돈을 상속세로 냈으면 이 회장 집무실이 압수수색 당하는 사태가 벌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우리 사회의 의식과 기준은 정도를 걷지 않으면 언젠가는 그보다 몇 배 더한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을 정도로 바뀌었다"며 "이런 충격적 사태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가를 바로 보고 바로잡고 깊이 새기는 것이 삼성과 나라 경제에 대한 걱정을 떨치지 못하는 국민에 대한 삼성의 도리"라고 결론지었다.

한겨레는 2면 한겨레 그림판에서 특검팀이 이건희 회장 집무실을 열고 들어섰으나, 이미 집무실은 깨끗하게 치워진 상태임을 묘사했다. 이 회장은 활짝 웃으며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 보인다. 한겨레만의 '상상'이 아니다. 조선일보가 8면에 올린 관련기사 제목은 <텅 빈 김인주 사장 별장…"컴퓨터도 없네!">이다.

   
  ▲ 한겨레 1월15일자 한겨레그림판.  
 
동아일보, 통일교 이어 JMS로 '몸살'

동아일보가 통일교에 이어 JMS 신도 항의방문으로 몸살을 앓았다. 동아일보는 12면 기사 에서 "종교단체인 JMS 신도 40여 명이 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의 편집국에 무단 침입해 난동을 부렸다"고 보도했다.

   
  ▲ 동아일보 1월15일자 12면.  
 
동아일보가 지난 12일자에서 정명석(63) JMS 총재가 중국에서 붙잡혀 곧 국내로 송환돼 검찰 조사를 받는다고 보도한 데 따른 것이다. 동아일보 15일자 보도에 따르면, 14일 오전 10시 40분 경 동아일보사를 찾은 JMS 신도 중 2명이 20분 뒤 13층 편집국에 올라와 관련기사를 삭제하고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는 동안 다른 신도 40여 명이 비상계단으로 편집국 입구에 모인 뒤 유리로 된 자동출입문을 발로 부수고 들어왔다. 이들은 의자와 집기를 집어 던지면서 "다 죽일 거다", "죽을 작정하고 왔다"고 협박하기도 했다고 동아일보는 전했다.

사태는 전·의경 1개 중대가 투입돼 이들을 끌어내면서 진정됐다. 이날 사태에 대해 JMS 대표들은 같은 날 오후 "너무 죄송하다. 100% 잘못했다"고 공식 사과했다.

한편 지난 2006년 8월에는 월간 신동아가 9월호(564호) 표지에 문선명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총재를 올리며 <대해부 통일교왕국> 기사를 실은 데 대해 가정연합 쪽이 반발하기도 했다. 당시 신동아의 <대해부 통일교왕국> 기사는 △청평왕국 △메시아인가, 사이비교주인가 △탈교자들의 증언 △황선조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회장 인터뷰 등으로 이뤄져 있었다.

이에 불만을 품은 가정연합 신도들은 같은 달 22일 서울 충정로 신동아 사옥 로비에서 연좌시위를 벌였고, 세계일보도 지면을 통해 신동아 보도를 지적한 바 있다.

세계일보 단독보도"항일 유적지 사라져"

사광기 전 사장 재임 시절 많은 단독보도로 눈길을 끌었던 세계일보가 의미 있는 단독보도를 내놨다. 세계일보는 15일자 11면 머리기사 <"서울 지역 항일 유적지 83% 흔적 없이 사라져">에서 "독립운동 유적지 90건 중 83%인 75건이 아예 사라지거나 완전 변형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독립기념관(관장 김삼웅)의 발주로 서울 독립운동 및 국가수호 사적지 실태조사단(단장 장규식 중앙대 교수)이 조사한 결과다. 이는 세계일보가 지난 2006년 8월 14일부터 5회에 걸쳐 기획보도한 '방치된 독립운동 유적'을 계기로 김 관장이 국내 독립운동 유적지 종합실태조사를 약속한 데 따른 것이다.

   
  ▲ 세계일보 1월15일자 11면.  
 
조사단은 지난해 8월부터 역사적·교육적으로 중요한 사건과 단체, 인물 관련 유적지 실태조사를 벌여 이미 파악된 123건 외에 155건을 추가로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독립운동 유적지는 대부분 흔적조차 찾을 수 없거나 완전 변형된 형태로 남아 있음을 확인했다.

세계일보는 "독립운동 사적지 90건 중 '의친왕 저택터(종로구 관훈동 192)' 등 70건은 아예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고, 종로2가 YMCA회관 등 5건은 완전 변형돼 옛 모습을 잃었다"며 "국가나 서울시 등에서 기념표석을 잘못 설치했거나 의심되는 곳도 10곳이나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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