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니투데이 1월9일 1면.  
 
언론사 대주주의 자격 요건은 무엇일까. 최근 머니투데이 경영권 분쟁은 언론사의 소유 지배 구조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 제기를 하게 한다. 머니투데이 주주들 가운데 일부는 현 경영진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경영진과 직원들은 대주주가 시세차익을 목표로 적대적 인수합병을 하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경영권 분쟁은 최근 다우기술이 대주주 지분을 사들이면서 머니투데이와 다우기술 계열사들의 갈등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다우기술은 현재 머니투데이 지분 14.99%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머니투데이는 다우기술에 지분을 넘긴 장아무개씨 등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비판 기사를 내보낸 바 있다.

머니투데이는 9일 다우기술 김익래 회장과 관련한 기사를 3건이나 내보냈다. 1면에 <다우기술 김익래 회장 미공개 정보이용 의혹>이라는 기사를 내보낸데 이어 2면에 <증권·금융업계 "의도부터 불순">, 18면에는 <키움증권, 운용업 불가·경쟁 격화 '사면초가'> 등 전방위 공격에 나섰다.

머니투데이는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다우기술의 약점을 잡아낸다. 다우기술 김 회장이 2006년 6월 계열사인 다우데이터 지분을 시세보다 싼 가격에 사들였고 인수 이후에 호재성 공시가 쏟아져 나오면서 주가가 크게 뛰었다는 내용이다.

머니투데이는 김 회장이 업무상 배임 혐의에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머니투데이는 또 "(김 회장이)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인수한 것이라면 몰라도 이번 머니투데이 지분 인수는 의도부터가 불순한 것 같다"는 한 증권사 임원의 말을 익명으로 인용하기도 했다.

다우기술의 계열사인 키움증권도 공격 대상이 됐다. 머니투데이는 "최근 급격한 성장세를 달려온 키움증권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이 일고 있다"며 "위탁 매매 의존도가 높고 '대주주 리스크'로 인해 성장가도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머니투데이는 "자산운용사 설립이 최대주주 탓에 원천적으로 막혀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머니투데이 1월9일 2면.  
 

   
  ▲ 머니투데이 1월9일 2면.  
 
머니투데이는 8일에도 18면에 <키움증권 10% 폭락… 4개월 만에 5만 원대 밀려>, 19면에 <기관, 키움증권 대거처분 "미래 불안"> 등의 기사를 내보냈다. 특정 기업의 주가 폭락을 주제로 이틀에 걸쳐 3건이나 기사를 내보내는 일은 이례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 머니투데이 1월8일 19면.  
 
키움증권 관계자는 "주가가 많이 빠지긴 했지만 최근 주식시장이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라며 "머니투데이 기사가 나간 뒤 투자자들 문의와 항의가 빗발치고 있지만 마땅한 대응 방법이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 머니투데이 1월8일 19면.  
 
머니투데이는 또 다우기술이 한신평정보 지분 인수 가격이 장씨 등의 지분 인수 가격보다 낮다는 점을 문제 삼아 "다우기술은 계열사 이익 편취, 한신평정보 경영진은 배임의 혐의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우기술이 머니투데이의 지분을 사들인 때는 지난해 12월 초이다. 다우기술은 장아무개씨 등이 보유하고 있던 머니투데이 지분 10만2790주(지분율 9.47%)를 주당 4만2천 원에 사들였다. 장씨는 박무 전 머니투데이 대표의 부인이다. 다우기술은 이후 계열사인 한신평정보가 보유하고 있던 머니투데이 지분 6만 주(5.52%)를 주당 3만3천 원에 추가로 사들였다.

머니투데이는 7일 2면 <계열사선 1주 3만3천 원, 외부선 4만2천 원 매입>에서 "'머니게임' 논리에 경도된 일부 기업이 공공기능을 갖춘 언론사나 금융회사를 지배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과 투자자들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머니투데이는 10일 1면 <다우기술 김익래 회장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당국 "살펴보는 중">에서는 금융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 "미공개 혐의를 조사하게 되면 관련 계좌에 대한 조사도 이뤄진다"며 "계좌 개설 과정이나 거래 과정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경영권 분쟁이라는 민감한 상황에서 지면을 동원해 지분 인수 측의 약점을 공격하고 이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 또는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물론 머니투데이 직원들 입장에서는 경영권 위협을 방어해야할 급박한 사정이 있겠지만 최근 머니투데이의 관련 기사는 정도를 벗어났다는 지적이 많다.

   
  ▲ 머니투데이 1월7일 2면.  
 
머니투데이는 7일 2면, <독자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서 자사 관련 기사를 내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힌 바 있다. 특별 취재반 명의로 작성된 이 기사에서 머니투데이는 "적대적 공격을 가하는 측이 시장의 기간망인 머니투데이를 지배할 자격이 있는지 철저히 검증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머니투데이는 "머니게임으로 재산을 불려온 '기업 사냥꾼' 손에 넘어간다면 시장의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질 것"이고 "결국 투자자들은 공들여 구축해온 투자 인프라 하나를 잃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머니투데이는 또 "'후광' 없는 언론사가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매체를 통해 드러내는 길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머니투데이는 정관에 최대 주주가 15% 이상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정 주주의 압력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박무 전 대표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다우기술이 15%에 가까운 지분을 확보하고 있지만 이를 두고 적대적 인수합병의 위협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계열사들을 동원해 추가로 지분을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

머니투데이 경영권 분쟁의 핵심은 일부 주주들이 현 경영진을 불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2대 주주로 물러난 장씨 등은 현 경영진이 유상증자와 우리사주 발행 계획 등을 발표하자 홍 대표가 자신의 우호 지분을 늘리려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경영권 분쟁이 표 대결 양상으로 치닫는 가운데 유상증자와 지분구조 변경을 둘러싸고 주요 주주들과 경영진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장씨 등은 홍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홍 대표를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반면 직원들은 대부분 홍 대표를 지지하고 있다.

장씨 등은 다우기술에 지분을 매각한 것과 관련, "유상증자 대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머니투데이는 "유상증자 배정물량을 모두 청약한다 하더라도 이번 지분 매각으로 14억 원을 남기게 됐다"며 도덕성 논란으로 몰아가고 있다.

   
  ▲ 머니투데이 1월3일 2면.  
 
머니투데이는 3일 2면 <고 박무 대표 친구와 후배들… 평소 "돈은 안 중요해" 주장>에서 장씨 등이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소송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기 위해 회사의 주식 가치가 1만 원도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한편에서는 주당 4만2천 원에 지분을 매각해 이익을 챙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다우기술 관계자는 "시세차익을 노리고 머니투데이 지분을 매입한 것은 사실이지만 적대적 인수합병은 가능성도 낮고 계획도 없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김 회장의 미공개 정보 이용 등의 기사와 관련, "보복이 두렵다"며 "아무런 공식적인 답변도 할 수 없다"고만 밝혔다.

머니투데이 노사협의회 노측 대표인 채원배 기자는 "특정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기사를 전면 배치하는 등 지면을 사유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사회적 공기라고 할 수 있는 언론사를 적대적 인수합병하려는 시도에 맞서는 것은 정당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머니투데이 직원들은 10일 주요 주주인 신영무 세종법무법인 변호사의 사무실을 찾아가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를 규탄하는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머니투데이 경영권 분쟁은 시장에 나온 주식회사로서의 언론사가 직면한 딜레마를 그대로 드러낸다. 일정 지분 이상을 확보한 대주주가 적대적 M&A를 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것 이상의 해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경영권 위협을 막는 최선의 현실적인 해법은 주주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지만 이는 언론사의 경영 목표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경영진의 전횡 또는 비리를 주주들이 견제하는 것과 시세차익을 노리고 지분을 매입한 주주에게 언론사 주주로서의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 어느 것이 우선일까.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직원들 또는 기자들은 현 경영진과 이에 반하는 주주들 가운데 선택을 해야 한다. 머니투데이 기자들은 지면을 사유화한다는 비판을 감수하고 기꺼이 경영진의 편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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