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5일부터 지난 4일까지 174일 간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던 마부노호 선원에 대해 대부분의 국내 언론이 무관심할 때 이들에 대해 꾸준히 보도해온 기자가 있다.

국제신문 정경부 박병률(사진) 기자는 지난 7월 말부터 선원 석방 때까지 60차례에 걸쳐 협상 소식, 정부 대응의 문제점, 지역 사회의 석방노력 등을 기사화했다. 박 기자는 지난 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비록 대특종은 아니지만 꾸준히 보도한 데 따라 7억 원이라는 국민성금도 모였고, 사건이 잘 해결돼 다행”이라고 밝혔다.

   
   
 
-어떻게 취재하게 됐나.
“지난 6월 말 해양수산부를 담당하게 되면서 소말리아 한국인 선원 납치사건을 알게 됐다. 외교부는 취재에 응하지 않아, 국회 보고자료를 통해 파악해보니 피랍 4명의 거주지가 대부분 부산이었다. 몸값이 6억 원이라는 보도를 근거로 지난 7월 말 첫 기사를 썼다. 그랬더니 마부노호 선주로부터 전화가 왔다. ‘몸값 6억 때문에 선원 석방을 못시키는 줄 아느냐. 날 뭘로 보냐’는 취지의 항의전화였다.”

-그런데도 계속 보도했나.
“9월 들어 선주의 친구라는 사람으로부터 소말리아 해적이 선원들을 구타하고 협박하고 있으니 언론이 관심을 가져달라는 전화 요청을 받았다. 그때부터 선원 구타 사실 등 피랍 상황과 관련해 적극적인 보도를 하기 시작했다.”

-다른 언론은 보도하지 않았나.
“10월 초까지만 해도 다른 언론은 거의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다 10월7일 선주가 직접 전화해와 ‘중앙지가 우리를 버렸느냐. 모든 언론에 알려달라’며 직접 보도해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외교부가 현지 대사관 직원을 통해 처음엔 ‘협상만 잘 되면 돈을 대주겠다’고 했다가 10월6일 돌연 ‘돈은 못 대주고, 기술적 지원만 할 것’이라고 했다며 망연자실한 상태였다. 이런 협상의 문제점을 보도했고, 이후 선원 가족들의 심경, 부산 해상노련과 기독교단체의 성금 모금 관련기사를 잇따라 썼다. 다른 언론으로는 MBC <시사매거진 2580>팀과 부산일보가 10월부터 적극적으로 보도해 그나마 여론을 확산시킬 수 있었다. 연합뉴스도 간헐적으로 보도해왔다.”

-언론이 왜 무관심했다고 보나.
“아프간 사태 때 납치됐던 샘물교회 사람들의 집안은 전직 고위관료도 있을 정도로 유력했지만, 이들은 선원이라는 특수한 직종인데다 가족 또한 대부분 가난하고 ‘빽없는’ 사람들이었다. 과연 이들이 선원이 아닌 승객이었다면 이렇게 무시할 수 있었을까. 피랍 초기 ‘협상에 지장이 있다’ ‘보도하면 몸값 오른다’ ‘선적(배의 국적)이 한국도 아니다’라는 외교부의 주장이 먹혀 언론에 등장하지 않은 면이 있다. 그러나 10월 언론들이 많이 보도한 뒤에도 몸값은 오르지 않았다. 언론이 너무 쉽게 외교부 주장에 동조했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 만큼 언론은 이 문제를 공론화하지 않았다.”

-언론에 할 말이 있다면.
“지난 4일 밤(한국시각) 마부노호 선원의 석방은 됐지만 지난달 28일 납치된 골든노리호의 한국인 선원은 아직 풀려나지 않았다. 이런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언론이 지속적이고 상시적인 문제제기를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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