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국현 대선 예비 후보와 월간조선의 공방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어느 한 쪽은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 후보가 유한킴벌리를 퇴직하기 직전에 받은 스톡옵션이 논란의 핵심이다. 문 후보는 재직시절, 유한킴벌리의 모회사인 킴벌리클라크의 스톡옵션을 해마다 받았는데 올해 스톡옵션을 받기 위해 대선 출마시점을 늦췄다는 게 월간조선의 주장이다.

"60억 원 스톡옵션 받으려고 대선 출마 늦췄다"

월간조선은 지난 9월21일 발간된 10월호에서 문 후보가 60억 원에 이르는 스톡옵션을 받기 위해 대선 출마시점을 늦춰왔다고 주장했다. 월간조선은 "스톡옵션의 행사가 가능해지는 8월20일의 다음 날인 지난 8월21일 회사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 월간조선 11월호 표지.  
 
대선 출마라는 중대 사안을 앞두고 스톡옵션을 받기 위해 출마시점을 저울질했다는 건 청렴한 이미지를 강조해왔던 문 후보에게 사소하나마 도덕적으로 흠집이 될 수 있다. 스톡옵션이라는 제도가 경영진에 대한 성과 보상과 격려의 성격이라는 걸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월간조선의 주장이 맞다면 문 후보는 스톡옵션을 챙긴 바로 그 다음 날 회사를 그만 둔 셈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대선 출마시점을 미뤄온 셈이다. 문 후보의 사임서는 8월22일 이사회에서 수리됐고 문 후보는 8월23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문 후보는 10월호 발간 이후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스톡옵션은 이미 지난 4월에 받은 것으로 스톡옵션의 행사와 대선 출마시점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킴벌리클라크의 스톡옵션에 대한 권리행사는 재직 중에는 10년 이내에, 퇴직 후에는 5년 이내에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문 후보는 월간조선 10월호에 대해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기각됐다. 그리고 월간조선은 11월호에 다시 이 문제를 들고 나왔다. 월간조선은 좀 더 구체적으로 "문 후보가 올해 4월25일에 받은 스톡옵션 1만202주의 권리발생시점이 8월23일로 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 후보가 이 날짜에 맞춰 퇴직과 대선 출마시점을 미뤄왔다는 10월호 주장의 연속이다.

   
   
 
월간조선은 여러 가지 다른 의혹도 제기하고 있지만 부수적인 것들이고 핵심은 간단 명확하다. 문 후보가 과연 스톡옵션을 더 챙기기 위해 대선 출마시점을 미뤘느냐다.

월간조선은 11월호에 문 후보가 법원에 제출한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문 후보는 1993년부터 해마다 스톡옵션을 받았는데 권리발생시점이 정확히 1년 뒤로 돼 있다. 그런데 특이하게 올해 4월에 받은 물량만 권리발생시점이 8월23일로 돼 있다. 월간조선은 "킴벌리클라크가 문 후보의 스톡옵션 권리발생시점을 8월로 앞당겨줬음을 반증한다"고 주장했다.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냈으나 기각

월간조선의 주장이 맞다면 킴벌리클라크가 스톡옵션의 권리발생시점을 앞당겨준 이유가 궁금해진다. 월간조선은 "대선 출마와 관련이 있지 않느냐는 추정을 할 뿐"이라고 정리했다.

문 후보는 이번에도 즉각 성명을 내고 반박했다. 성명의 핵심은 "만 55세 이후 정년퇴직으로 인한 퇴사의 경우 자동적으로 행사가 가능한 상태로 전환된다"는 것. 애초에 퇴직시점에 관계가 없다는 이야기다.

문 후보는 25일 MBN '뉴스현장, 정운갑의 Q&A'에 출연해 "스톡옵션은 미국 기업들 주총 시즌인 4월에 받은 것이고 스톡옵션을 받기 위해 대선 출마를 늦췄다는 주장은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음해"라고 반박했다. 문 후보는 "8월에 나 하나만을 위해 따로 스톡옵션을 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구체적 해명없는 소극적 대응이 논란 키워

사실 문 후보는 그동안 월간조선의 주장에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일찌감치 10월호 발간 직후 신속하게 해명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문 후보 캠프 관계자들은 스톡옵션의 전체 규모와 권리발생시점 등의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했고 언론 보도에 소극적으로 대처해 왔다. 월간조선이 방대한 분량의 기사로 전면 공격에 나선 것과 달리 문 후보는 사실 무근이라는 내용의 짤막한 성명을 발표했을 뿐이다.

문 후보와 월간조선의 공방을 지켜보는 유권자들은 11월호가 나오고 문 후보의 좀 더 구체적인 해명이 나온 뒤에도 여전히 누구 말이 맞는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워낙 복잡한 문제인데다 월간조선의 난해한 글쓰기 방식 때문이기도 하지만 핵심이 무엇인지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는 했지만 이 역시 미숙한 대응이었다. 출판물에 대한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드물기도 하고 애초에 논란을 불식시킬 좀 더 단호한 대응이 필요했다는 지적이 많다. 법적 대응과 별개로 체계적인 반박이 필요했다는 이야기다.

월간조선은 10월호에서 문 후보가 60억 원의 스톡옵션을 받으려고 출마시점을 늦췄고 스톡옵션을 받고 사흘 뒤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올해 4월에 받은 스톡옵션은 그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확인됐다. 주목할 부분은 그 규모다.

고작 3억4천만원 때문에?

문 후보가 보유하고 있는 스톡옵션은 모두 17만6389주, 금액으로 따지면 25억 원 가량이다. 이 가운데 논란이 되고 있는 올해 4월에 받은 물량은 1만202주, 1억4천만원 정도 된다. 스톡옵션의 가치산출 방식을 놓고 논란이 있지만 결코 많지 않은 금액이라는 건 분명하다. 월간조선 주장처럼 전체 금액이 60억 원이라고 해도 올해 받은 물량의 가치는 3억4천만 원 밖에 안 된다.

과연 문 후보는 그 3억4천만 원을 더 받기 위해 대선 출마를 미뤄왔을까. 진실은 결국 가려지겠지만 참으로 치졸한 발목잡기다.

문 후보가 경황이 없는 탓이겠지만 참모진의 미숙한 대응도 문제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논란의 핵심은 왜 올해 받은 스톡옵션만 권리발생시점이 8월23일로 돼 있느냐는 것이다. 월간조선의 주장을 반박하려면 8월23일에 맞춰 8월22일에 퇴직을 한 게 아니라 8월22일에 퇴직을 했기 때문에 8월23일부터 권리가 발생했다는 근거 자료를 내놓아야 한다. 이 부분만 증명하면 월간조선도 승복할 수밖에 없다. 증명하지 못한다면 논란과 의혹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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