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된 가운데 '건강보험료'를 둘러싼 논란이 언론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건강보험 제도를 쉽게 설명하면 국민들에게 의료의 혜택을 골고루 누리게 만든 사회보장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의료 사각지대로 내몰릴 수 있는 저소득 계층들에게도 최소한의 의료 서비스를 받게 만들 수 있는 기본 장치라고 할 수 있다. 건강보험료로 지불되는 전체 의료비는 국민들이 공동으로 부담하게 된다.

물론 모든 국민들이 똑같은 금액의 건강보험료를 내는 것은 아니다.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돈을 더 많이 갖고 있고 더 많이 버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은 건강보험료를 내도록 하고 있다.

   
  ▲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 ⓒ이창길 기자  
 
건강보험, 대표적 사회보장 제도

감기에 걸려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경우 100억 원대의 재산가나 월 소득 수 십 만원의 저소득층이나 자신들이 내는 건강보험료와 관계없이 비슷한 의료비를 직접 지불하게 된다.

부자들의 경우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사회보장 제도의 기본 원리를 동의하지 않는다면 돈 없고 힘없고 소외된 이들에게 의료 서비스는 남의 나라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건강보험공단의 고민은 편법을 동원해서 원래 내야 할 건보료보다 터무니없이 적은 액수를 내는 '얌체족'들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이런 경우이다. 100억 원 대의 재산가는 지역가입자로 분류될 경우 건강보험료 상한선에 해당하는 최고 액수의 건강보험료를 매달 부담하게 된다. 그러나 이 가입자가 특정 기업체의 직원으로 등록한 다음 100원 원 대의 임금 노동자로 신고할 경우 훨씬 적은 금액의 건강보험료만 내면 되는 것이다.

부자들의 건강보험료 편법 납부 논란  

이 사람의 모습은 머리 좋은 행동으로 평가해야 할까, 아니면 부도덕한 행동으로 비판받아야 할까.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서는 조금씩 양보하고 고통을 분담해 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국민의 대표를 꿈꾸는 이들의 경우 더욱 그렇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선 후보에게 '1만3000 원'은 잊고 싶은 숫자일지도 모른다. 특히 이 후보는 1만3000 원 때문에 여러 차례 곤욕을 치렀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1만3000 원이라는 숫자는 그를 압박했다.

이 후보가 한 때는 웬만한 저소득층보다도 적은 1만3000 원 가량의 건보료를 내면서 국가의 의료서비스를 받았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서는 이 후보의 건보료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쟁점이 되고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건강보험료 1만3000원

대통합민주신당 백원우 의원은 "(이 후보는 당시) 175억 원의 재산을 갖고 있으면서도 건강보험료는 불과 1만3160원 밖에 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강기정 의원은 "이 후보는 40개월 동안 3054만 원의 건강보험료를 탈루했다"고 주장했다.

   
  ▲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 ⓒ연합뉴스  
 
건강보험료를 둘러싼 논란 과정에서 이 후보가 현재도 빌딩 세 채를 갖고 있는 부동산 임대사업자라는 사실이 다시 알려지게 됐다. 이 후보는 서울 서초역 부근의 영포빌딩과 대명주빌딩을 갖고 있고 양재역 부근의 영일빌딩도 소유하고 있다.

강 의원은 "이 후보는 2000년 7월부터 2001년 6월까지, 또 2003년 4월부터 2003년 7월까지 자신 소유의 영포빌딩 임대소득을 그 건물 관리직원의 소득 120만 원보다 낮은 94만 원으로 신고했다"고 주장했다.

빌딩 세 채 소유한 부동산 임대사업자 이명박

이 후보가 신고한 소득인 월 94만 원은 건강보험료 월 1만3160 원의 근거가 됐다. 이 후보의 건강보험료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지자 한나라당은 발끈했다. 한나라당 보건복지위원들은 이 후보 건강보험료 탈루 논란을 해명하는 공동 보도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이 후보가 세 채의 빌딩을 갖고 있다는 점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박형준 대변인은 "세 건물이 MB(이명박 후보) 소유임은 오래 전부터 세상 누구나 아는 사실로서 언론과 정부기관의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고 더욱이 오랜 기간 야당으로서 서울시장을 맡아온 MB 입장에서 세 건물에 대한 소득 누락은 감히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세 건물의 임대수익 현황을 보더라도 연도별로 소득금액이 달라 실제 공실이 발생하였음을 명확히 알 수 있음에도 강기정 의원은 부동산 업자의 주장만 믿고 공실(空室) 여부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마구잡이 추정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세상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과거에 나온 얘기를 다시 꺼낸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대선을 앞둔 유권자 입장에서는 대선 후보가 나라를 맡길 만한 인물인지, 성실한 소득신고와 세금납부를 해온 사람인지 꼼꼼히 따질 이유가 있다.

   
  ▲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 ⓒ류정민 기자  
 
수 백억 원대의 부동산을 갖고 있는 인물이 국가의 부동산 정책을 대다수 서민의 바람대로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인지도 의문일 수밖에 없다. 또 수 백억 대 재산가가 월 건강보험료로 1만3000원 정도 밖에 내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는 점도 그냥 넘길 수만은 없는 일이다.

한나라당은 탈법이나 불법, 탈루 등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합법 불법 차원을 넘어서는 문제일 수도 있다. 대통령을 꿈꾸는 수 백억 부자가 쥐꼬리만한 건강보험료를 납부한 일이 있다면 과거에 나온 얘기이건, 아니건 간에 유권자 입장에서 주목할 대목이기 때문이다.

건강보험료 덜 냈던 '경제대통령' 후보자

많은 이들이 관심있게 지켜본 대목은 강기정 의원이 제기한 3000만 원 가량의 건강보험료 탈루 의혹이 아닐 수도 있다.  이 후보는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재산을 331억 원으로 신고했다. 1억, 2억도 아니고 100억 원이 넘는 재산이 최근 몇 년 사이에 늘어났다. 

재산이 많다고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 다만 서민들이 평생 만져보지도 못할 재산을 갖고 있던 인물이 월 100만원이 안 되는 노동자와 똑 같은 건강보험료를 냈다면, 그것이 불과 6∼7년 전의 얘기라면 그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이 후보에게 1만3000 원은 숨기고 싶은 숫자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의 '부끄러운 기억'을 확인시켜주고 있다는 점에서 유권자들에게는 유용한 정보가 될 수도 있겠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