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은 15일 1면 머리기사로 <우리은(銀) 노조 고통분담 '뒤집기'>라는 기사를 실었다. 부제목은 이렇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위해/임금 동결로 비용분담 한다더니/지난해 동결분까지 인상요구".

이 기사는 노동조합의 임금인상 요구에 대한 보수신문·경제지들의 태도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한경은 특히 지난해 임금 동결 합의를 상기시키면서 노조를 공격하고 있다.

   
  ▲ 한국경제 10월15일 1면.  
 
한경은 "정규직 전환이 마무리 됐다고 이제 와서 약속을 뒤집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우리은행 관계자의 말을 옮겨 싣고 있다. 애초에 "노조가 임금을 동결하겠다고 비용을 분담하겠다고 제의해 노사가 정규직 전환에 최종 합의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한경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달 20일 시작된 임금 협상에서 올해 산별 협상 임금 인상 가이드라인 3.2%에 지난해 동결했던 인상분 2.9%를 합쳐 6.1% 인상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경은 3면 <"노사 합의 깰 땐 모럴해저드" 비난일 듯>에서 "올해 임금 동결분까지 감안해 내년에 임금을 더 올려달라는 우리은행 노조의 요구는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드는 비용증가를 임금 동결로 분담하겠다고 해놓고 비정규직 모두가 정규직으로 전환한 상태에서 임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건 노사 간 합의를 깨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노조는 지난해 임금을 보전해달라고 했다는 요구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김기준 금융산업노조 우리은행지회 정책부장은 "애초 요구안은 9.3%였다. 여기에 공동임금단체협상이 3.2%로 합의되자 두 협상안의 절반 수준인 6.1%로 올려 잡아 요구한 것"이라며 "통상적인 협상의 단계일 뿐 지난해 임금을 보전해달라고 말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사설에서 "임금 동결의 전제조건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이루어지자 합의사항을 깨버리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고 "노조측에서 단기 성과가 좋다고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일반 시중은행과 달리 공적 자금을 투입한 은행으로 인상은 어렵다"는 김희태 부행장의 말을 전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올해 수익이 급증했다고 직원들이 '잔치'를 벌일 처지가 아님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 동아일보 10월15일 12면.  
 
동아일보는 엉뚱하게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예보 관계자는 "지난해 합의를 뒤집는 노조의 요구는 수용할 수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주주가 노조의 노사관계에 개입해 임금 동결을 주장하는 것도 어처구니 없지만 이를 옮겨싣는 언론은 더욱 '엽기적'이다.

노사관계 보도에서 언론이 사측의 편에 서서 노조를 비난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만 임금 인상 요구 자체를 도덕적으로 비난하거나 기본적인 팩트를 왜곡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지난해 동결분을 보전해달라고 했다"는 건 언론의 '작문'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은행 노사는 올해 3월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비정규직 직원 3076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지만 직군별로 임금과 승진 연한에 차별을 두는 등 반쪽짜리 정규직화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임금 동결로 줄어든 비용은 300억원, 정규직화로 올해 추가 발생한 비용은 8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상반기 자산이 200조원을 돌파한 것을 비롯해 올해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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