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깜짝 실적을 냈다. 3분기 매출이 16조6800억 원, 영업이익이 2조700억 원, 순이익이 2조1900억 원을 기록했다. 황창규 사장은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놀랄만한 실적)'를 넘어 '드림 어닝(꿈 같은 실적)'이라고 큰 소리를 쳤다. 투자자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주우식 부사장은 자신도 발표일에 임박해서야 실적 수치를 알게 됐고 상당히 놀랐다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실적은 시장의 반응을 크게 뛰어넘는 것이었다. 언론은 일제히 기사로 화답했다. 흥미로운 것은 주가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시장은 삼성전자의 실적에 대해 차분한 반응이다. 언론만 뜬금없는 '삼비어천가'를 부르고 있을 뿐이다.
▲매일경제 10월13일 1면. | ||
▲ 10월15일 파이낸셜뉴스 사설. | ||
서울경제도 13일 사설에서 "반도체의 부활은 이건희 회장의 창조경영이 낸 성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제품구성을 차별화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늘리는 등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 향상을 꾀한 것이 적중했다"는 것이다.
▲ 서울경제 10월13일 3면. | ||
▲ 서울경제 10월13일 사설. | ||
▲ 삼성전자 주가 추이 / 야후 스톡. | ||
교보증권 김영준 연구원은 "3분기를 단기 정점으로 내년 1분기까지는 부진한 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LCD 부문은 실적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통신부문은 마케팅 비용 증가로, 반도체 부문은 메모리 가격의 큰폭 하락으로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특히 "D램 가격은 적자 전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힌 부분도 주목된다.
프루덴셜투자증권 박현 연구원도 "아이러니하게도 대폭적인 실적 개선은 주가상승 모멘텀의 악화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4분기 반도체와 정보통신 부문의 비용 부담이 확대되고 내년 상반기 계절적 약화로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해 올해 3분기가 실적의 단기 고점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특히 박 연구원은 "3분기 말 판매법인의 D램 재고가 확대 됐는데 이는 4분기 비용 증가의 요인이며 핸드폰 부문의 마케팅 비용도 4분기에 집중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4분기 이후 전망은 안보여" 예의 주시 분위기
박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가격 상황에 상관없이 생산량을 늘이겠다는 계획인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옳은 것이라 판단되지만 단기적으로는 가격 상황이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CJ투자증권 송명섭 연구원은 "3분기 실적은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에 가까운 것이었지만 반도체 부문에서는 부진한 모습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송 연구원은 "반도체 부문에서 제조원가를 크게 절감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송 연구원은 "4분기에 반도체 부문에서 이익이 발생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대우증권 송종호 연구원은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반도체 부문의 영향력이 가장 크기 때문에 상당수 투자가들은 단기 실적 하락 전망에 보다 민감할 수 있다"면서 "투자자들은 이미 내년 초 반도체 부문의 하드랜딩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대우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70만 에서 66만원으로 하향조정하기도 했다.
▲ 한국일보 10월13일 8면. | ||
삼성전자의 위상이 과거와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포스코의 시가총액이 삼성전자를 위협하는 상황이고 무엇보다도 투자자들은 반도체나 휴대전화의 뒤를 이을 삼성전자의 차기 성장 엔진이 없다는 사실을 우려하고 있다. 주가는 미래의 성장성을 반영한다. 어닝 서프라이즈를 냈는데도 주가가 반등하지 못한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언론은 시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거나 반영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