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대통령 선거를 두 달 남짓 남겨두고 조동문(조선·동아·문화일보)에 이어 경제지들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이 후보의 동정을 밀착 취재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 후보의 발언과 공약을 소개하는 기사가 건수나 비중에서 다른 당 관련 기사를 압도하고 있다. 이 후보의 당선을 기정사실화한 듯 남북 경제협력과 관련해 “차기정부에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매일경제는 이 후보를 “부동산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후보”로 꼽았고, 한국경제는 “우리는 이런 대통령을 원한다”는 제목으로 연재 사설을 내보내 사실상 이 후보에 대한 공개 지지를 방불케했다.

헤럴드경제는 “이 후보의 대운하 공약을 반대하는 건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거들고 나서기도 했다. 서울경제는 신혼 첫날 밤에 “아픈 신랑 손만 잡고 잤다”는 이 후보 부인 김윤옥씨의 블로그 글을 옮겨 싣기도 했다.

미디어오늘이 9월8일부터 10월8일까지 한 달 동안 주요 경제지들의 정치 관련 기사를 분석한 결과 경제지 가운데서도 매경의 한나라당 편중이 특히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경의 개별 정당 관련 기사 114건 가운데 한나라당 관련 기사는 70건, 61.4%나 됐다. 기사 비중으로는 전체 기사의 면적 4.13㎡ 가운데 한나라당 관련 기사가 2.64㎡로 63.8%나 됐다.

통합민주신당 등의 후보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는 걸 감안해도 지나치게 높은 비중이다. 통합신당 관련 기사는 38건에 1.32㎡로 한나라당의 절반 정도. 이밖에 민주노동당은 3건, 민주당은 2건, 문국현 후보는 1건에 그쳤다. 지면 면적은 0.19㎡ 밖에 안 됐다.

한경은 한나라당 관련 기사가 64건에 1.87㎡, 통합신당은 46건, 16.7㎡로 매경에 비해 비교적 산술적인 균형을 맞췄다. 민주노동당 등 군소 정당 관련 기사도 12건, 0.31㎡로 매경보다 비중이 컸다.

   
  ▲ 매일경제 9월9일~10월10일 정당별 기사 비중.  
 
기사 비중 뿐만 아니라 관점 역시 편향된 것으로 드러났다. 매경과 한경 모두 이 후보 관련 기사는 동정과 공약 소개, 노무현 대통령과의 대립에 초점을 맞춘 반면, 통합신당 관련 기사는 경선 과정에서의 혼란 상황과 거듭된 파행을 소개하는데 그쳤다.

매경은 지난달 10일 이 후보의 대선 D-100일 기자회견 기사를 1면과 3면에 걸쳐 비중 있게 내보낸 데 이어 17일에는 1면과 4면, 5면에 걸쳐 인터뷰 기사를 싣기도 했다. 대학에 입시 자율권을 줘야 한다거나 아파트 전매 제한을 폐지하고 도심 용적률을 높여야 한다는 등 이 후보의 주장은 그동안 매경의 주장과 일치한다. 매경은 지난달 27일 <추석이후 집값 어떻게 될까>에서는 “이 후보 집권시 부동산 가격이 단기적으로라도 강세를 보일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 매일경제 9월10일 3면  
 
   
  ▲ 매일경제 9월17일 1면  
 
매경은 특히 이 후보의 사진을 집중적으로 배치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15일에는 이 후보가 대구 서문시장에서 수제비를 먹는 사진을 실었고 18일에는 제주도에서 수해 복구작업을 돕는 사진을 실었다. 27일에는 인천 남동공단에서 현장 체험하는 사진, 이달 3일에는 <정상회담 기간에도 민생행보>라는 제목으로 노인복지센터를 방문한 사진을 실었다.

5일 부시 미국 대통령 면담이 취소된 사실이 알려졌을 때도 <부시 면담 무산 민생행보로 덮기>라는 기사와 함께 이 후보가 화훼단지를 방문해 웃고 있는 사진을 실었다.

한경은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달 16일에는 <한나라, “차례상에 이명박을 올려라”>라는 기사를 내보냈고,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5일에는 <핵 폐기만 빼고 10·4 선언 李 공약 똑같네>라며 물타기를 시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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