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이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일부 언론의 시장 떠받치기는 오히려 극성이다. 바야흐로 주택 공급 과잉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지방에 이어 수도권까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분양 물량은 계속해서 쏟아지고 일부 언론은 적극적으로 미분양 판촉에 나서고 있다. 실수요자라면 지금이 주택마련 적기라는 주장이다.

   
  ▲ 매일경제 10월8일 29면.  
 

매일경제는 8일 29면에 <푸짐한 가을 분양 설렌다>라는 기사를 내보냈고 한국경제도 22면 <분양시장 가을잔치가 시작됐다>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매경은 “대선 이후 부동산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실수요자라면 지금부터 발품 팔아라>라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내일신문도 4일 15면 <가을 아파트 분양 ‘풍성’... 내집 마련 호기>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단지가 많은만큼 청약 대기자들은 기회를 놓치지 말고 내집 마련의 기회로 삼아볼 것”을 제안했다. 머니투데이는 “신규 분양아파트는 가점제적용과 전매제한 등 규제가 많은 반면 미분양 아파트는 통장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전매제한을 받지 않는 곳이 많다”며 “잘만 고르면 오히려 ‘알짜’를 건질 수 있는 기회”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주목할 부분은 최근 분양 물량이 폭주하는 배경에는 건설사들이 내년부터 시행되는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연내 분양을 서두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 말은 아직도 집값에 거품이 끼어있는 상태고 당장 12월부터 분양가 상한제가 전면 시행되면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주택마련 적기”라고 주장하는 언론에서 이런 사실은 찾아볼 수 없다.

   
  ▲ 내일신문 10월4일 15면.  
 

오히려 전매제한이나 분양가 상한제의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다. 서울경제는 “분양가상한제 시행에 따른 전매제한 기간 강화로 청약 쏠림과 미분양 급증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전매제한이 과도하다는 여론과 언론 보도가 등장하면서 전매제한 완화에 대한 기대감도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청약 쏠림은 분양가 상한제가 전면 시행되면 해결될 문제고 미분양 문제는 전매제한보다는 집값 거품 때문이라고 보는 게 맞다.

   
  ▲ 언론의 미분양 판촉전이 시작됐다. 사진은 지난달 17일 인천 남동구의 `논현 힐스테이트' 모델하우스. ⓒ연합뉴스.  
 
집값 하락은 이미 추세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LG경제연구원은 8일 <2008년 국내외 경제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국내 주택시장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이미 취약한 부문과 지역을 중심으로 조정이 시작된 듯하다”고 밝힌 바 있다. 급기야 지방에서는 청약률 0% 아파트가 나오기도 했다.

책임 있는 언론이라면 지금은 내집 마련을 관망할 때라고 조언하는 게 맞다. 실수요자라고 해도 굳이 서둘러 비싸게 살 이유는 없지 않은가. 가뜩이나 집값이 더 오르지 않을 상황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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