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래미안 광고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 삼성물산 래미안 TV CF.  
 

이 광고는 수정씨가 남자친구를 가족들에게 인사시키기 위해 집에 데려간다는 내용이다. 말쑥한 차림의 남자친구가 나타나고 수정씨가 “선배, 저 남자친구 집에 인사 시키는 것 처음이에요”라고 말하자 남자친구가 묻는다. “집이 어디야?” 그러자 수정씨가 손가락으로 아파트를 가리킨다. “저기야, 저 집이야.” 래미안이라는 로고가 선명하다. 흐뭇한 표정의 두 사람의 뒷 모습 위로 흐르는 나레이션. “수정씨 집은 래미안입니다.”

이 광고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건 집 없는 서민들을 울컥하게 만든다는 이유에서다. 한 네티즌은 “남자친구를 데려오려면 래미안에 살아야 하는 것이냐”면서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런 광고를 보면 사회적 열등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너 결혼하려면 이사가야할 텐데”라고 말하는 자신의 어머니의 말을 옮기기도 했다. 다른 네티즌은 “좋은 부모 만나서 좋은 아파트에 사는 것이 자랑스럽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이런 광고를 보고 어떤 기분이 들겠느냐”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 삼성물산 래미안 TV CF.  
 

또 다른 광고는 프루덴셜생명보험의 ‘프루덴셜 아버지’ 광고다.

푸른 초원을 배경으로 젊은 여성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서 있고 애니메이션으로 아버지의 이미지가 나타나 겹쳐진다. 아버지가 딸의 어깨를 껴안을 때 자막과 나레이션이 뜬다.

“이 세상에 없어도 대학 입학을 시키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 프루덴셜생명보험 TV CF.  
 

애니메이션의 아버지는 죽은 아버지다. 보험에 들었기 때문에 죽어서도 대학 입학을 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세상에 없어도 행복한 결혼을 시키고 가족과의 약속을 지키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가족의 가슴속에 변함없이 살아있는 아버지. 당신은 프루덴셜 아버지입니까.”

   
  ▲ 프루덴셜생명보험 TV CF.  
 

‘프루덴셜 아버지’는 결국 보험에 가입하고 죽을 준비가 된 아버지를 말한다.

한 네티즌은 이 광고를 보고 “아버지란 존재는 집에 돈만 벌어다 주면 되는 존재고 그 역할을 못하게 되면 보험으로라도 목돈을 챙겨주고 사라지라는 서늘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른 네티즌은 “지금도 생활비에 교육비에 대출 원리금 갚느라 등골 빠지겠는데 혹시나 이러다 죽을지 모르니 보험 들어서 가족들 미래는 보장해줘야 하는 건가 하는 강박감이 느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프루덴셜은 지난해에도 비슷한 광고를 내보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푸른 약속이라는 광고의 내용은 이렇다. 한 여성이 앞마당에서 세차를 하는 장면이 뜨고 자막과 나레이션이 올라온다.

“10억 원을 받았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남편과의 약속을 지키는 거라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도와주었습니다. 이것 또한 약속이라고 했습니다. 남편의 라이프플래너였던 이 사람, 이제 우리 가족의 라이프 플래너입니다.”

   
  ▲ 프루덴셜생명보험 TV CF.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을 금전적 보상으로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보험은 적어도 불행에 빠지는 일을 막을 수는 있다. 그게 바로 보험의 역할이다. 이 광고가 문제됐던 건 남편이 죽었는데 가족들은 오히려 행복해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죽어서 가족들에게 더 큰 돈을 안겨준다는 역설적인 상황 때문이었다.

게다가 실제로 10억 원의 보험금을 받으려면 월 156만 원씩 15년 동안 납입하는 조건의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의 반감은 극에 달했다.

돌아보면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준다”던 롯데캐슬 광고 이후 경제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열등감을 자극해서 상대적으로 품격을 높이고 차별화를 시도하는 광고가 부쩍 늘어났다. 열등감을 자극할수록 래미안에 사는 사람들의 자부심은 커진다. 열등감을 자극할수록 사람들은 터무니없이 비싼 보험료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래미안 광고는 딸 가진 부모들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면 이 정도 아파트에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프루덴셜 광고는 종신보험 하나 들지 않은 아버지에게 “보험은 가장의 책임”이라고 메시지를 던진다. “당신이 죽어도 자식들 대학은 가고 결혼도 시켜야 하지 않겠느냐”는 메시지다. “당신은 없어도 돈만 있으면 된다”는 이야기로 읽힐 수도 있다. 광고 효과는 확실하겠지만 씁쓸한 광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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