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곡물가격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급등하고 있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농수산물 분야에서 올해 상반기 54억3520만 달러의 무역 적자를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1% 늘어난 규모다. 지난달 26일 기준으로 밀 가격은 1부셀에 9.34달러로, 1년 전과 2년 전에 비해 각각 2배와 3배씩 올랐다.

농촌경제연구원은 내년까지 미국, 러시아 등의 소맥 생산량이 증가할 전망이지만 소맥 재고량은 78년 이후 최저 수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국내 배합사료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애그리브랜드퓨리나코리아는 품목별로 가격을 4.5% 올렸고 대한제당은 5% 올렸다. CJ제일제당은 밀가루 제품 출고 가격을 13~15%나 올렸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전략산업이라는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경쟁력을 높여 밀물처럼 밀려드는 수입 농산물과 경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겨레도 사설에서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을 계기로 우리 농업 살리기에 팔을 걷어 붙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나 한겨레나 국내 농업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문제의식을 환기하는데 그쳤을 뿐 명확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대부분 언론에서 우리나라의 곡물 자립도가  25%라고 인용하고 있지만 쌀을 빼면 곡물 자립도가 5% 미만으로 떨어진다는 사실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동안 농산물 개방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던 한겨레 역시 “어차피 농산물 시장의 점진적인 개방은 피할 수 없는 대세”라고 인정, 다른 언론과 차별화된 시각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에 이어 EU(유럽연합), 아세안 등과 FTA가 통과되고 쌀 시장이 적극적으로 개방될 경우 머지 않은 미래에 쌀 가격이 지금의 밀과 옥수수처럼 1년 만에 두 배 이상 오르지 말란 보장이 없다.  쌀 시장 개방에 대한 전면적인 문제제기가 필요할 때지만 언론의 문제제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