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돌아온 노무현 대통령이 선물 보따리를 잔뜩 풀어놓았다. 남북 경제협력이 본격화 될 거라는 기대와 함께 비용이 어느 정도 소요될 것이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선일보는 최소 50조 원이 들 것이라고 전망했고 파이낸셜뉴스는 연 2조 원 이상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했다. 중앙일보는 5조 원으로 잡았다. 한국경제는 경의선 철도에만 1조 원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고 매일경제는 북한을 남한의 최저 생계비 수준으로 만들려면 해마다 20조 원씩 지원을 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구체적인 재원 조달이나 시기와 절차 등에 대해서도 조금씩 의견이 엇갈린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처럼 국민들 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반발이 심할 것이라고 전망한 곳이 있는가 하면 주변국 출자나 국제 원조를 활용하는 방안, 민간 투자를 끌어들이는 방안 등 좀 더 적극적인 대안을 내놓는 곳도 있다. 경제신문들은 부담을 우려했지만 비교적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북한을 새로운 투자대상으로 보는 관점도 있다. 한겨레는 비용 분석이 없었다.

조선·동아, "남북경협 재원조달, 국민부담 늘고 반발 심할 것"전망

조선일보는 5면 <경협 비용 최소 50조… 결국 국민 부담>에서 해주 경제특구 개발에 20조 원 이상, 해주항 확충에 3천억 원, 해주~개성 간 고속도로 건설에 6천억 원, 또 개성공단 2단계 개발에 13조6640억 원이 들어갈 것이라고 한국토지공사와 산업은행 등의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도로와 철도 등의 사회간접자본 투자도 14조114억 원, 개성~평산 간 철도 개·보수와 개성~평양 간 고속도로 재포장에 각각 2900억 원과 4400억 원이 필요하다. 또 남포항 개·보수에 2613억 원, 비료공장 건설에 3500억 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 조선일보 10월5일 5면.  
 
중앙일보는 5면 <'샌드위치' 돌파구 모색… 비용은 5조 원>에서 "2003년 3대 경협사업에 들어간 직접비용은 줄잡아 1조 원 안팎"이었다며 "이번에는 직접비용만 5조 원, 전력지원을 포함한 간접비용을 포함하면 10조 원이 넘을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중앙은 비교적 긍정적인 반응이다.

   
  ▲ 중앙일보 10월5일 5면.  
 
중앙은 비교적 긍정적 반응

동아일보도 5면 <경협합의 구체적… 남측 재원부담 커>에서 "사업성 조사도 하지 않고 정상 간에 합의했으니 무조건 해당 사업을 추진해야할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이화여대 조동호 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조 교수는 "이 과정에서 정부 지원이 이뤄져 결국 국민들 세금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동아일보는 "자칫 그동안 자주 논란이 돼 온 '퍼주기 논란'이 재연될 소지도 없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 동아일보 10월5일 8면.  
 
조선일보는 "이번에 합의된 경협 재원의 절반 정도는 통일 비용이라는 이름으로 증세, 적자 국채 발행 등을 통해 국민들이 부담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서울경제는 재정경제부 자료를 인용, "2006~2015년 동안 남북 경협에 투입되는 비용은 총 65조 원으로 추산된다"며 "증세 13조6640억 원, 국채 발행 16조4758억 원, 국방비 절감분 5조7867억 원, 신설된 남북경협 지원기금 2조8134억 원 등의 조달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울경제는 "이들 모두 국민과 기업의 희생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방안들이어서 조세저항 등 강한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정적인 전망만 넘쳐나는 것은 아니다. 한국경제는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의 말을 인용, "기업들 입장에서는 북한이 중국이나 동남아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투자처가 된다면 통 큰 투자를 못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일보도 16면 <경제협력 어떻게>에서 "당장 대규모 재원조달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북한 경제규모가 워낙 작기 때문에 급속한 개방을 선택하지 않는 이상 투자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북한에 고속도로를 만든다고 해도 차나 기름, 주유소 등이 있어야 하고 투자 타당성을 검토해 보면 실제 금액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이야기다.

   
  ▲ 한국일보 10월5일 16면.  
 
재원 마련 방안으로는 주변국 출자를 받는 방안과 정부가 수익률을 보장하고 민간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 등이 고려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증세와 국채 발행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서울경제 등은 동북아개발은행 설립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매일경제는 12면에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의 인터뷰를 실었다. 김 원장은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은 높게 잡아봐야 1천 달러가 안 된다"며 "남한 극빈가정 생활수준이 최저생계비 기준으로 25만 원, 연간 3천 달러 수준이니 북한은 여기의 3분의 1도 안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남한의 최저 생계비 수준까지 끌어올리려면 연간 20조 원씩 투자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말했다. 우리 예산의 10% 정도로 쉽게 감당할 수준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김 원장은 "독일은 통일 후 10년 간 연 150조 원씩 투자했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는 3일 20면에서 독일의 사례를 자세히 소개한 바 있다. 중앙일보는 "1990년 10월 3일 동·서독 통일 뒤 지난해까지 연방정부가 신연방주에 쏟아부은 교통관련 인프라 투자만 670억 유로(약 87조 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16년 간 신연방주 지원에 들어간 전체 통일 비용은 1조4000억 유로(약1820조 원)로 현재 독일 국가 부채와 맞먹는다… 독일이 통일된 지 17년이 지난 지금, 옛 동독 지역에 대한 집중 투자와 개발 노력으로 동서 간 경제력과 생활수준의 차이가 상당히 좁혀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경제 6면에 실린 전문가 대담에서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SOC, 개·보수 비용을 이미 국내 전문가들이 산정했는데 예상만큼 비용이 많이 들지는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선언문 내용상으로도 현 정부가 차기 정부에 재정부담을 안 주려는 노력이 많이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현재로서는 경제특구 건설 외에 큰 비용이 들어갈 부분이 거의 없는데다 재정적 부담이 큰 사업은 국회 동의를 받게 돼 있으므로 재정 관련 논란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동북아개발은행, 민간투자 등 재원 마련 아이디어

서울경제는 "세계은행(IBRD) 등과 같은 국제금융기구를 재원조달 창구로 활용할 경우 북한에 대한 일방적 ‘퍼주기’라는 국내 비판여론을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북한경제의 시장개방 속도를 가속화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문제는 "국제금융기구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북한이 국제통화기금(IMF)에 가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경제 시스템이 IMF 가입 요건을 전혀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서울경제의 분석이다.

한국일보도 고일동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말을 인용, "동북아개발은행이 설립되면 북한 뿐만 아니라 러시아, 중국 동북3성, 몽골 등의 지역까지 지원해야 한다"며 "상위 기구인 아시아개발은행의 대주주인 미국이나 일본이 참여하지 않은 상황에서 동북아개발은행을 설립해봐야 우리 돈으로 다른 나라들만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 서울경제 10월5일 4면.  
 

시중 부동자금을 활용하자는 주장도 눈길을 끈다. 한국일보는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의 말을 인용, "시중 부동자금 중 4~5%만 확보해도 200억 달러가량 조달이 가능하다"며 "프로젝트 파이낸싱 형태로 자금을 조달해 정부가 수익률을 보장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국일보는 "정부 재정만으로 충당하기에는 한계가 있을뿐더러 더 이상 정부가 남북 경협자금을 전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순한 '퍼주기'가 아니라 생산적인 투자로 이어져 확대재생산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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