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이창길 기자  
 
"조·중·동·네 시대가 됐다."

오연호(43) 오마이뉴스 대표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문국현 예비 후보 보도 등 최근 대선 보도 및 편집과 관련해, 네이버를 보수 언론과 함께 싸잡아 비판했다.

오 대표는 4일 낮 미디어 담당기자들과의 오찬 모임에서 "이명박 후보가 살아있는 권력"이라는 안병훈 전 박근혜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의 발언을 언급하며, "군부독재시대와는 다른, 자발적인 성격을 지닌 신이명박 언론통제시대가 왔다"며 "그렇지 않고서 최근 땅투기 보도나 박근혜 전 대표 쪽이 항의한 경선 편파 보도 등이 그렇게 나올 수 없다. (언론 뿐 아니라) 네이버·다음 등 인터넷 권력도 (이명박 후보의)눈치를 보고 있고 그런 징조가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특히 최근 특정 후보의 기사를 메인 페이지에 노출하지 않고, 정치기사 댓글을 일원화한 네이버를 지목했다. 오 대표는 "네이버는 댓글도 통합하고, 이명박 후보의 '마사지걸' 발언도, 문국현 보도도 거의 노출하지 않는 등 몸을 많이 사리고 있다"며 "조·중·동·네 시대가 됐다"고 개탄했다.

그러나 오 대표는 "'마사지걸' 발언도 오마이 한겨레 등 몇 개 언론만 보도했지만 거의 모든 네티즌들이 알게 됐듯이, 주류(언론)가 침묵하더라도 블로거와 네티즌들에 의해 새로운 아젠더가 형성되고 있고, 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네티즌과 블로거 파워를 주목했다.

오 대표는 오마이뉴스의 문국현 띄우기 보도 논란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오 대표는 "문국현 현상을 간단히 다루려 했으나 관객인 네티즌의 반응이 범상치 않음을 알게 되면서 후속 보도를 하게됐다"며 "뉴스 가치가 있는 것에 대한 주목일 뿐 띄우기는 맞지 않다"며 세간의 논란을 일축했다.

오 대표는 "현재 정치판이 지리멸렬하고, 감동이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한 후, "미디어의 숙명인 선택과 집중에서 오마이뉴스는 문국현 현상에 집중했고, 문국현 현상의 핵심은 오마이뉴스 보도라기보다 그 이후의 여론 형성과정"이라고 말했다. 오 대표는 "조중동과 네이버·다음이 이를 주요하게 다루지 않았음에도 네티즌과 블로거가 이에 주목하면서 문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12월부터 오마이뉴스 상암동 시대 열어"

이날 오찬에서 지난 9월 있었던 사이트의 전면 개편을 상세히 설명한 오 대표는 사옥 이전과 시민기자학교 설립 등 이후 구상에 대해서도 상세히 밝혔다. 강화도의 폐교를 임대, 4억 원을 들여 리모델링해 오는 11월20일 시민기자학교를 설립한다는 것이 그 첫 번째 구상이다. 60여 명의 숙박이 가능한 이 시설은 대학생, 시민기자, 기존 언론인의 재충전 및 교육 공간으로 활용되게 된다.

오 대표는 "시민기자학교를 저널리즘 교육의 산실로 활용할 것"이라며 "인터넷신문협회 회장으로서 인터넷미디어업계 전반을 고민하고 있고, 편집·업무 등 인터넷업계의 각 분야의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대표는 대선 이후 12월 말 쯤 현재 광화문 내수동 사옥을 마포구 상암동DMC(디지털미디어시티)로 이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오 대표는 "창간이후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렸는데, 인력과 자원을 재충전해 장기 레이스에 돌입할 때이고, 이를 위해 새로운 기지가 필요하다"며 "사무실 개조팀도 만들어 기존 언론사와 다른 혁신적인 사무실을 꾸밀 것"이라고 말했다. 

오 대표는 "기자를 재충전시키고, 조직의 발전과 개인의 발전을 연관시키는 것을 가장 많이 고민한다"며 "기자들이 빨리 출입처로 나갈 수 있게 했던 광화문 대신 상암동 제1 사옥과 강화도 제2사옥에서 기자들을 재충전시키고, 디지털 미디어의 본령을 찾아나가겠다"고 밝혔다.

"작은 언론사 기자에게 주는 대안언론상도 계획"

오 대표는 지난달 미국 미주리대가 매해 미디어 업계에 기여해온 10인에게 수여하는 '미주리대 저널리즘 메달'을 받은 것과 관련, 수상 기념 강연에서 얻은 수익을 작은 언론사 기자들을 격려하는 데 쓰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오 대표는 "11년간 일하면서 월급 130만원을 받았던 '말'지의 경험을 떠올릴 때 작은 언론사 기자들은 저임금도 문제지만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강연료 300만 원을 시드머니로 해 매년 작은 언론사에서 일하는 기자를 한 명씩 선발해 상금 100만 원 정도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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