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부터 1년 반을 이어온 KTX 승무원 문제가 해결의 가닥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노동부가 KTX 승무원들을 철도청이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가 번복, 빈축을 샀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8일 오후, 노동부가 노동부 출입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KTX 승무원 문제가 타결됐다고 알린 데 있다. 이 문자 메시지는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홍보관리관에게 직접 전화로 하달한 것으로 추후 확인됐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물론이고 이철 코레일(철도공사) 사장도 사전에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을 정도였다. 이 사장은 이 장관의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상경했다. 노동부가 협상이 타결됐다고 발표한 때는 오후 5시 반이다. 그런데 그때는 협상이 이제 막 시작됐을 때였다. 이날 안건은 KTX 승무원들을 코레일의 자회사인 코레일 투어서비스의 정규직으로 전환한 뒤 승무업무의 외주화 여부를 두 달 안에 추가 논의하자는 것이었지만 노조의 반발로 무산됐다.

협상은 지지부진 시간을 끌다가 저녁 9시 반이 돼서야 제3의 기구에 맡긴다는 결론을 내고 끝났다. 향후 사측과 노측, 공익위원 각 2명씩으로 협의체를 구성하고 다수결로 결정한다는 것이었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직접 고용이 아닌 이상 노조의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사장은 “사인만 하면 되는 줄 알고 올라 왔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당황해 했고 기자들 역시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한국경제는 지난달 29일 아침 1면 머리기사 <KTX 여승무원 사태 해결방안 합의>에서 “2개월 안에 코레일의 정규직으로 다시 발령키로 이면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예상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오보를 낸 셈이다. 한경은 “(정부가)노동계의 압박에 백기투항을 했다”며 “여승무원들을 코레일에서 직접 고용할 경우 법과 원칙이 무너져 노사현장이 크게 혼란을 겪을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비난했다.

이날 노동부는 두 차례에 걸쳐 잘못된 정보를 언론에 흘렸다. KTX 승무원 노조는 달라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민세원 지부장은 “우리는 어제 그런 협상이 이루어지고 있는지조차 몰랐고 뉴스를 통해서 협상 결과를 알았다”며 “당사자들인 우리가 철저히 배제된 협상 결과를 어떻게 수용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전국철도노조도 관계자도 협상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동부 주변에선 대선 전에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하는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노동계에서는 정치인 이 장관의 지나친 과시욕이 빚은 해프닝으로 취급하는 분위기다. 1년 7개월 째를 맞는 KTX 승무원 문제가 실마리를 찾을 것인지 노동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