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물론이고 이철 코레일(철도공사) 사장도 사전에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을 정도였다. 이 사장은 이 장관의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상경했다. 노동부가 협상이 타결됐다고 발표한 때는 오후 5시 반이다. 그런데 그때는 협상이 이제 막 시작됐을 때였다. 이날 안건은 KTX 승무원들을 코레일의 자회사인 코레일 투어서비스의 정규직으로 전환한 뒤 승무업무의 외주화 여부를 두 달 안에 추가 논의하자는 것이었지만 노조의 반발로 무산됐다.
협상은 지지부진 시간을 끌다가 저녁 9시 반이 돼서야 제3의 기구에 맡긴다는 결론을 내고 끝났다. 향후 사측과 노측, 공익위원 각 2명씩으로 협의체를 구성하고 다수결로 결정한다는 것이었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직접 고용이 아닌 이상 노조의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사장은 “사인만 하면 되는 줄 알고 올라 왔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당황해 했고 기자들 역시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한국경제는 지난달 29일 아침 1면 머리기사 <KTX 여승무원 사태 해결방안 합의>에서 “2개월 안에 코레일의 정규직으로 다시 발령키로 이면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예상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오보를 낸 셈이다. 한경은 “(정부가)노동계의 압박에 백기투항을 했다”며 “여승무원들을 코레일에서 직접 고용할 경우 법과 원칙이 무너져 노사현장이 크게 혼란을 겪을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비난했다.
이날 노동부는 두 차례에 걸쳐 잘못된 정보를 언론에 흘렸다. KTX 승무원 노조는 달라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민세원 지부장은 “우리는 어제 그런 협상이 이루어지고 있는지조차 몰랐고 뉴스를 통해서 협상 결과를 알았다”며 “당사자들인 우리가 철저히 배제된 협상 결과를 어떻게 수용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전국철도노조도 관계자도 협상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동부 주변에선 대선 전에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하는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노동계에서는 정치인 이 장관의 지나친 과시욕이 빚은 해프닝으로 취급하는 분위기다. 1년 7개월 째를 맞는 KTX 승무원 문제가 실마리를 찾을 것인지 노동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