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이 개인투자가 조명환씨(이하 조명환 대표)에게 매각된 지 4개월만에 다시 충청북도 지역의 유력 건설업체인 로드랜드에 인수됐다. 합병의 형식을 밟았지만 당초 우려한 바대로 우회상장을 통해 순식간에 제3자에게 재매각당함에 따라 스포츠서울 구성원들은 이제 당혹스러움을 넘어 극도의 무력감과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게 됐다. 'M&A(인수합병) 시장의 먹잇감으로 전락하는 게 아닐까'하는 애초의 불안감이 서울신문과 조명환 대표간의 매매계약서에 찍힌 도장이 채 마르기도 전에 현실화한 것이다."

전국언론노조 스포츠서울21지부(위원장 정재우)는 27일 오후 <다시 일어설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매각 4개월만에 회사가 다시 충청지역 중견 사업가인 정홍희씨 쪽에 넘어간 것에 우려를 표명하고 경영안정화 등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스포츠서울21지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불과 6개월도 안 돼 서울신문에서 조명환 대표로, 다시 로드랜드를 소유한 정홍희씨 일가로 경영권이 연쇄적으로 이동하게 된 충격적 사건"이라며 "스포츠서울의 브랜드 가치를 최대한 활용해 뉴미디어사업을 비롯한 여러 신규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스포츠서울을 영속기업으로 새 단장하겠다던 조명환 대표의 공언 또한 공수표였음이 여러 정황상 명확해졌다"고 주장했다.

스포츠서울21지부는 이어 이번 인수합병으로 야기될 경영누수로 인한 고용불안을 우려하며 새 경영진에게 △신문사 고유의 영역 존중과 종사자들의 고용안정화 조치 △인쇄·판매위탁계약을 비롯한 서울신문과의 제반 관계 절연으로 재무구조 개선 △소유구조 변동에 맞춰 현 경영진 재정비 △경영누수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조·사원 대표자 간의 면담 등 4개항을 요구했다.

(주)덕일 정홍희 회장은 지난 21일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로드랜드를 스포츠서울에 흡수합병시키는 형식으로 29% 지분을 가진 새로운 대주주가 됐다고 증권거래소를 통해 공시했다.

정 회장은 이날 자신을 포함한 정규문 로드랜드 대표이사, 정영기 예림건설 대표, 중앙레미콘 이정식 대표 등 4명이 합병법인의 새 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이들 특수관계자들의 합병법인 지분은 28.59%(701만4113주)로 현 조명환 대표이사(26.77%)보다 많다. 스포츠서울21은 11월15일 주주총회에서 합병을 의결할 예정이다.

로드랜드개발, 한마음산업개발, 제피로스골프클럽 등 3개 사의 대표이사이기도 한 정 회장은 충북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스포츠서울 합병에 대해 "본격적인 언론사업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며 스포츠매체의 홍보력을 바탕으로 골프장 사업 등 스포츠레저, 위락관광사업에 적극 나서기 위한 교두보로 생각하면 된다"고 밝혔다.

다음은 스포츠서울21지부가 발표한 성명서 전문.

<다시 일어설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스포츠서울이 개인투자가 조명환씨(이하 조명환 대표)에게 매각된지 4개월만에 다시 충청북도지역의 유력건설업체인 로드랜드에 인수됐다. 합병의 형식을 밟았지만 당초 우려한 바대로 우회상장을 통해 순식간에 제3자에게 재매각당함에 따라 스포츠서울 구성원들은 이제 당혹스러움을 넘어 극도의 무력감과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게 됐다. "'M&A 시장의 먹잇감'으로 전락하는 게 아닐까"하는 애초의 불안감이 서울신문과 조명환 대표간의 매매계약서에 찍힌 도장이 채 마르기도 전에 현실화한 것이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21일 증시에 공시된 대로 스포츠서울21의 경영권은 오는 11월15일 합병주총을 거쳐 로드랜드로 넘어간다. 불과 6개월도 안돼 서울신문에서 조명환 대표로, 다시 로드랜드를 소유한 정홍희씨 일가로 경영권이 연쇄적으로 이동하게 된 충격적인 사실 못지않게 1대35로 정해진 합병비율 역시 경악을 금치 못할 수치임이 분명하다. 아울러 "스포츠서울의 브랜드 가치를 최대한 활용해 뉴미디어사업을 비롯한 여러 신규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스포츠서울을 영속기업으로 새 단장하겠다"던 조명환 대표의 공언 또한 공수표였음이 여러 정황상 명확해졌다.

이에 스포츠서울21 노동조합은 새로이 스포츠서울의 오너로 등장한 정홍희 사장에게 전달할 입장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22년 전통을 자랑하는 스포츠서울은 사기업과는 차별화된 속성을 지닌 언론사다. 스포츠서울이 영위하고 있는 신문사 고유의 영역을 존중하고 종사자들의 고용을 안정화할 수 있는 가시적이고 성의 있는 조치를 가급적 이른 시일내 단행해달라.

-스포츠서울은 지난 수년간 일방통행식·부도덕한 착취로 점철된 서울신문과의 관계로 인해 병들어왔다. 인쇄 및 판매위탁계약을 비롯한 서울신문과의 제반 관계에 대한 절연은 스포츠서울의 재무구조와 영업환경 개선을 위한 첫 걸음이다. 새 경영권자는 스포츠서울의 정상화를 위해 향후 서울신문과의 관계를 전면 재검토하고 일대 수술을 가하라.

-김학균 사장을 포함한 현 경영진은 서울신문이 대주주로 스포츠서울에 군림하던 시절 파견돼 서울신문의 이익을 대변해온 진용이다. 서울신문의 잔여 지분이 모두 소멸되면 향후 현 경영진이 계속해서 스포츠서울에 합류할 근거도 사라진다. 소유구조의 변동에 맞춰 스포츠서울의 경영진도 재정비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스포츠서울 노동조합과 사원들은 경영공백상태와 그로 인한 업무상의 혼선을 우려한다. 이미 지난 5월28일 서울신문과 조명환 대표간의 스포츠서울 매각계약이 성사된 이후로 지금까지 스포츠서울은 책임경영과는 동떨어진 흐름 속에 심각한 대외영업활동 위축과 사내 인사 갈등 등을 경험해왔다. 스포츠서울의 경영 누수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한시라도 바삐 정홍희 사장과 스포츠서울 노동조합 및 사원대표자간의 면담이 필요하다.

2007년 9월2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스포츠서울21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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