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의 13일 신정아씨 누드사진 보도가 언론 현업자들 사이에서도 거센 비판에 휩싸였다.

석간인 문화일보가 이날 보도한 내용에 대해 조간신문들은 대부분 내일(14일)자에 이를 보도하기로 했으나 문화일보의 편집방침에 대해서는 "본질과 거리가 먼 편집태도일 뿐 아니라 사진 진위도 분명치 않다"는 의견이 많았고, "문화일보의 문제의식을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도 일부 있었다.

신문사 데스크들 대체로 "사건 본질과 거리 먼 선정적 보도"…일부 "보도 이해"

한국일보 사회부 데스크는 13일 "굳이 이를 보여줘야 하는 건지 의문"이라며 "신정아씨 건은 권력층의 비호가 이뤄졌는지가 본질임에도 누드사진을 찍었다는 것만으로 곧바로 성로비로 연결짓는 것이야말로 비약"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너무나 심한 선정적 보도"라고 덧붙였다.

   
  ▲ 문화일보 9월13일자 1면  
 
한국일보는 14일자에 과연 사진 원본이 맞는지, 조작 여부는 없는지, 왜 이런 사진이 유출됐는지에 초점을 두고 보도할 계획이며 사진이나 사진을 실은 문화일보 지면 이미지는 싣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향신문 사회부 데스크도 "설령 로비혐의가 있다고 해도 신씨의 전신 누드사진을 공개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진의 진위와 관련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한 결과 문화가 보도한 사진 속의 배경과 신씨 발 밑의 바닥이 흐릿해 진짜 사진인지도 확실치 않다"며 "사진의 진위 여부에 대해 기사를 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겨레 박창식 문화부문 편집장도 누드사진 게재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박 편집장은 "시민들과 여성단체 인사들, 언론학 전문가들의 견해를 모아서 반영하는 기사를 14일자에 실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누드=성로비, 지나친 비약"…경향 "사진 진위가 더 의심"

반면, 조선일보는 이들 신문사 데스크들과 뚜렷한 견해차를 드러냈다. 조선 사회부 최원석 차장은 '문화가 보도한 사진이 진짜라면'이라는 단서를 달고 "온갖 부정과 비리의 핵심에 있는 신씨의 의혹과 관련해 이런 보도가 본류에서 벗어난 면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 사진을 단순히 사생활로 보기는 불분명하다. 문화일보의 지적대로 나중에 '성로비'가 밝혀질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 차장은 "신씨에 대한 의혹의 큰 흐름에 이 사진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신씨가 왜 이 사진을 찍었는지, 제3자가 갖고 있게 된 배경과 유포된 이유는 뭔지 등을 고려할 때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 있다고 본다. (문화의 문제의식을) 이해한다"며 "문화일보도 충분히 확인과정을 거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최 차장은 이어 "하지만 무엇보다 일부 사진조작 논란이 나오고 있는 만큼 우선적으로 진위 여부가 판명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 데스크 "누드사진 진짜라면 단순 사생활로 치부하긴 불분명"

중앙일보 편집국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선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사진을 구한 입장에서 보면 쓰고 싶은 생각이 들었을 것"이라며 "어떻게 다룰지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신문은 문화일보 보도를 인용해 14일자에 관련기사를 쓸 예정이지만 편집국 내에서 사진에 대한 판단이 엇갈려 분명한 입장을 내지 못했다.

언론단체는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정일용 기자협회장은 "도대체 사진을 쓴 목적이 무엇이냐"며 "신씨가 성로비를 했다는 것이냐. 단순히 눈길을 끌고 신문을 많이 팔리게 하기 위함 아니냐"고 비판했다.

정일용 기자협회장 "과연 이것이 언론자유인가"

정 회장은 "그런 보도가 의혹을 검증하는 데 어떠한 도움을 주는지 다시한번 생각해보자"며 "과연 이것이 언론자유인가. 씁쓸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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