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분쟁 조정제도란 다수의 소비자들이 같은 제품이나 서비스로 피해를 입었을 때, 피해를 입은 소비자 50명 이상이 지방자치단체나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단체 등을 통해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는 제도다.
집단분쟁 조정제도는 올해 초 소비자단체소송제도와 함께 도입됐다.
집단분쟁조정 1호는 충북 청원군 우림필유 1차 아파트 새시 시공을 맡은 (주)선우로 새시 내에 보강빔을 설치하지 않아 해당 아파트 주민 62명이 소비자원을 통해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이 소식을 전한 30일자 아침신문들은 강조하는 곳이 조금씩 달랐지만, 집단분쟁 조정제도가 가져올 긍정성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했다.
▲ 경향신문 7월30일자 16면.
"기업들은 집단분쟁조정 대상에 오를 경우 자칫 수만명 이상의 피해자를 상대로 보상을 해 줘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 피해는 물론 기업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어 바짝 긴장하고 있다."(경향신문)
▲ 서울경제 7월30일자 2면.
"기업으로서는 소비자들의 피해를 보상하느라 금전적인 부담이 늘지만 장기적으론 향후 기업들이 불량제품을 줄이고 소비자불만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한국경제)
"해당 기업은 조정위가 내놓은 분쟁조정안에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합의가 안 될 경우 피해자나 소비자단체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 기업은 더욱 큰 부담을 안게 될 수밖에 없다. 또 내년부터는 소비자단체 등이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기업의 위법행위를 금지해줄 것을 요구하는 소비자단체소송 제도도 시행될 예정이어서 기업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서울경제)
하지만 한겨레는 사설 <소비자 보호, 분쟁조정만으론 부족하다>에서 "집단분쟁조정제도의 시행은 열악한 수준에 있는 소비자의 권익을 부족하나마 상당히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집단분쟁조정제도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 한겨레 7월30일자 사설. |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3년 이후 22개 대기업집단이 35건의 담합행위에 연루됐으며 과징금 총액은 4279억원이었다. 이는 소비자피해 추정액 4조7476억원의 9%에 불과한 금액이다. 경실련은 "처벌의 실효성 강화를 위해 담합상품 매출액의 10%를 넘지 못하는 과징금 상한선을 높이고 형사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며 "집단소송제나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김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12월18일 "기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이 날로 증가하고 그 종류도 새로워지고 있지만 손배소로부터 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부족하다"며 "경제 활성화를 위해 혁신적이고 역동적인 기업들의 경영활동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한국경제 2006년12월19일자 1면. | ||
김 장관은 취임 이후 '법과 원칙이 살아있는 행복국가 건설'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혀오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지난 5월21일자 한국일보 칼럼 <소비자를 우습게 아는 나라>에서 이렇게 지적했는데, 지금 우리나라가 '법과 원칙이 살아있는 행복국가'인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소비자 권익보호 문제의 정답은 이미 오래 전부터 다 나와 있다. 집단소송제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고, 잘못한 사업자에게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매기고, 입증책임을 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하고, 사실관계를 쉽게 조사할 수 있도록 서구식의 '재판 전 증거조사제도'를 도입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 한국일보 5월21일자 39면.
그리고 소비자의 권익 보호보다는 사업자들의 이익 보호에 더 관심을 많이 보인다는 혹평에 시달리는 각종 분쟁조정위원회들은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 어쩌면 기업들은 이런 식의 반기업정서에 물든 입법을 시도할 경우 한국을 떠나겠다고 협박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업만 한국을 떠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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