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은 조정위가 30일 회의를 열어 소비자원 주택·공산(품)팀이 신청한 아파트 새시 시공 관련 분쟁을 집단분쟁 조정의 첫 대상으로 선정하고 조정 개시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29일 밝혔다.

집단분쟁 조정제도란 다수의 소비자들이 같은 제품이나 서비스로 피해를 입었을 때, 피해를 입은 소비자 50명 이상이 지방자치단체나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단체 등을 통해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는 제도다.

집단분쟁 조정제도는 올해 초 소비자단체소송제도와 함께 도입됐다.

집단분쟁조정 1호는 충북 청원군 우림필유 1차 아파트 새시 시공을 맡은 (주)선우로 새시 내에 보강빔을 설치하지 않아 해당 아파트 주민 62명이 소비자원을 통해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이 소식을 전한 30일자 아침신문들은 강조하는 곳이 조금씩 달랐지만, 집단분쟁 조정제도가 가져올 긍정성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했다.

   
  ▲ 경향신문 7월30일자 16면.  
 
   
  ▲ 서울경제 7월30일자 2면.  
 
"기업들은 집단분쟁조정 대상에 오를 경우 자칫 수만명 이상의 피해자를 상대로 보상을 해 줘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 피해는 물론 기업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어 바짝 긴장하고 있다."(경향신문)

"기업으로서는 소비자들의 피해를 보상하느라 금전적인 부담이 늘지만 장기적으론 향후 기업들이 불량제품을 줄이고 소비자불만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한국경제)

"해당 기업은 조정위가 내놓은 분쟁조정안에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합의가 안 될 경우 피해자나 소비자단체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 기업은 더욱 큰 부담을 안게 될 수밖에 없다. 또 내년부터는 소비자단체 등이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기업의 위법행위를 금지해줄 것을 요구하는 소비자단체소송 제도도 시행될 예정이어서 기업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서울경제)

하지만 한겨레는 사설 <소비자 보호, 분쟁조정만으론 부족하다>에서 "집단분쟁조정제도의 시행은 열악한 수준에 있는 소비자의 권익을 부족하나마 상당히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집단분쟁조정제도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 한겨레 7월30일자 사설.  
 
한겨레는 "(기업이 조정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아) 단체소송을 내려면 기업 쪽의 법 위반 사실이 명백해야 하고,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이긴다 해도 시정 조처만 가능하지 금전적 피해보상을 받을 수 없다. 실효성 여부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소비자단체가 나선다 할지라도 소송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면 기업들이 집단분쟁조정 등에 우호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내다봤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3년 이후 22개 대기업집단이 35건의 담합행위에 연루됐으며 과징금 총액은 4279억원이었다. 이는 소비자피해 추정액 4조7476억원의 9%에 불과한 금액이다. 경실련은 "처벌의 실효성 강화를 위해 담합상품 매출액의 10%를 넘지 못하는 과징금 상한선을 높이고 형사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며 "집단소송제나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김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12월18일 "기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이 날로 증가하고 그 종류도 새로워지고 있지만 손배소로부터 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부족하다"며 "경제 활성화를 위해 혁신적이고 역동적인 기업들의 경영활동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한국경제 2006년12월19일자 1면.  
 
실제로 김 장관은 지배회사가 종속회사를 전횡적으로 지배하는 것을 통제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 중 하나인 '이중대표소송제'를 법무부가 지난해 입법예고한 상법 개정안에서 삭제했다. 지난해 12월 김 장관의 발언에 대해 당시 재계 관계자는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집단소송 인정범위 확대나 징벌적 손해배상소송 도입을 검토하는 등 기업 불안이 증가하고 있는데 법무부의 이번 조치는 다소 위안을 줄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취임 이후 '법과 원칙이 살아있는 행복국가 건설'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혀오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지난 5월21일자 한국일보 칼럼 <소비자를 우습게 아는 나라>에서 이렇게 지적했는데, 지금 우리나라가 '법과 원칙이 살아있는 행복국가'인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 한국일보 5월21일자 39면.  
 
"소비자 권익보호 문제의 정답은 이미 오래 전부터 다 나와 있다. 집단소송제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고, 잘못한 사업자에게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매기고, 입증책임을 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하고, 사실관계를 쉽게 조사할 수 있도록 서구식의 '재판 전 증거조사제도'를 도입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소비자의 권익 보호보다는 사업자들의 이익 보호에 더 관심을 많이 보인다는 혹평에 시달리는 각종 분쟁조정위원회들은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 어쩌면 기업들은 이런 식의 반기업정서에 물든 입법을 시도할 경우 한국을 떠나겠다고 협박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업만 한국을 떠나는 것이 아니다.

씨랜드 화재 참사에서 아이를 가슴에 묻은 엄마는 체육메달도 반납하고 이미 한국을 떠났고, 오늘도 아이들은 더 나은 교육환경을 위해 외국으로 떠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더 떠나야 세상이 바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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