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의견개진과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선거운동의 경계는 과연 어디일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주최로 14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선거법상 인터넷규제와 표현의 자유' 토론회에서 선거법 93조를 비롯해 선거법의 일부 규정이 인터넷상에서 유권자의 정치참여를 방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기중 변호사 (민변 언론위원회 위원)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후보자 지지·추천·반대의 의사표시'를 금지하고 있는 선거법 93조가 유권자들의 자유로운 의견 표현을 막고 있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현행 선거법은 표현행위에 관해 △매체에 관계없이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개진·의사표시'는 언제든지 허용되고 △매체에 관계없이 '후보자 비방은' 언제든지 금지되며 △매체에 관계없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후보자의 지지·추천·반대의 내용'은 선거일 18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금지된다고 밝히고 있다. 또 '선거운동'은 선거법에 의해 허용된 사람과 단체에 한해 선거법이 정해놓은 방법에 의해서, 선거운동 기간에만 가능하다고 적시해놓고 있다.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주최로 14일 서울 무교동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선거법상 인터넷규제와 표현의 자유' 토론회에서 김기중 민변 언론위원회 위원(오른쪽 네번째)이 발표하고 있다. ⓒ이창길 기자 photoeye@  
 
특히 선거법 93조는 "누구든지 선거일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이 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거나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광고, 인사장, 벽보, 사진, 문서·도화, 인쇄물이나 녹음·녹화테이프 등을 배부 또는 게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93조가 선거법에 의하지 않은 인사장이나 녹음·녹화테이프를 탈법적으로 배포하는 것을 규제하려는 취지였다"면서 "그러나 인터넷 등 매체에서 이뤄진 선거에 관한 의견표명에도 적용되면서 그 '수단'을 규제하는 규정이 아니라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지지·추천 또는 반대의 의사표시'라는 '내용'을 규제하는 규정으로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단순한 의견개진이나 의사표시'와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의 후보자 지지·추천·반대의 의사표시' 및 '선거운동'을 구분하기 무척 어렵다는 것이 문제"라며 "헌재가 이미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후보자 비방과 함께 일반인에게 가장 많이 적용되는 이 규정은 위법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93조 중 '지지·추천 또는 반대의 의사표시'에 해당하기 위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할 목적'이라는 주관적 요건과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라는 객관적 요건이 충족되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그러나 "'단순한 의견개진이라도 계속적으로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 유포하는 것은 당선·낙선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을 봐야한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UCC물 운용기준'를 보면 선관위는 '행위의 반복성'이라는 객관적 행위 근거로 표현자의 주관적 목적을 추정하기 때문에 사실상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할 목적이라는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인터넷 게시물의 객관적 내용만을 기준으로 게시물의 선거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선거시기에 일반 유권자가 인터넷 게시판에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추천 또는 반대 의견을 제시하거나 다른 이용자와 교환하기 위해서이지, '공명선거'를 위해 하는 것은 아니다"며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추천 반대 의사를 갖고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유권자의 권리이자 의무라는 점에서 반복성을 기준으로 한 운용기준은 유권자의 선거에 관한 의사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해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관련 표현행위의 경우, '단순한 의견 개진'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지지·반대·추천의 의사표시' 그리고 '당선 또는 낙선을 능동적 계획적 행위'를 분명히 구분하기 어렵다"며 "특히 탈법에 의한 문서 도화 배부 금지 규정은 선거운동 관계자의 '탈법방법'에 의한 선거운동의 규율하려는 애초의 목적에서 벗어나 '일반인'의 자유로운 선거관련 표현행위를 제한하는 수단으로 이용됨으로써 폐해가 크므로 적어도 인터넷에서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3년 선관위는 인터넷을 통한 선거운동을 전면 허용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고,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장재영 선관위 법규해석과 행정사무관은 "인터넷의 특성을 고려해 예비후보자가 상시적으로 홈페이지를 이용하는 것 등을 허용했다"며 "''선거의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라는 단서가 붙은 93조의 경우 판단이 어렵지만 규제에 있어 동일한 목적을 가진 선거법 90조에서 '시설물에 후보자나 정당 이름이 있다면'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간접 규정을 하고 있어 이를 근거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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